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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사랑방> 이참에 나도 ′디지털 이민′을 가볼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12월26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12월26일 11시49분

작성자

  • 양창규
  •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 한국벤처창업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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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고 입소문난 드라마들을 공중파 아닌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게 된지 이미 오래다. 대체재인 유튜브도 국내 통계를 보면 카카오톡보다는 3배, 네이버의 5배, 인스타그램에 비해서는 8배나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러한 통계를 보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옆에 끼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Over The Top)를 애지중지하는 것도 이해도 되고, 한국인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랑이 각별하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러한 각별한 사랑(?)에 힘입어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티빙이 구독료를 20%이상 인상했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에 밀려, 그 동안 못했던 수익성 개선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안이다. 이미 대다수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은 구독료 인상을 마친 상황이다. ′무빙′이라는 드라마로 넷플릭스에 도전할 기회를 마련한 디즈니플러스는 기존 9,900원 요금제의 동시 접속인원을 줄이고 영상화질을 낮추는 동시에 새로운 13,900원짜리 프리미엄 서비스를 만들었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최강자인 네플릭스도 주소지가 다른 곳에서 이용하기 위해서는 5,000원의 추가요금을 지불하도록 하여 구독료 인상흐름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유튜브가 광고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의 구독료를 2020년 9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42.6%를 인상하면서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배신감으로 변하고 있는 듯 하다. 2018년 8,000원대의 구독료를 기준으로 한다면 1.7배 이상 구독료가 올랐으니 배신감도 느낄 만하다. 특히나 여러 개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꽤나 상당한 요금폭탄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스트림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 용어는 ′스트리밍′과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신조어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구독료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공감되는 신조어다. 잇따른 구독료 인상에 많은 구독자들이 서비스의 구독을 중단하거나 편법이나 꼼수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국가마다 구독료를 차별하고, 구독료 인상정책을 다르게 펼쳐지다보니 구독료를 아끼겠다는 일념으로 국적을 바꾸는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국적을 바꾸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디지털 이민′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구독료가 저렴한 다른 국가의 IP로 변경해 구독료를 결제하는 방법들이 공공연하게 홍보되고 있고, 이를 도와주는 대행업체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한국 차별 논란′도 또 다른 이슈이다. 유튜브의 경우 한국을 제외한 42개의 국가에서는 가족요금제를 출시하고 있다. 가족요금제는 계정소유자외에도 가족구성원이 함께 구독할 수 있어 개인요금제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또한, 구독료가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한 인도, 튀르키에 등의 경우 가족요금제를 무려 3,000원~5,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디지털 이민′을 고려할만한 충분한 동기로 보여진다. 유튜브 측은 ″국가별 물가 수준에 맞춰 다른 가격정책을 적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가족요금제를 이용할 수 없는 국가들이 한국, 베네수엘라, 벨라루스, 슬로베니아, 아이슬란드, 이스라엘이라니 납득할만한 공통점도 보이질 않는다. 사실상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기업의 경우 독과점 수준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선택권 보장이나 국가별 구독료 편차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차원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에 대해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디지털 물가 인상에 대한 우려의 메시지를 내는 모습에는 그나마 위안이 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제공기업을 강제할 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해결해야할 숙제일 것이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직후 당시 국내 많은 한국인들이 자신이 ′명예 아르헨티나인′이라면서 아르헨티나를 응원했고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는 메시에 열광했다는 기사를 접했던 생각이 난다. 이참에 나도 아르헨티나의 메시를 좋아한다는 핑계를 삼아 아르헨티나로 ′디지털 이민′을 가볼까?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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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2월26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12월26일 11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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