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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적으로는 원화가치 상승 예상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11월11일 21시22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8시16분

작성자

  • 김영익
  •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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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기적으로는 원화가치 상승 예상

 

 올해 들어 환율이 다소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해 말 1099.3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올해 4월에는 1068.6원까지 떨어졌다. 미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환율보고서가 외환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미 재무부는 2014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892억 달러(명목 국내총생산(GDP)대비 6.3%)로 지나치게 높은 데, 이는 원화 가치가 저평가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 후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환율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9월 7일에는 1203.7원으로 2010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200선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113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원화 환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중심으로 앞으로 환율을 전망해본다. 원화 가치가 추세적으로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 달러가치가 원화환율에 가장 중요한 영향

여러 가지 경제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화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 달러, 엔•달러 환율, 한미 금리차이, 한국의 경상수지 등이 환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이들 변수로 구성된 벡터자기회귀모형(Vector Auto-regression Model)을 구성하여 분산분해를 해보았다. 이에 따르면 미 달러지수, 한미 금리차이, 경상수지, 엔•달러 환율 순서로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면 1개월 이후의 원•달러 환율 변동의 35%를 미 달러지수가 설명했고, 4~9개월 후에는 설명력이 50% 이상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다음으로 한미 금리차이가 1년 후부터는 원•달러 환율 변동의 20~30%를 설명해주었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를 것인지 혹은 떨어질 것인지는 이들 변수의 향방에 달려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미국 달러지수부터 살펴보자. 달러지수(광의 통화 기준)는 2011년 8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올해 9월까지 27%(주요 선진국 통화에 비해서는 33%) 상승했다. 달러 가치가 이처럼 오른 것은 미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빨랐기 때문이다. 2015년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8년 2분기보다 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일본 GDP는 1.0% 증가에 그쳤고, 유로존 GDP는 오히려 0.5% 줄었다. 유로존의 실업률이 10% 이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금융위기 때 10%까지 올라갔던 미국의 실업률이 올해 10월에는 5.1%로 위기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둔화로 달러가치 하락 예상

미국 경제가 이처럼 빠르게 회복된 것은 시의적절한 재정 및 통화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통화정책은 과감했다.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2007년 8월 5.25%였던 연방기금금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2008년 12월부터는 0~0.25%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도 모자라 2009년 3월부터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 완화를 3차례 단행하면서 본원통화를 3조 달러 이상 공급했다. 이에 따라 주가가 3배 이상 오르고 미국 경제는 GDP의 69%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 중심으로 성장했다. 아직도 미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Fed는 지난 해 10월에 양적 완화 종료를 선언했고 이제 금리 인상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주식시장에 거품이 발생했다는 데 있다. 필자가 미국 산업생산, 소매판매, 비농업부문고용 등 경제변수로 평가해보면 2015년 6월말 현재 주가(S&P500 기준)는 22%(9월 기준으로는 11%) 정도 과대평가된 상태다. 넘치는 유동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주가가 경기에 이처럼 앞서 간 것은 2000년 초반 정보통신혁명 거품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해 10월 Fed가 양적 완화를 종료한 후 주가가 고공에서 조정을 보이고 있다. 금리를 인상하면 주가와 경기 사이의 괴리가 급격하게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이다. 미국 가계의 부채 조정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가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소비가 감소하고 경제성장이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 가치가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미 금리차 축소로 미국계 자금 유입 둔화

둘째로 한미 금리 차이의 축소 가능성이다. 미국이 연방기금금리를 인상하면 시장금리도 오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금융시장에 들어왔던 미국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지난 9월 말 현재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상장주식은 414조원으로 시가총액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보유 중 미국계 자금 몫은 40%인 165조원이다. 한편 미국계 자금이 한국 상장채권을 18조원정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외국인 보유액 중 18%에 해당된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이 투자자금 중 일부가 미국으로 환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한미 금리 차이는 충분히 축소되었다. 10년 국채수익률 기준으로 보면 2008년 12월에 한미 금리 차이가 2.5% 포인트였으나, 올해 10월에는 0.02%포인트로 줄었다.(11월 들어서는 오히려 한국 국채 수익률이 미국보다 낮아졌다.) 이에 따라 미국계 자금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상장채권은 2013년 말 20조원을 정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안 중국계 자금이 13조원에서 17조원으로 늘면서 미국계 자금의 빈자리를 메꿔주고 있다. 미국 경제가 아직 잠재 GDP 수준 이하로 성장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 이후에도 시장 금리가 급등해서 한미 금리 차이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낮은 데다, 중국계 자금이 어느 정도 방패막 역할을 해줄 전망이다.

 

엔과 원의 상관관계는 점차 줄어

셋째로 일본 엔화 가치 하락이 한국 환율에 미칠 영향이다. 2008년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는 동안 양적 완화를 먼저 단행하면서 환율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에 따라 2007년 8월에 달러당 123엔이었던 환율이 2012년 1월에는 76엔까지 폭락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는 일본중앙은행이 미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본원통화를 공급하면서 양적 완화를 단행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과 일본과 미국의 상대적 본원통화공급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0.83으로 매우 높은 데, 2012년부터 일본이 더 많은 돈을 찍어내면서 올해 6월에는 엔•달러 환율이 125엔까지 올랐다. 엔화 가치가 64%나 떨어진 셈이다. 미국은 지난 해 10월 양적 완화를 종료하고 금리 인상 시점을 모색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양적 완화를 더 지속할 것이다. 이로 보면 엔화 가치는 달러에 비해서 앞으로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시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130엔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환율이 그렇게 가면 일본이나 미국 경제를 위해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엔•달러 환율이 125엔을 넘어서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실질실효 환율로 보면 엔화 가치가 저평가 되었다”고 외환시장에 구두개입한 것이 그 증거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일 수출경합도는 매우 높다. 특히 엔•달러 환율이 한국의 자동차, 화학제품, 전기전자 등의 수출 경쟁력에 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원•달러 환율은 엔•달러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09년 1월에서 2015년 10월 두 환율 사이에 상간계수가 마이너스(-) 0.08로 엔•달러 환율이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고 있다.

 

미국 측에서 보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과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다.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892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명목 GDP대비로도 6.3%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는 경상수지 흑자가 더ㅏ 늘어 1100억 달러(GDP대비 8.2%)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의 경우라면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달러가 시장에 공급되면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원화 가치는 상승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경상수지와 환율의 관계가 약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달러가 금융계정을 통해 해외로 더 나가고 있는 데 있다. 예를 들면 지난 해 경상수지 흑자가 892억 달러였으나 금융계정에서 적자가 904억 달러로 더 컸다. 직접투자(207억 달러 적자)나 증권투자(429억 달러 적자) 등으로 돈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경상수지 흑자(806억 달러)보다 금융계정 적자(-841억 달러)가 더 많다. 

 

그러나 미국 측 입장에서 보면 명목 GDP의 8%가 넘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너무 큰 것이다. 미국은 매년 한국과의 교역에서 큰 폭의 적자(2014년 250억 달러)를 내고 있다. 미국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지난 4월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서 지적한 것처럼 원화 가치 저평가 문제를 언제든지 다시 들고 나올 수 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환율 변동 폭은 클 것이다. 그러나 미 달러 가치 하락 가능성과 GDP의 8%가 넘은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를 고려하면 추세적으로는 원화 가치가 상승(원•달러 환율의 하락)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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