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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 제대로 되고 있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1월10일 21시1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7시22분

작성자

  • 한상만
  •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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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금융개혁 제대로 되고 있나?

 

우리나라의 금융경쟁력이 우간다보다 떨어진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정말 개탄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각 국의 금융경쟁력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그 나라의 금융관련 전문가 및 종사자들이 스스로 매기는 경쟁력 평가지수이기 때문에 이는 더욱 중차대한 문제임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금융종사자들은 금융경쟁력의 혁신적인 제고를 너무도 목말라하고 있는데 정부는 그러한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혹은 듣고 있더라도 무시하는 정책을 펼쳐온 것이고 이러한 요구수준과 현실의 괴리(gap)가 우리나라의 금융경쟁력의 수준에 대한 평가점수로 나타난 것이다. 

 

금융정책도 경쟁상품이다

금융의 역할에 대한 논의부터가 문제다. 금융을 산업경쟁력의 지원에 더 중요한 비중을 놓고 개혁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더 중요한 방향으로 해서 지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논의는 핵심을 바라보지 못하는 논의라고 생각한다. 둘 중의 어느 하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금융당국의 정책을 상품으로 놓고 각 국의 금융정책 상품이 경쟁한다면 어느 나라의 금융정책 상품이 가장 혁신적인지에 따라서 그 나라의 금융 산업의 경쟁력이 결정되는 것이고 그 나라의 금융 산업의 경쟁력은 다른 모든 산업의 지원을 위한 금융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두 가지가 아니라 하나인 것이고 그것이 핵심이 아니라 금융정책이 다른 국가의 금융정책보다 얼마나 혁신적인 상품인가가 핵심인 것이다. 

 

2015년에 이루어진 금융개혁의 과정을 바라보면서 너무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아직도 우리나라의 금융당국이 세계 각국의 금융정책의 상품조차도 완전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금융정책, 대만의 금융정책, 홍콩의 금융정책, 싱가포르의 금융정책, 중국의 금융정책 등…….  우리나라는 당연히 아시아에서 한국을 금융허브로 만드는 것을 금융정책의 목표로 잡고 정책의 신상품개발과 상품혁신의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가장 뛰어난 두뇌들을 이들 나라들로 보내서 1년이고 2년이고 그들 나라의 모든 금융정책의 상품들을 배우고 이해하고 정보를 모으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보내는 정보들을 토대로 아시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금융정책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가며 한국의 금융정책이라는 상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시간이 부족하고 갈 길이 먼 데, 우리나라의 금융당국은 아직도 비공식적 행정지도와 같은 그림자규제를 없애기 위한 내부운영규정을 만들어서 꼭 실천하자고 다짐하는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의 혁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금융개혁을 위해서 꼭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혁신이 무엇일까?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감독원의 혁신이 필요하다.

2015년 금융개혁위원회에서 가장 첫 번째 과제로 금융회사 검사. 제재 개혁을 선정한 것은 너무도 정확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금감원의 검사와 제재 때문에 금융회사가 보신적 행태를 지속하고 우리나라의 금융 경쟁력이 낙후된다는 말을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이구동성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금감원의 금융검사 · 제재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혁신의 시작점이다. 그러나 조직의 변화와 혁신 없이 단순히 방식과 행태만의 변화를 통해서 진정한 금융개혁을 이룰 수 없다. 즉, 금융감독의 진정한 혁신은 금융감독원 조직의 혁신적 변화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 특히 작년 6월말에 실시했던 금융개혁 100일 서베이(한국 갤럽)에서도 나타났듯이 금융 감독의 비공식 행정지도가 근절되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21.9%에 불과하며 금융개혁의 체감도가 보통이거나 별로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비율도 58.1%에 이르는 등, 금융개혁의 체감도가 낮다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금융 감독의 진정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조직에 대한 변화가 필수적이다. 홍콩 금융청에서 하듯이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내용을 평가해서 각 금융회사의 전반적인 리스크의 차이에 따라서 리스크가 높고 리스크에 대한 관리능력이 낮은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강화된 감독을 해야 한다. 또 그렇지 않은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상시감사에 중점을 두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금융감독원 조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검사 및 제재관련 인원을 대폭 감소시키고 이들을 금융선진화를 위해 해외선진금융제도와 기법을 각 금융기관에 전파하는 컨설팅 조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들을 세계 각국의 금융당국에 파견해서 선진 금융정책상품을 배우고 우리나라의 금융정책의 혁신을 주도해나가는 조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다시 선진 금융시스템과 선진금융기법을 각 금융기관에 전수해주는 컨설턴트의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 허가제 보다 준칙주의 적용

둘째는 핀테크산업에 대해서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는 혁신이 필요하다.

작년 12월에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 2곳의 인가를 통해서 23년 만에 새로운 은행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IT와 금융융합 관련 금융혁신의 정도를 아시아의 국가들과 비교한다면 아직 너무도 낙후되어있다. 이미 일본에선 jibun Bank, The Japan Net Bank, Daiwa Next Bank, Sony Bank, Seven Bank, AEON Bank, Rakuten Bank 등 7개 이상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되어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이제야 2곳을 사전인가를 준 정도의 혁신수준이어서는 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되기에는 너무도 갈 길이 멀다. 특히 핀테크는 새롭게 금융산업이 재편될 수 있는 전환기의 대표적인 상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동안 세계금융의 기존 강자들과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는 아주 드문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산업전환기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면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산업전환기의 기회를 활용해서 우리나라의 금융경쟁력을 혁신하려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을 정부가 허가권을 주는 방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설립기준에 맞는다면 은행이 타업종과 합자를 하든지, 비은행 금융회사들이 하든지, 산업자본이 하든지, 은행 스스로 만들던 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경쟁자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어야 한다. 결국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시장의 정부들과 누가 더 혁신적인 핀테크산업과 관련된 금융정책상품을 만들어내는지의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역간의 경쟁 촉진

마지막으로 금융권역간의 경쟁이 가능하도록 혁신이 필요하다.

한국의 금융경쟁력을 대만과 비교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금융권 전문가들은 대만에 비해서 한국의 금융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금융경쟁력 낙후의 주된 이유는 금융권역별 내에서의 경쟁에 초점을 맞춰온 우리나라 금융정책의 방향에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평균 ROA는 0.4%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국 은행들의 ROA는 평균적으로 1% 내외임). 이러한 낮은 ROA상태에서 한국에 투자하는 해외금융자본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낮은 ROA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은행들의 경우 총이익 중 이자이익 비중이 90%에 근접하는 상황에서(해외 주요국의 경우 60-70%수준임) 순이자마진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국 1.7% 미국 3.1%). 외국의 성공적인 은행들의 경우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한 비이자이익 부분의 확대(미국 웰스파고은행 50%이상)를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고 있는데 비해서 한국의 은행들은 대부분의 수익이 이자수익에만 치중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은행들의 ROA를 높이고 외국의 금융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산업으로 혁신을 하기위해서는 금융권역별 경쟁의 차원이 아닌 금융권역간의 경쟁을 통해서 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가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금산분리의 대원칙 하에서 산업자본과 금융의 결합을 금기시하는 금융정책을 완화해서 최소한 인터넷전문은행설립에 적용한 완화된 금산분리의 원칙을 적극적으로 전체 금융산업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으며 금융지주회사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금융권역간 새롭고 창의적인 금융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결국 특정한 산업이 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그 나라 정부가 그 산업에 대해서 펼치는 정책상품이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일 때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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