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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납치, 고통평가, 오캄의 면도날, 그리고 교육개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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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0월06일 17시00분

작성자

  • 김상봉
  •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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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이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고 있고, 60대 이상 고용이 재정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부모 세대들은 아이들을 낳지 않는다고 난리고, 젊은 세대들은 낳을 힘도 기를 능력도 힘든 상황이며, 다음 세대에게 힘들게 공부하고, 어렵게 취업해야 하는 상황을 대물림하기 좋아하는 70년대 이후 출생자는 없다. 또한, 결혼하면 전세를 빚으로 마련해야 하고, 애를 낳아도 조금 더 큰 전세로 옮기는데 또 빚을 져야 하고, 집을 사려고 하면 엄청난 가격에 빚을 져야 한다. 따라서 출산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저출산 기조에 따라 2021년에 학령인구가 대폭 줄어들어 3주기 대학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장래인구추계에서 학령인구(6세~21세)는 2017년 846만 명에서 2035년 548만 명으로 298만 명이 급감한 후 2047년 524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향후 30년간 영남권과 호남권에서 학령인구가 각각 45.9%(-97만명), 43.8%(-44만명) 감소할 전망이고, 2017년 대비 2047년 학령인구는 세종이 85.7%(5만명) 증가하고, 제주(-16.0%), 경기(-25.9%)를 제외한 14개 시도는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군대, 노동시장의 공급 부족 등으로 연결되어 성장률이 훨씬 감소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는 단기나 중기적인 경제정책은 경제의 구조 등을 변화시킬 수 있다. 또한, 중기적으로는 노동시장 또는 고용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교육정책은 유지되어야 한다. 여기서 대학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지금도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3학년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대입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이후에도 매우 자주 교육정책은 바뀌게 된다. 이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답은 원론적으로 효율적이고 공정한 입시제도를 만들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당기간 제도를 바꾸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요즘에 개천에서 용이 날 수도 없고, 이무기도 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좋은 대학을 가야하고, 좋은 대학을 졸업해야 그나마 취업률이 50%인 세상에서 조금 나은 직장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으로 가는 교육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 

 

교육개혁의 과제 중 가장 우선적로 꼽히는 것은 대학입시에서 수시의 비중을 최소화하고 정시의 비중을 대폭 늘리던지, 아예 수시를 폐지하는 일이다. 몇 해 전부터 ‘수시납치’라는 말이 있다. 수시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종합과 내신으로 이루어진다. 학생부 내신은 말 그대로 고등학교 교과(내신)성적으로, 학생부 종합은 학생부에 기재된 교과 성적, 비교과 활동, 출결, 교사의 평가, 면접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입학생을 뽑게 된다. 일단 수시에 원서를 넣고 합격하면, 수학능력시험을 보더라도 정시에 지원할 수 없다. 만약 정원이 차지 않으면, 정시로 이월해서 뽑게 된다. 

 

또한, 수행평가도 과감히 폐지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교과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된다. 수행평가는 서술형(논술형) 검사, 구술시험, 토론법, 실기시험, 연구보고서, 포트폴리오 등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되고 비중도 높다.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따라가고 수행하는 부분인데, 혼자 하기에는 매우 벅차 ‘고통평가’라고도 불린다. 여기서 컨설팅 업체가 낄 수도 있고, 부모의 도움이 작용할 수도 있다. 

 

비교과도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여러 항목 중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자동봉진) 등은 면접 당시에 질문하면 본인도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러한 항목도 대학 입장에서도 교육적 배경에 큰 도움이 안 되고,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이 잘 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여기에 오캄의 면도날(Occam's Razor)은 단순성의 원리로 불린다. 영국의 스콜라 철학자인 오캄의 윌리엄(William of Ockham)에서 따왔는데, ‘많은 것들을 필요 없이 가정해서는 안 된다’, ‘더 적은 수의 논리로 설명이 가능한 경우, 많은 수의 논리를 세우지 말라’라는 것이다. 현대에서는 설명은 단순한 것일수록 뛰어나며 불필요한 가정이 필요 없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우리 교육도 너무 복잡하고, 이미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원하는 대학 전형에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학령인구가 대폭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공부해야 할 과목 수를 대폭 통합 및 축소하여 단순화해야 한다. 대학에 가서 배울 수 있는 과목을 미리 고등학교 때부터 시험 준비를 위해 배울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물론 교육시장으로 내려오면 변질되겠지만, 오히려 사회에서 이용될 수 있는 과목을 대입과 관련 없이 배울 수 있도록 해 주는 정책이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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