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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가는 길은 길이 아니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5월10일 19시3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24분

작성자

  • 김낙회
  • 서강대 초빙교수, 前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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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모두가 가는 길은 길이 아니다

 

 

  ‘누구나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자신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톨스토이 말은 영원불멸할 듯했던 거인들의 추락을 목도할 때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1996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4위라는 위용을 뽐내던 불세출의 코닥은 지난 2001년 132년 만에 수명을 마쳤다. 화무십일홍이오, 권불십년이라지만 한 세기가 넘는 왕조의 몰락은 망연자실했다.

 

코닥이 사라진 이유는 코닥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그들은 카메라 선구자답게 1975년 이미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코닥은 그 기술을 발전시키는 대신 기존 필름사업을 강화하는 쪽을 택했다.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시장을 잠식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 염려는 타당했지만 현명하지는 못했다. 시장은 잠식이 아니라 교체됐다. 코닥은 세상의 변화를 먼저 감지했지만 미처 자기 자신은 변화시키지 못했다. 성공하면 그러기 쉬운 것처럼. 

 

성공의 덫에 걸려 변화 노력에 무심한 거인들은 대체로 내리막길을 걷는다. 세계 최초 아날로그 휴대전화를 내놓고 승승장구하던 모토롤라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다가 결국 구글에 인수됐다. 워크맨과 베가 TV로 시장을 석권했던 소니도 MP3와 LCD로 투자전환이 늦어져 선도 기업들을 따라잡기가 버거워졌다. 연간 7조 원 넘는 이익을 내며 열풍을 일으켰던 닌텐도 역시 스마트폰 게임에 밀려났다.

 

제프 베조스라는 사람이 있다. 1973년 연봉이 100만 달러였으니 그는 이미 성공한 사람이었지만 돌연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를 움직인 것은 ‘인터넷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기사 한 줄이었다. 전자상거래 가능성을 본 그는 주변의 염려를 뒤로하고 인터넷 서점 아마존을 열었다. 아마존은 빠르게 성장했고, 곧 온라인 종합 상거래 업체로 변신하더니 웹스토어, 클라우드 컴퓨팅 등 혁신적인 서비스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혁신의 정점은 전자책 킨들이었다. 킨들은 아마존의 방대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이자 콘텐츠 생태계의 꼭짓점이 됐다. 이후 아마존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선정되었고 모든 혁신을 이끈 제프 베조스는 세계를 움직이는 차세대 리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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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우리나라 스낵 시장에 허니 돌풍이 불었다. 해태제과에서 신제품으로 출시한 허니 버터 칩이 대박을 내자 경쟁사들이 너도나도 꿀맛 대열에 나선 것이다. 어떤 제품이 크게 히트를 치면 제품의 컨셉 뿐 아니라 포장 디자인,광고 카피까지 따라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이것은 식품이나 화장품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슈퍼스타 K” “나가수” “불후의 명곡”등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부터 하의실종 공항패션에 성형열풍 까지. 심지어 대학생들이 취직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스펙 쌓기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에는 1촌 1품과 같이 각 지역마다 특산품이 있다. 스페인 이태리에서도 지역별로 특색 있는 요리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지역 특산물이 있긴 하지만 어디서 좀 잘 팔린다고 소문만 나면 전국 어디서나 따라 만들고 판매한다. 어떤 영화가 재미있다고 소문나면 그걸 안보면 대화에 낄 수도 없고 못견뎌하니 천만 관객 영화가 가볍게 탄생하기도 한다. 남이 하면 나도 해야 직성이 풀리고 대세라면 그 대열에 끼고 봐야 비로소 안심이 되는 국민성 탓인지도 모른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다. 대세에 따르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침묵이 미덕인 세상이다. 만일 다른 의견을 내면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여기는 유교 문화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기업이나 제품은 물론 국가나 개인도 모두 자기만의 고유 브랜드로 그 가치를 평가받는 세상이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자기만의 장점을 살리고 특징을 찾아 개발함으로써 자기만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야 말로 생존의 비결이다. 즉 철저한 자기만의 상징을 구축해서 브랜드화를 통해 남과 차별화해야 성공할 수 있다.다들 Yes라고 할 때 No 할 수 있는 용기. 이 시대에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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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는 도덕경 첫머리를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로 열었다. 모두들 길이라 하는 길이 사실은 길이 아님을, 어제의 성공이 오늘의 성공일 수 없음을 경계함일까. 이제는 모든 순간이 변화의 변곡점인 시대다. 이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 세 가지뿐이다. 허덕이며 세상의 변화를 좇을 것인가, 스스로 변하며 세상을 이끌 것인가, 아니면 그저 은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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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5월10일 19시3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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