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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의 부활에도 멈추지 않는 엔저의 향방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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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5월02일 09시45분
  • 최종수정 2024년05월02일 09시40분

작성자

  • 이지평
  •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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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일본경제의 회복 기대 속에서 엔저 가속화


일본경제는 오랫동안 고전해 왔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명목경제성장률이 당분간 2%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닛케이 주가지수도 금년 들어서 한때 4만엔 선을 능가하여 버블 붕괴 이전의 최고치를 갱신하는 등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의 TSMC, 마이크론 등의 외국 반도체 기업도 일본에서의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한편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거대 기업도 잇달아 막대한 대일 투자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일본기업들도 공급망 안정화 대책, 디지털 혁신, 그린 이노베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본국에서의 연구개발이나 신규 공장 건설에 잇달아 나서고 있으며, 당분간 일본기업의 설비투자가 견실하게 늘어날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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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4월 1일에 일본은행이 발표한 3월의 전국 기업단기경제관측 조사(단칸)를 보면, 2024년도의 대기업 설비투자 계획은 전년비 8.5%로 버블경제기였던 1989년 이후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그린 산업 등 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 기존 산업의 인력 부족 대응을 위한 자동화 투자 등이 제조업 및 비제조업에서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경제의 이러한 부활 조짐에도 불구하고 엔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엔화는 금년 초의 1달러당 141엔에서 지난 4월 26일에는 157엔으로 10% 가량 하락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철회하여 정책금리의 상한선을 0.1%로 인상했으나 엔저를 멈출 수는 없었다. 그리고 4월 26일에 개최된 일본은행의 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적인 금융긴축 정책이 결정되지 않아 엔저 추세가 가속화되었다. 4월 29일에는 일본의 공휴일도 겹쳐 외환시장의 거래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엔화는 심리적인 저항선이었던 1달러당 160엔대를 순간적으로 돌파한 후 그날 다시 154엔대를 회복하는 등 급등락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급반전은 외환시장에서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으나 담당 부처인 일본 재무성은 시장개입의 사실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일본 엔화는 지난 2012년에 등장한 아베 정권 이후 계속 하락해 왔으나 이는 일본경제가 그동안 극심한 엔고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었으며, 대규모 양적금융완화,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활용하면서 엔저 유도에 주력했던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엔저 현상이 10년 이상 지속된 결과 엔화는 실질 기준으로 저평가된 상황으로 빠졌다. 그림과 같이 엔화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실효환율은 1970년대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이다.

 

그리고 이러한 극심한 엔화의 저평가 현상으로 인해 일본기업의 수입 원자재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고 일본 소비자들도 수입 생필품 등의 가격 급등에 생활고를 호소할 정도가 되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로서도 그동안의 엔저 유도정책에서 벗어나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엔화를 뒷받침하려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 엔저 사이클의 막바지 전환점 접근인가

 

일본정부의 이러한 환율 정책의 대전환 즉, 엔저 유도정책에서 엔화 안정화 정책으로의 변화는 앞으로 엔화 환율의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엔화 환율의 단기적인 흐름은 그동안 미일 금리차 확대로 인해 엔화 매도 압력이 확대되는 것이었으나 이러한 요인도 완만한 속도로 전환될 흐름으로 가고 있다. 비록 최근의 엔저 가속화는 일본은행의 완만한 금융긴축 자세와 미국의 금융완화 기대의 후퇴에 있으나 일본은행은 금년 중에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현재 월간 6조엔으로 설정된 일본 국채의 매입을 통한 본원통화 공급 확대 정책도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과거 10년 이상 급증해 왔던 일본의 본원통화량은 최근에는 정체하기 시작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일본은행이 점차 본원통화량을 줄이는 양적긴축에 나설 것으로 보여 이는 엔화 매도 투기에 열을 올려 왔던 투자가들에게는 일정한 충격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엔화는 엔저와 엔고의 사이클을 반복해 왔는데, 2012년 이후 계속되어 온 장기 엔저 사이클은 일본경제의 디플레이션 탈출, 일본은행의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으로 인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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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현상이 과거 10년 이상 지속되어 온 데에는 과거의 엔저·엔고 사이클 국면과 달리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수출이 뚜렷하게 확대하지 못했던 사정이 있다. 일본기업은 엔저의 가속화에도 불구하고 생산거점의 해외 이전에 주력하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거점을 확충해 일본의 수출이 늘어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일본기업의 일본 내 투자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이를 촉진하기 위한 일본정부의 제조업 유치 보조금 정책도 강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등 디지털 분야와 탈탄소화 그린 이노베이션 분야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제품 경쟁력의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면 최근 유럽에서는 일본기업의 친환경 공조기기인 히트펌프의 판매가 급증, 일본정부도 이 제품의 고도화를 유도하면서, 일본내에서의 보급책을 강화하는 한편, 다이킨, 파나소닉 등의 일본내 공장 신설을 유도하고 있다.

 

일본기업으로서는 기존의 기술을 가지고 해외사업을 개척했던 장기불황기의 생존 중시 전략 단계에서 탈탄소화 기술 등 새로운 혁신 제품의 개발에 주력하면서 새로운 수출경쟁력의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일본기업과 일본정부의 노력은 엔저에 따른 일본 산업의 가격경쟁력 강화에도 힘입어서 수출역량의 일정한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극심한 엔저 사이클의 전환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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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5월02일 09시45분
  • 최종수정 2024년05월02일 09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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