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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기자의 유쾌한 명상 체험기 쉐우민 이야기 마흔한 번째 이야기 호흡과 수행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4월07일 17시28분

작성자

  • 김용관
  • 동양대학교 교수(철학박사), 전 KBS 해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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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파니샤드의 호흡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탈출구는 많지 않아 보인다. 하던 일을 툴툴 털어버리고 잠시나마 어딘가로 표표히 떠나버리면 좋겠지만, 그렇게 마음먹기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 저기 온라인 공간에서 ‘마음을 쉬라’고 조언하지만 어떻게 마음을 쉬어야 하는지 알아먹기 쉽게 가르쳐주는 곳은 없다. 명상은 마음 쉬기의 전형적인 노하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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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 인터넷 등의 자료만을 통해 독학으로 명상을 익히기란 무척 어렵다. 마음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시정 간에 명상을 가르치는 곳이 적잖다. 최근에는 헬스나 골프클럽처럼 회원제로 운영되는 명상클럽도 생겨났다. 명상을 가르치는 곳마다 다양한 노하우가 있는 것 같다. 그 다양성만큼이나, 명상법은 수백 수천 가지일 수 있지만, 공통점은 있다.

  거의 모든 명상이 거의 예외 없이 호흡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어떤 명상은 숨쉬기의 길이나 강도를 조절하는데서 시작하고, 또 어떤 명상은 숨쉬기에 소리를 싣거나 관념을 얹기도 하며, 또 다른 명상은 숨을 참거나, 단위 시간 당 호흡수를 줄이는데 포인트를 두기도 한다. 숨쉬기에 그토록 다양하고 현란한 기교가 가능하다는 점이 참으로 놀랍다.

  호흡을 이용한 다양한 명상법들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파니샤드’에 가서 닿는다. 인도 대륙에서 명상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적어도 4천5백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인더스 문명 모헨조다로-하라파의 유적에서 명상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새긴 인장이 증거로 발굴되기도 했다. 

  오랜 명상의 역사를 관통하는 명상의 노하우는 무엇이었을까? 알 수 없다. 다만 수천 년 베다시대의 세계관에서 오랜 노하우의 역사를 가늠할 뿐이다. 베다는 우주를 생성-유지-파괴의 

과정을 반복하는 거시적 전체로 봤다. 인간은 제사를 통해 그 과정에 개입할 수 있다. 제사행위는 그래서 매우 중요한 숭배형태가 된다.

  ‘우파니샤드’는 ‘가까이 와서 앉다’라는 뜻인데, 비밀스런 노하우를 귓속말로 전하는 광경을 연상시킨다. 우파니샤드는 ‘베단타’라고도 불리는데 ‘베다시대의 끝’을 의미한다. 베다시대를 마무리하는 사상의 정리와 집대성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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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사상의 마무리 시대에는 자유롭고 대담한 사변이 가능하다. 베단타 시대가 그러하다. 제사는 왜 지내는가? 우주 전체인 브라만에 대한 숭배 아닌가? 그렇다면 숭배의 정신이 중요치 않은가? 꼭 제사를 안 지내도 그 마음가짐이 경건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이렇게 우파니샤드는 제사행위보다는 제사의 정신을 강조한다. 우파니샤드는 한 발짝 더 나가 그런 정신의 주체인 인간을 ‘작은 브라만’이라고까지 본다. 그 작은 브라만, ‘아트만’은 곧 ‘브라만’이다. 

  베다는 오래전부터 브라만의 생성-유지-파괴를 우주의 호흡이라고 봤다. 그처럼 아트만 역시 들숨-정지-날숨의 호흡에 의해 유지되지 않은가? 힌두교의 많은 명상들이 이렇게 호흡과 연관된다. 호흡과 호흡의 과정에 대한 집중을 통해 아트만은 브라만이 된다. 호흡을 명상의 중심에 두고 에너지의 샘인 몸의 특정 부위, 차크라를 일깨우는 등, 요가 등의 다양한 수행법이 전래되고 있다. 그런데 테라바다의 사념처는 이런 전통과는 사뭇 다른 수행법이다.

 

  아나빠나 사띠

  요가의 호흡법과 사념처는 어째서 다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띠의 있고 없고’가 차이점이다. 테라바다 부디즘에도 당연히 호흡명상이 있다. 사념처를 설명하면서 불교의 호흡명상인 

‘아나빠나 사띠’를 설명하지 않을 순 없다. 

  초기경전 중 호흡명상에 대한 주요 세 가지 경전이 있는데 ‘수행3경’이라고 불린다. ‘대념처경’, ‘염처경’, 그리고 ‘들숨날숨에 사띠하기 경’이 그것이다. 그 세 가지 경전에 공통된 키워드가 ‘念’ 즉 ‘사띠’이다. 

  사띠 명상, 또는 위빠사나 명상은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대상으로 그 대상을 통찰하는 명상이다. 몸을 대상으로 사띠하는 ‘身念處’이다. 신념처에 14가지 대상이 있는 데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대상이 호흡이다. 호흡은 몸에서 일어나는 ‘사건’ 중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일어나는 사건이다. 이를 대상으로 하는 명상법은 매우 단순하다. (호흡을 알아차림으로 하지 않고 호흡에 집중만 하면 사마타 명상이 된다.)

  단순하다고? 정말 그렇다. ‘아나빠나 사띠 경’(맛지마 니까야)의 첫머리를 인용해보자.

 

“들이쉬는 숨이 길면 ‘길게 들이 쉰다’고 꿰뚫어 알고, 내쉬는 숨이 길면 ‘길게 내쉰다’고 꿰뚫어 안다. 들이쉬는 숨이 짧으면 ‘짧게 들이 쉰다’고 꿰뚫어 알고, 내쉬는 숨이 짧으면 ‘짧게 내쉰다’고 꿰뚫어 안다. ‘호흡의 전 과정을 경험하면서 들이쉬리라’며 공부 짓고 ‘호흡의 전 과정을 경험하면서 내쉬리라’며 공부 짓는다. ‘호흡을 고요히 하면서 들이쉬리라’며 공부 짓고 

‘호흡을 고요히 하면서 내쉬리라’며 공부 짓는다.”(아나빠나 사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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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하지 않은가? 이후 주석가들은 수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한 호흡을 여섯, 또는 여덟 단계로 나누어 단계마다 친절한 설명을 붙이기도 한다. (청정도론의 예 ; 헤아림-연결-닿음-안주-주시-환멸-청정-되돌아봄)

  하지만 본인이 느끼기론 그 친절함들이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다. 아무튼 초기불교에서 아나빠나 사띠의 지위는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하다. 주석서들은 이 호흡 명상을 통해 얻은 초선이 붓다의 깨달음의 초석이라고까지 언급하면서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아난다 등 직계제자들도 이 수행법을 통해 아라한과를 얻었다고 적고 있다.

  아나빠나 사띠 수행법은 현대불교에서도 가장 쉬우면서도 중요한 수행법으로 강조하고 즐겨 가르치는 명상법이다. 미얀마 마하시 센터와 그 방계 센터들에서도 아나빠나 사띠를 매우 강조한다. 

  위빠사나 수행처 중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파급돼 있는 고앤까 센터에서 가장 전형적인 예를 볼 수 있다. 고앤까 센터는 ‘10일 집중수행’을 강조하는데, 수행자들은 처음 3일은 아나빠나 사띠만, 나머지 7일은 몸의 느낌을 대상으로 하는 ‘바디 스캔’을 한다. 아무튼 호흡명상은 모든 명상의 기본이 된다는 점은 확실하다. 어떠신가? 들이 쉬고 내 쉬는 숨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생각되지 않으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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