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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가능성의 실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4월08일 21시21분

작성자

  • 나은영
  •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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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 되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과 함께 당선가능성을 물은 결과를 발표하곤 한다. 대체로 박빙의 승부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 또는 예상 밖의 지지율 결과가 나올 때 당선가능성을 추가로 묻는 경우가 많다. 당선가능성은 과연 지지율과 어떤 면에서 어떻게 다를까?

 

□ 당선가능성은 타인의 의견에 대한 지각을 포함한다

누구를 지지하는지에 대한 응답의 총합이 지지율이라면, 당선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포함하여 ‘다른 사람들이 대체로 누구를 더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지’를 추론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따라서 당선가능성에는 ‘타인의 의견에 대한 지각,’ 특히 그 중에서도 변화의 방향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착시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의 사례로, 2002년 대통령 선거 직전 여론조사들을 살펴보자. KBS와 한국갤럽이 전국 1047명 유권자 대상으로 실시한 지지율 조사 결과는 노무현 후보 43.5%, 이회창 후보 37.0%였고, MBC와 코리아리서치센터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지율 결과는 노 후보 42.1%, 이 후보 35.8%였다. 또한 SBS와 TNS가 전국 1000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지율 조사에서도 노 후보 45.7%, 이 후보 38.6%로서, 세 조사 모두에서 노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선가능성’을 물은 조사 결과는 이 후보 58.2%, 노 후보 28.0% (KBS), 또는 이 후보 61.0%, 노 후보 27.1% (SBS)로서, 이 후보가 2배 이상 높았다. 최종 결과는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나타나, 당선가능성보다 지지율 조사가 더 정확했음이 밝혀졌다.

 

□ 당선가능성은 변화의 방향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대세’의 지각이다

당선가능성은 한 마디로 ‘현재 대세로 보이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묻는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나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할 정도로 부각되지 않은 변화는 잘 반영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라는 사회심리학적 개념과 관련이 있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라고 믿는 ‘합의 착각(false consensus)’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나는 이미 변화한 (또는 앞서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아직 내 생각을 따라오고 있지 못할 것이다’라고 믿지만 (즉, 자신의 의견이 특별한 소수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다수인 현상을 가리킨다.

이와 유사한 착시는 여당, 야당과 무관하게 나타날 수 있다. 2002년 대선에서는 여당이었던 이회창 후보 쪽의 착시가 드러났다면, 2012년 총선에서는 서울 한 지역구 야당 후보 쪽의 착시가 드러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당시 김용민 후보가 그 당시의 이른바 ‘막말’ 파문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높아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낙선이었다. 해당 선거구의 유권자들은 이미 그의 막말로 인해서 마음속으로는 그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철회했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아직 그 후보를 많이 지지할 것으로 생각해서’ 여론조사시 본인이 지지를 철회했다는 의견을 잘 표명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다수였다는 사실이 개표 결과로 나타났다.

미세한 변화의 방향은 판세를 겸허하게 직시할 때 발견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관계없이, 본인이 대세라고 생각하여 조금이라도 방심하거나 오만한 마음이 혼재할 경우, 변화가 잘 읽히지 않는다. 실제 선거 상황에서는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있는 경우가 많아 본인의 당선가능성이 더 커 보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방향으로의 변화가 인지되기는 더욱 어렵다.


□ 응답률을 충분히 고려한 지지율이 중요하다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총선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대개 10% 안팎이다.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본이 모집단을 얼마나 잘 대표하는가 하는 점이다. 10% 정도의 응답률이 해당 지역 유권자 전체를 대표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그나마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표집 방법이 정교하고 그대로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여론조사가 진행될 때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는 무작위 표집보다 편의표집을 하는 경우도 많고, 무작위 표집을 했으나 조사원이 의견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편의표집처럼 변형되는 경우도 일일이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대선과 달리 각 지역별 의견이 중요한 총선에서는,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할 때 휴대폰 번호만으로는 지역을 가려내기 어려워 각 지역의 가구 전화번호를 활용한 여론조사가 많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특정 시간에 집 전화를 받을 확률이 높은 사람의 응답률이 높아지고, 사무실에 출근하여 전화를 받지 못하는 사람의 응답률은 낮아진다. 여러 자료를 동원하여 응답자 분포 등을 교정한다 해도, 해당 지역 유권자 전체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유권자들이 언론에 보도되는 여론조사 자료를 참조할 때, 응답률과 표집 방법 등도 함께 참조하는 것이 좋다. 또한, 여론조사 표본이 해당 지역의 유권자 모집단을 충분히 대표한다고 생각되면, 그 이후 당선가능성보다는 지지율이 해당 시점의 실제 상황을 조금 더 정확히 나타내고 있다고 보는 것이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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