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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재창조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03월21일 16시26분
  • 최종수정 2017년03월21일 16시26분

작성자

  • 김낙회
  • 서강대 초빙교수, 前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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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일본 여행을 자주 하게 되었다. 작년에는 겨울의 눈 사진을 찍기 위해  설경이 아름다운 아오모리에 갔었고 요즘 문화 투어로 각광받고 있는 예술의 섬 나오시마에 다녀왔다.  그리고 올 초에는 가고시마 온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갈 때마다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향토 색 짙은 문화와 음식을 접하고 많은 자극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본 것은 일본의 지역활성화 프로젝트다. 일본은 고령화와 저 출산, 그리고 이농 현상으로 농어촌의 조로현상을 우리보다 일찍 경험했다. 빈 집, 빈 학교, 공터는 늘어가고 있고 노인들만이 지키고 있는 노화된 마을을 어떻게 하면 활기차게 개조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다. 여기에 장인정신으로 혼신을 다해 한 마을에서 하나의 세계적 명품을 만들자는 일촌일품(一村一品)운동이 더해지면서 일본의 지역 경제 발전과 관광 활성화가 탄력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던 아오모리의 토와다 현대 미술관은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도시 자연 그리고, 공생이라는 주제로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이 미술관은 실내 전시와 야외 설치 작품뿐 만 아니라 거리풍경 전체가 작품처럼 느껴졌다. 오래 전에는 무사들의 말을 키우던 외진 곳, 인구 6,500여명의 이 작은 마을이 매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예술의 도시로 탈 바꿈 한 것은 바로 이 미술관 덕이었다. 

토와다 미술관과 함께 예술에 의한 지역 활성화 모델 케이스로 자주 얘기 되는 곳이 바로 폐광 촌을 개발하여 예술의 섬으로 바꾼 나오시마다.  쿠사마 야오이의 호박 작품과 땅속에 만든 지쭈 미술관, 민가를 개조해 만든 아트하우스 등 볼거리도 많았지만 내가 관심 있었던 것은 누가 이런 발상을 했는가 하는 것이었다. 우리를 안내 해주던 여행사 사장의 얘기를 듣고서야 그 의문이 풀렸다. 그 핵심은 나오시마 섬에 있는 베네세 호텔의 오너인 후쿠다케 회장이었다. 출판업과 교육사업을 하던 그는 나오시마와는 오랜 인연이 있었고 문화에 대한 철학과 함께 예술계에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안도 다다오 라는 당대 최고의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기고 최고의 작가와 작품 전시를 하겠다는 야심 찬 발상을 했다. 또한 민간이 살던 폐가를 개조하고 땅속을 파서 미술관으로 만들겠다는 남 다른 상상력의 소유자 이기도 했다. 여기에 그 꿈을 실현시킬 만한 재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는 대목에서 역시 역사는 사람이 만든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한 사람의 꿈이 인구 3,100여명의 작은 폐광 촌을 매년 50만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현대 예술의 성지로 만든 것이다.

 

금년 초 가고시마에 들렀을 때 들었던 고구마 소주 “야네당”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1년에 딱 4,000병 만 생산하고 그것도 예약 판매만 한다. “야네당” 브랜드는 야나기다니(柳谷)의 가고시마 사투리인데 지역의 명예를 걸고 일본 최고의 소주를 만들겠다는 이 마을 노인들의 장인정신이 빚어 낸 특급 제품에 예약 한정 판매라는 독특한 마케팅 기법이 더해져 크게 성공했다. 이 마을 노인들에게 높은 수익은 물론 활력 있는 삶을 누리게 해준 것은 말 할 나위 없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 마을의 빈집을 영빈관으로 개조하여 전국 공모를 통해 예술가를 유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했다. 주민 300여명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마을에 예술 축제를 열어 관광객 유치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그 결과 30대의 젊은 아티스트부터 60대의 사진 작가까지 7명의 예술가들이 이 마을에 이주 하여 예술 활동을 시작함으로써 이 마을이 점차 활기를 되찾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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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 있는 간사이 대학 이용숙 교수로부터 들었던 초 고령화 사회를 극복하는 농촌 마을의 혁신 사례는 더욱 흥미 진진했다. 일본 전국 고급 레스토랑에 “카미카츠 잎새” 라는 브랜드로 320여 종의 다양한 잎새를 공급하는 마을 얘기다. 토쿠시마 현의 카미카츠쵸 마을에는 주민 2,200여명이 살고 있는데 그 중 절반이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잎새 비즈니스로 200여 농가의 년간 소득액은 30억원 이고 년 수입 1억 원을 올리는 할머니도 등장 했다고 한다. 양로원이 정원 미달로 폐쇄되고 노동으로 인한 노인들의 질병 감소는 물론 덤으로 U턴 인구까지 늘어 났다. 이 사업 아이디어는 마을의 농협 영농지도원이 음식점에 갔다가 음식과 함께 식기에 담겨있는 잎새를 보고 “ 이쁘니까 집에 가져 가자”라고 하는 손님들의 얘기를 듣고 착안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일본의 지역활성화 프로젝트는 정부 주도라기 보다는 지자체와 민간 그리고 지역 주민의 협력으로 이루어진 케이스가 많다. 즉 풍부하고 다양한 자연,향토의 전통산업과 문화에 장인정신이 더하여 이루어 진 것이 대부분이다. ”행정과 보조금에만 의존하면 감동이 없다”고 말하는 가고시마 야네당의 노인얘기를 경청 할 필요가 있다. 점점 줄어드는 농촌 인구와 노령화에 대비하고 저 성장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있다. 지역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지역 주민의 삶의 질 을 향상 시키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지역에는 나름대로 고유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지역의 전통 있는 문화와 특산품을 스토리 化 하고 디자인과 마케팅을 믹스시킨다면 훌륭한 컨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 어떻게 추진 할 것인가?
첫째 마스터 플랜 수립과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에서도 지자체 별로 이러한 지역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곳이 많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일회성, 이벤트성이 많고 지자체 장이 바뀌면 다시 리셋하는 것이 문제다. 지자체와 지역 주민 그리고 마케팅 및 디자인, 커뮤니티 전문가 등이 모여 중장기 마스터 플랜을 만들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무엇이 지역적 특성이고 역사성인지? 지역 고유의 자연 환경과 고유한 특산품은 무엇인지? 명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나 도구는 어떤것인지 등 주민들과 함께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마케팅 전문가를 총 감독으로 영화 한 편을 만들 듯 시간이 걸리더라도 5년 10년 꾸준히 실천해가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지자체장이 바뀌어도 손을 댈 수 없도록 사전에 주민협의회와 장치를 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민간 기업이나 문화, 마케팅, 디자인 전문가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지역 디자인이나 지역 리브랜딩 작업은 전문가의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의 무인양품(無印良品) 의 하라겐야 디렉터는 “사가와글와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늘어가는 공터를 이용하여 중고 컨테이너를 사용한 도서관, 상점, 커뮤니티 센터 등을 만드는 일에 관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유명한 전시 디자이너인 사토타쿠도 쓰나미가 훑고 간 동북부 폐허를 재생하는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호시이모 학교 프로젝트 등 지역 복원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세 번째는 장인정신이다. 물건이나 서비스에도 혼이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최고 제품,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정신. 감동을 주고 다시 또 찾게 만드는 서비스 정신이야 말로 우리에게 지금 가장 부족한 자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지역에서 나는 고유한 제철 식 재료와 셰프의 장인정신이 합쳐지면 지역 명품 음식이 되는 것이고 지역 토산품도 이와 같이 탄생할 것이다. 다만 토산품의 배타적 권리를 존중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만 전국 관광지 어디서나 전부 똑 같은 제품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다. 또한 비슷비슷한 지역 축제나 어디서 본듯한 지역축제 홍보 방식도 반드시 극복 해야 할 과제이며 독창성을 살리고 특화 시키는 것 역시 장인정신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
즐거운 것, 맛있는 것, 귀중한 체험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갈 것이다. 
미래의 동력을 찾기 위해 지역을 재 창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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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7년03월21일 16시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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