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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의 쟁점과 해법: 포용적 고령사회로 가는 길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5년05월01일 12시59분
  • 최종수정 2025년05월01일 12시58분

작성자

  • 김기승
  •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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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진입과 정년연장의 필요성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24년 현재 전체 인구의 약 19.2%에 달하며, 2025년에는 20%를 초과하여 '초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이미 2017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2020년대 들어 연평균 약 30만 명씩 줄어들고 있으며, 2040년에는 전체 인구의 60%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기대수명은 꾸준히 증가하여 2023년 기준 83.5세(남성 80.6세, 여성 86.4세)에 이르렀다.

 

이처럼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노동시장과 복지재정 전반에 걸쳐 심각한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인한 성장잠재력 저하, 연금 및 의료비 지출 증가 등 구조적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정년 연장과 관련된 논의가 뜨겁고, 고령인구의 경제활동참가는 선택의 여지가 줄어드는 양상이다.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는 경제활동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복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며, 고령사회에 대응하는 핵심 정책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년연장에 대한 찬성 논거

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여러 측면에서 제기된다.  

첫째, 심화되는 노동력 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제조업, 서비스업, 첨단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고령 인력은 축적된 숙련과 경험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경제활동 지속은 국가 경쟁력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국민연금 및 복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다. 경제활동 기간을 자연스럽게 연장함으로써 연금 수급 개시를 늦추고 기여 기간을 늘리는 것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된다.  

 

셋째,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서는 시대에 은퇴 후 20~30년을 소득 없이 보내는 것은 개인과 가족 모두에게 심각한 부담이 되며, 정년 연장은 이 부담을 경감하고 존엄한 노후를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년연장을 둘러싼 반대 논거와 주요 쟁점

그러나 정년 연장이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여러 우려와 쟁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대표적인 반론은 청년층의 일자리 잠식 가능성이다. 정년이 연장되면 기존 근로자들의 직장 유지 기간이 늘어나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이 감소할 수 있으며, 이는 청년 실업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현재와 같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유지된다면 고령 근로자의 고임금 구조로 인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급증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고용 조정이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위험이 존재한다.  

 

더불어 노동시장의 경직성 심화도 우려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고령 고용 구조가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년연장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해법

이러한 찬반 양론을 감안할 때, 정년 연장은 반드시 보다 종합적이고 현명한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정년 연장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 개편이 핵심 과제다. 기존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임금이 자동 상승하는 구조로, 고령 근로자의 고임금 부담이 기업에 인건비 압박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향후에는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전환해, 연령이 아닌 생산성과 기여도를 기준으로 임금을 책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임금피크제는 한 가지 보완 수단이 될 수 있으나, 일정 시점 이후 일률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구조는 근로자에게 심리적 박탈감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정년까지는 기존 연공급을 유지하고, 정년 이후 재고용 구간에서는 생산성과 직무 기여도를 반영한 임금체계를 적용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 구조는 고령 근로자의 경험을 존중하면서도 기업의 부담을 합리화할 수 있는 절충점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계속고용제도(再雇用制度, reemployment system)’는 법정 정년을 상향하지 않고도 일정 연령까지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사례다. 정년 이후 계약직이나 파트타임 형태로 재고용하여 고령자의 고용 안정성과 기업의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정년 연장은 정규직 고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간제, 계약직, 프로젝트형 등 다양한 고용 형태를 통해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연하게 보장해야 하며, 디지털 기술 습득, 신산업 직무로의 전환 등 재교육 인프라 역시 체계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단순한 연장만으로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중장년층이 시장 변화에 적응할 수 있어야 진정한 고용 연장이 가능하다. 

 

산업별로도 정년연장 적용의 탄력성이 요구된다. 디지털 기술 변화가 빠르고 청년층 선호가 높은 ICT, 금융, 스타트업 분야는 고령 인력 활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나, 제조업, 운송, 농림업, 돌봄서비스 등 숙련 기반 산업에서는 고령자의 경쟁력이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다. 고령자 친화 산업부터 정년연장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청년 선호 산업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방식이 산업별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인식의 전환이다. 고령 인력을 사회적 부담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자산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확산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기업·정부·시민사회의 공동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년연장은 포용적 고령사회를 위한 필수전략

결론적으로, 정년 연장은 단순히 나이 제한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저출산·고령화라는 거대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총체적 대응 전략이다. 

 

단계적이고 유연한 접근, 임금체계 개편, 재교육 인프라 구축, 고용 모델 다변화, 국민 인식 전환이 함께 이루어질 때, 정년 연장은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동시에 실현하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정년연장 또는 계속고용이라는 책임 있는 선택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해 첫걸음을 내딛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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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5년05월01일 12시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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