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續)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5> 나는 알고 있다. 네가 지난 여론조사에 찍은 후보를… (下)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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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졸저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중) |
“경선 여론조사 실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오늘 발표할 지역은 16개 지역입니다. …(중략)… 이번 (경선) 여론조사 결과 특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현직 의원 5명이 탈락했습니다.”
2016년 3월 21일,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여의도 당사에서 16개 지역의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이 서울 서초을 지역구 후보가 됐다고 밝혔다. ‘친박’인 강석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떨어진 것이다.
솔직히 좀 많이 놀랐다. 대구, 경북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보수 성향이 강한 동네에서, 입 가진 사람이라면 욕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친박 세력의 막장 공천이 횡횡했던 상황에서 친박 후보가 떨어질 줄이야. 더욱이 그 전날 바로 옆 동네인 서초갑에서 친박 중의 친박인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비박계인 이혜훈 전 의원에게 밀려 떨어졌다. 이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 17·18대 의원(2004~2012)을 했지만 19대에서는 김회선 전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밀려 공천받지 못했다. 보수의 아성인 곳에서 친박 후보 2명이, 그것도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이 나란히 떨어지다니?
조 전 수석은 세간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여자’라고 불렸고, 20대 총선이 끝난 뒤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임명될 정도로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다. 당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앞세운 친박의 공천 전횡은 크게 2가지 방법으로 요약할 수 있다는 게 여의도의 정설이다. △어떻게 장난(?)을 쳐도 이길 수 없는 상대는 아예 경선에 참여할 수 없게 미리 컷오프시키고 △친박 후보가 이길 것 같은 곳은 공정한 것처럼 보이도록 경선을 치르게 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때만 그랬던 것은 아니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역대 어느 권력 집단이든 자기편 후보에게 공천을 주고 싶은데, 여론의 눈치 때문에 대놓고 할 수 없을 때, 마치 공정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자주 쓰는 수법이긴 하다.
그래서 정말 아무도 강석훈, 조윤선 전 수석의 낙마를 예상하지 못했다. 어떻게 주판알을 튕겨도 이길 거라 확신했기 때문에 경선 지역으로 선정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변이 벌어진 것이다.
혹자는 “그것 봐라, 친박의 공천 전횡은 의혹일 뿐이고 사실은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경선 관리를 했다는 증거 아니냐”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결단코, 내 팔 하나를 걸고 말하는데, 앞서 말한 대로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옥새 파동’, 유승민 의원 찍어내기 등 무지막지한 공천 전횡을 생각하면 결단코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나는 해도 해도 너무한 막장 공천이 보수의 아성이라는 서초 지역 사람들에게까지 참을 수 없는 반감을 산 결과라고 확신한다. 앞서 말한 대로 경선 여론조사 업체는 1차 여론조사에서 답한 응답자들이 누구를 찍었는지 안다. 만약 내게 전화했던 것처럼 1차 여론조사 응답자를 2차 조사 표본에 포함을 시킨다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2차 여론조사를 하기도 전에 표본 추출만으로도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 이 업체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론조사 업체 중에는 앞서 말한 대로 분석 전문인력이 한 명인 곳이 상당수고, 그마저도 없어 등록 취소가 숱하게 벌어진 게 2017년이다. 이런 업체에 경선 여론조사를 의뢰하는 곳은 당이고, 당시 새누리당은 친박이 당권을 잡고 있었다.
1차 때 강석훈, 박성중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은 대체로 2차 때도 같은 답을 할 가능성이 크다. 1차에서 탈락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자타가 공인하는 친이계이고, 정옥임 전 의원은 비박으로 분류됐다. 두 사람을 지지한 표본을 아예 빼버리거나 수를 줄이면 그만큼 친박 후보를 반대하는 응답이 줄 수밖에 없지 않나. 더욱이 이런 말은 좀 미안하지만, 박성중 후보는 전직 서초구청장 출신이지만 한 번(2006~2010년)만 했고 이후 6년 동안 야인이었다. 친박 입장에서는 강석훈 전 수석이 진다고 생각하기 힘든 게 오히려 정상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뒤집힌 걸 보면, 1차에서 강석훈 전 수석을 찍은 사람들조차도 하도 기가 막힌 공천 전횡에 질려서 돌아선 게 아닌가 싶다. 옆 동네인 서초 갑에서도 조윤선 전 수석이 경선 탈락한 것을 보면 아마도 이런 분석이 맞을 것 같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진짜 나쁜 놈일수록 포장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처럼 꾸민다. 선거 후보를 뽑는 각 당의 경선 여론조사가 딱 그런데 워낙 관리가 부실하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장난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앞서 말한 대로 공직선거법에서 정당의 여론조사는 조사의 목적, 표본의 크기, 조사 지역·일시·방법, 전체 설문 내용 등을 선관위에 제출할 의무가 없다. 여기에 경선용 여론조사는 일반 공표용 여론조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여론조사로 분류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 ‘텃밭’이라 불리는 곳에서는 이 경선 여론조사에서 이겨 후보가 되는 게 사실상 국회의원 당선과 같이 여기는 곳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이렇게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상하지 않나?
정당 관계자들에게 이 문제를 지적하면 정당을 가리지 않고 똑같이 “현실적으로 그 많은 지역에서 후보를 정하는데 여론조사 말고 마땅한 방법이 없다”라고 한다. 나는 이 말이 아주 솔직하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그들은 말하지 않았지만, 문장 중에 ( )가 숨어 있다.
“현실적으로 그 많은 지역에서 후보를 정하는데 (우리가 원하는 후보에게 공천을 주려면) 여론조사 말고 마땅한 방법이 없다.”
이번 22대 총선 경선에도 비율의 차이가 있을 뿐 여론조사가 반영됐다. 그리고 상당수 지역에서 일반적인 생각과는 거리가 먼 결과가 나왔다. 사람의 마음은 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권력을 가진 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권력자가 마음대로 공천 전횡을 하지 못하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 의무와 권한이 권력자에게 있다. 그러니 자신이 불편해지는 일을 할 리가 없다. 문제를 알면서도 고칠 수가 없으니… 이 일을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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