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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이 탄생하려면 <6> 조직문화의 변화가 신산업 탄생의 선결조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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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10월23일 17시46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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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신산업을 여는 데 앞장선 아이콘으로 추앙받는 스티브 잡스가 입버릇처럼 내뱉던 말이 “다르게 생각하라 (Think differently)”였다고 한다. 같이 일한 동료들에게도 그리고 본인 자신에게도 마법을 걸듯이 한 말이라는 것이다. 속된 말로 지금 시대를 표현할 때 스피드의 시대라고도 한다. 기술적 변화도 빠르고, 신산업에 태어나고 다시 그 신산업을 추월하는 신산업이 탄생하는 시간도 빨라지는 그런 시대이다. 더욱이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3D프린팅 등의 새로운 기술들이 주도하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변화가 바야흐로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신산업이 탄생하는 스피드가 더욱 빨라질 것임은 자명하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고, 특히 계속 새로운 것을 찾는 젊은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신산업들의 입장에서는 매일매일 새롭고 다른 생각으로 일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필자는 종종 우리나라가 이렇게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정치, 경제적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그동안 남들이 이루어놓은 성과를 빠르게 배워서 세상에 존재하던 기존 산업들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놓는 데는 우리나라만큼 성공한 나라고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기존 산업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만들고 발전시켜 온 모든 사회, 경제적 제도들이 우리들로 하여금 ‘다르게 생각하게’ 하는 기능을 퇴화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하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정부도 기업도 매우 잘 짜여 있는 조직이 압도하고 있기에 그 조직 속에서 일하는 개개인들의 개성은 함몰되기 일쑤이다. 그래서 아무리 새롭고 좋은 생각을 가진 창의력 있는 젊은이들이라도 그런 젊은이들이기에 치열한 경쟁을 뚫어내고 들어갈 수 있는 정부 부처라든지 대기업이라는 그야말로 효율적인 좋은 조직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창의성은 사라져 버리고 조직문화에 묻혀 버리고 만다는 지적들을 종종 듣는다. ‘상명하복’이라는 표현이 살아 있고 ‘일사불란’이라는 표현이 매우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리 사회 속에서 그것도 위계질서가 잘 세워져 있는 우리 정부와 공공기관 그리고 대기업들의 조직문화 속에서는 ‘변화를 수용하여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조직 속에서 소외되기 십상이다. 이런 곳에서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진 매우 새로운 생각들이 묻혀 버리게 되고 결국 신산업의 탄생은 요원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아직도 소수일지 모르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세상의 빠른 변화를 수용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를 펼 수 있게 만드는 조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이런 조직들이야말로 기존의 사회, 경제적 질서를 이끌어가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받아들여지고 그래서 새로운 산업의 탄생이 가능한 곳일 것이다. 물론 IT서비스, 인터넷서비스 계통에서는 이미 이런 새로운 조직들이 수없이 등장하고 있겠지만, 기존 기업이나 문화계에서도 이런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이 든다.

YG 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양현석 대표는 기업의 운영철학으로서 구성원 각자가 개성 있게 일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보잘 것 없어 보이던 기업이 연 매출 5,000억원 가까운 작은 기업그룹으로 커가는 것만 보더라도 시대에 부응하는 조직문화를 창출해 내고 있다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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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쪽이니까 그런 특성을 가질 수 있다고 치부한다면 다른 대표적인 사례로서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회장이 떠오른다. 그는 2015년 올해의 경영자상을 받고 그 소회를 말하는 자리에서 그 회사의 히트상품 ‘쿠션’의 최초 아이디어가 차장급에서 나왔고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이 오랜 시간과 정력을 투자했다고 털어놓았다. 차장급이 내어놓은 아이디어에 상당한 기업의 운을 맡겼던 서 회장의 배포가 매력 있게 다가왔다.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는 큰 조직이 힘을 잃는 것이 어쩌면 정상일지 모른다. 신입사원들이 아무리 새로운 창의성을 들고 왔다 하더라도 상사나 선배들의 판단력과 경험에 기가 죽기 일쑤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상사나 선배들이 한 발만 물러난다면 그런 경륜에 신입사원들의 창의성을 결합하여 시너지를 얻는 길이 열릴지 모른다.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실리콘밸리의 뛰어난 기업들은 항상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안테나를 세워놓고 세상 밖의 새롭고 다른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자신들 속으로 흘러들어 올 수 있게 하는 이른바 ‘오픈 플랫폼 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기업 내부에서 일하는 조직원들의 창의성이 매몰되지 않도록 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한 때 IT 분야의 새로운 기기나 서비스를 시험적으로 내놓는 ‘테스트베드’로서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그 기능이 지금은 오히려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중국이 가진 소비자의 수를 감안할 때 이런 테스트베드로서의 역할이 넘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중국의 새로운 산업이 태어나는 대표적인 곳들인 중관춘, 화창베이 등에서의 문화가 점점 더 ‘오픈 플랫폼 문화’로 바뀌어가고 그만큼 더 많은 신산업들이 태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은 두려운 일이다.

오늘의 한국경제와 한국산업을 만들어 낸, 참으로 역할을 잘 해 온 조직들이기에 그것들을 바꾸는 것을 망설이기에는 지금 다가오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고 변화의 폭이 너무나 큰 것으로 느껴진다. 정부도 기업도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의 조직문화를 과감하게 바꾸어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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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10월23일 17시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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