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천의 디지털경제 이야기 <15> 데이터 주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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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간의 패권 싸움이 데이터 전쟁으로 옮겨가는 모양이다. 데이터라고 하지만, 안보 이슈와 직접적으로 물려 있다. 미국 의회가 중국 소유의 틱톡을 미국시장에서 퇴출을 위협하며 강제 매각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국가 안보를 저해한다는 이유이다. 미국 연방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에서는 틱톡이 미국의 정보를 수집하여 중국으로 보내고, 친 중국 선전을 전파한다는 안보적 우려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바 있다. 또한, 백악관은 연방정부 전 기관에 보낸 지침에서, 정부에서 발급한 휴대전화에서 틱톡을 삭제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수집한 데이터를 중국 내에 저장하여야 한다. 역외 전송시에는 중국 국가기관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미국 유럽 한국 등이 비교적 관대하게 역외 이동을 허용하는 것과는 달리 매우 엄격히 제도를 갖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요구할 시는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정부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법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미국의 경쟁력 있는 인터넷 서비스들이 세계를 점령하고 있지만 유독 중국에서는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는 페이스북과 구글도 사용 못하고 유튜브도 볼 수 없다. 우리나라 네이버와 카톡도 이용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공간을 안보상 중요한 전선으로 취급해,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감시에 의해 외국의 서비스를 철저히 배제하여 왔다. 인터넷 서비스 무역을 허용해야 한다는 WTO의 규칙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인터넷 주권’을 내세우고 철저하게 배타적 자세를 견지하여 왔다.
중국의 틱톡과 쉬인 테무 알리 같은 인터넷 업체들이 미국에서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미중간의 패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때 이 같은 중국 인터넷 서비스의 창궐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틱톡 서비스가 미국 데이터를 중국으로 이동하는 창구가 될 것이 심히 우려되고 있으며, 테무와 알리가 보관 관리하고 있는 미국 개인정보들이 중국으로 넘어 가고 있다고 의회가 시끄럽다. 중국에서 구글 페이스북 등등 미국 인터넷 서비스를 막았던 논리와 같은 맥락으로 미국도 ‘데이터 주권’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며 산업의 경쟁력이 데이터에 달려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서 데이터라는 아이템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자국의 데이터가 타국으로 넘어가서 관리되고 있다는 현상은 결코 몰라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국가 간의 산업경쟁력과 패권을 가를 결정적 요소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자유로운 데이터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경쟁력의 발판이라 여겼고 글로벌 전략을 이 기반 위에 설정하였다. 구글이 중국에서 쫓겨날 때, 당시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이 국제적 질서라고 주장하며 중국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국주도의 가이드라인은 중국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의 주장이 무색하게, 양국 간의 인터넷 지형이 바뀌었다. 이제 미국도 입장을 바꿔 ‘데이터의 주권'이 국제적 미래 패러다임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데이터 주권을 강조하는 움직임은 미국 뿐만 아니라 캐나다, 유럽연합, 영국 등 다른 국가들에서도 빈번하게 목도 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라 생각된다. 데이터의 ‘자유로운 흐름’ 시대에서 ‘데이터의 주권’ 패러다임이 뉴노멀로 정착되는 양상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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