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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권위, 학생의 인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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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3월16일 20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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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권보호법은 후안무치한 법이다. 학생들 앞에 내놓기 부끄러운 법이다. 

 

지난 번 칼럼을 읽은 독자들께서는 매우 의아해하실 것이다. 필자는 교권보호법(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제법 강하게 옹호하지 않았던가?

 

 그랬다. 필자는 교권보호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권보호법이 학생들이 저지르는 교권침해행위를 일정 정도 막아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왜 교권보호법을 비난하는가?

 

학생의 권리보호를 위한 법이 부재한 상황에서 교사의 권위보호를 위한 법만을 제정하는 것이 부당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생의 권리를 위한 법률을 먼저 제정하거나 적어도 교권보호법과 함께 제정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2.

학생들은 오랫동안 학교(교장, 교사 등)로부터 자신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 당해 왔다. 상황이 많이 개선되었다지만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 이로 인한 학생들의 고통이 아직 크다. 대표적인 것 두 개만 말해보자. 아직 우리나라 학생들은 자기 신체의 일부분인 머리카락을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권리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복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은 학생들이 마음대로 해도 타인에게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해롭지 않은 것인데 학생들이 자기 뜻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우리 학생들은 정규수업이 종료된 후에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강제적으로 진행되는 보충수업 등으로 인해 정규교육과정 이후에도 학교에 붙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상황은 개선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권리침해의 대표적 사례들은 상황이 꽤 좋아진 것이 분명하다. 특히 서울의 경우가 그러한 편이다. 하지만 나라 전체로 보면 아직 크게 부족하다. 서울의 경우도 선진국에 비교하면 창피스러울 정도다.

 

우리는 왜 학교폭력예방법을 제정해야 했는가? 학생들 사이의 관계를 학생의 선의에만 맡겨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왜 교권보호법을 제정하였는가? 교사를 대하는 학생의 태도를 학생의 선의에만 맡겨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이것이 현실이다. 대개의 경우 학생들은 착하고 순수하지만 규율이 없으면 학생들은 종종 악한 아이가 된다. 규율이 없으면 학생들의 문화는 종종 폭력적이고 가학적으로 변한다. 

 

학생들의 나쁜 행위를 막기 위해 학교폭력예방법과 교권보호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했다면 학교의 나쁜 행위를 막기 위한 법 또한 필요하다. 이것을 교장과 교사의 선의에만 맡겨두는 것은 바림직하지 못하다. 많은 경우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학교의 행위는 입시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한 것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갖고 행해진다. 그것들이 실제로는 입시에 별다른 힘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러한 명분은 상당한 힘을 갖는다. 입시경쟁이야 당장 없앨 수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 입시경쟁이 학생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서울과 경기 등 일부 지방자체단체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했다. 그리고 그것은 학생의 권리보호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하지만 그것은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에 비해 강제력이 현저히 약하다. 그리고 그 효력이 전국으로 미치지 못한다. 학생인권조례를 발전시킨 학생인권법을 국회에서 제정해야 한다. 

 

학생인권법의 제정이 학생들을 방자하게 만들 수 있다고 염려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타당한 걱정이다. 단기적으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그 반대일 수 있다. 학생인권법의 제정은 학교폭력과 교권침해를 줄이는 데 오히려 기여를 할 수 있다.

 

학교폭력이 왜 기승을 부렸는가? 학교의 규율이 학생의 사적인 행위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정작 필요한 부분에서 규율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어떤 경우에 교사들에게 심각한 반항심을 갖게 되는가? 머리카락이나 복장 같은 사적인 문제로 질책을 받을 때다. 이 경우에 학생들이 교사에게 갖는 부정적 감정은 수업시간에 자신을 통제하려 드는 교사에게 갖는 부정적 감정에 비해 현저히 크다.   

 

학생인권조례의 취지를 발전시킨 학생인권법이 제정되면 학생과 교사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무가치한 일에 낭비되던 학교의 에너지를 한층 더 가치 있는 일에 돌릴 수 있다. 그리고 학생인권법이 학생들에게 주는 잘못된 신호는 교권보호법에 대한 교육을 통해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학생인권법의 제정으로 인한 교육적 효과, 예컨대 학생들의 인권의식의 성장은 그 자체로 매우 가치 있는 것이다. 

 

3.

교권보호법은 학생인권법과 공존해야 한다. 그래야 두 법의 긍정적 측면이 커지고 부정적 측면이 최소화될 수 있다. 

 

교육부가 교권보호에 대한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12년부터다. 그런데 당시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대했다. 교권침해행위가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지 않았던 지자체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교권침해행위의 주된 원인이 학생인권조례에 있는 것처럼 태도를 취했다. 당시의 교육부는 교권이 침해당하는 것에 대해선 심각하게 문제의식을 느끼지만 학생인권이 침해당하는 것에 대해선 아무런 문제의식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당시 교육부는 균형을 상실하고 한쪽에만 치우쳤다. 이제라도 교육부는 학생인권법의 제정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교사의 권위와 학생의 인권은 함께 공존해야 한다. 학생인권법 없이 홀로 존재하는 교권보호법은 후안무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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