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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습관병이 유전병인가 ?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4월17일 21시11분
  • 최종수정 2017년05월26일 15시12분

작성자

  • 류영창
  • 대한건설진흥회 사무총장, 건설진흥공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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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생활습관병이 유전병인가 ?

 

 

 □ ‘성인병’ 이 ‘생활습관병’ 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암, 뇌졸중, 심장병’ 등이 40~60세 정도에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성인병’ 으로 불렸었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 이러한 병은 유전적, 체질적 요인과 같은 외부적 요인도 작용하지만, 생활습관이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젊은이나 어린이에게서도 나타나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일본에서 1997년에 ’생활습관병‘이란 새로운 명칭을 도입하게 되었다.

   ’성인병‘ 이라는 용어의 개념에는 “나이 먹으면 병이 나도 어쩔 수 없다.” 는 생각이 깔려있는 반면, ’생활습관병‘이라는 용어에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질병의 발생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일본의 전문가 히가시 시게요시는 ‘암, 심근경색, 뇌졸중,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골다공증, 우울증, 불면증, 기관지천식, 교원병’ 을 포함한 120여 개의 병을 생활습관병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 식습관, 운동습관, 흡연, 음주 등의 생활습관의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병을 고치는 기본 원칙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음식물을 당신의 의사 또는 약으로 삼으라. 음식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고치지 못한다. 병을 고치는 것은 환자의 자연치유력 뿐이다.”

 

   미국 상원 영양문제특별위원회의 5천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보고서는 문명사적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전 세계 최고 권위의 학자 3백 여 명 에게 연구를 시키면서, 19세기 말부터 오늘 날에 이르기까지 구미제국의 식생활의 변천과 질병과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추적하고, 또한 지리적으로 세계 각국 및 지역, 민족이나 종교단체의 식생활 내용과 질병과의 관계를 치밀하게 조사·연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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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 1월 맥거번 위원장은 “분명한 사실은 우리들의 식생활 양상이 지난 반세기 동안 부정적으로 변천해 왔으며, 그 결과 우리들의 건강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략}... 지방이나 설탕 그리고 소금의 지나친 섭취는 여러 가지 치명적인 병들 특히, 심장병, 암, 뇌졸중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인의 치명적인 10대 질병 가운데 6가지는 그 원인이 우리들의 식생활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라고 역설하면서, “약이나 수술로는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성인병의 증가 추세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미국은 질병 때문에 경제적인 파산을 면치 못 할 것이다.” 라고 경종을 울렸다. 영양문제 위원회의 결론은 한마디로 말하면, “미국은 20세기 초의 식사로 되돌아가자.” 는 것이며,  “잘못된 식생활을 바르게 개선한다면 심장병의 23%, 당뇨병의 50%, 비만증의 80%, 암의 20% 정도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며, 이렇게 되면 의료비는 약 3분의 1 이 절약될 것이다.” 라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미국인들이 즐겨먹는 fast food 나 탄산 음료 를 현대화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것이 큰 문제이다.


□ 음식이 유전자를 바꿀 수도 있다.

   중국 산시성 타이위안시에는 이런 말이 있다. “육(六)손가락이면 다행이야. 애기들이 스무 명이 태어나면 여덟 명은 기형아 이다.”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기형(畸形)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병은 신경관 결손증(Neutral Tube Defects)이다. 이 병은 태아의 발달 과정에서 생기는데, 이 시기에 배아의 특정 세포가 분화와 융합의 과정을 일으켜 좁은 관을 만든다. 이 관을 중심으로 뇌, 척추, 뼈, 조직들이 형성된다. 신경관 결손이 있는 경우 뇌와 척추 중 하나 이상의 결손이 나타나는 무서운 병이다. 미국이 태아 1,000명당 0.5명 꼴로 발생하는데 비해 산시성은 100명당 1명 꼴이다.

    연구 결과, 이 병은 50~70% 가 임신해서 3개월까지 모체에 공급되는 엽산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엽산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푸른 잎 채소와 동물의 간 등이 있다.

   산시성의 건조한 기후에서는 채소가 잘 자라지 않는다. 여름철에는 드물게나마 채소를 섭취할 수 있지만 긴 겨울기간(11월-이듬해 5월)에는 녹색 채소 보기가 어렵다. 또한, 감자나 배추를 과도하게 익히기 때문에 조리 과정에서 엽산이 파괴된다. 대대로 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은 정제된 밀가루를 주식으로 먹는데, 밀가루에는 그나마 조금 있던 영양 성분도 정제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지기 때문에 더욱 문제다.

 

   식생활이 유전처럼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예를 보자. 미국 애리조나 주 사막 지역의 원주민인 피마(Pima)인디언들은 세계 최악의 「당뇨병 부족」 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원래 피마 인디언은 사막의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강인한 부족이다. 피마 인디언들의 몸은 섭취한 음식에서 최대한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도록 일찌감치 적응되었기 때문에 날렵한 몸과 강인한 체력을 자랑했다. 그런데, 사막의 밥상이 도시의 식탁으로 바뀌면서 문제가 발생되기 시작했다. 화려한 패스트 푸드가 밀려 들어 왔고, 정제된 밀가루, 옥수수가루, 버터, 치즈 등 고지방 고칼로리 가공음식의 달콤한 유혹이 시작되면서, 소박하지만 건강에 좋았던 전통 음식들은 천대를 받으며 사라졌다. 그러자 재앙이 덮쳤다. 흡수력이 뛰어난 사막에서의 적응 능력이 치명적인 결함으로 바뀌었다. 비만이 확 늘었으며, 부족민의 70% 가 당뇨병에 걸렸다.  부모 세대의 잘못된 식습관이 후손들에게 유전적으로 이어져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

 

   피마 인디언과 쌍둥이 같은 형제 부족이 이웃한 멕시코에서 거주하는 피마 인디언들이다. 이 두 부족은 서로 유전자가 같다. 그런데, 멕시코의 피마 인디언은 애리조나 주 부족과 달리 아주 건강하다. 모두가 날렵하고 다부진 몸에 근육질을 자랑하는, 이른바 ‘몸짱’ 이다. 

   피마 인디언의 사례는 같은 유전자를 타고나도 음식이 바뀌면 건강이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주장의 생생한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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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4월17일 21시11분
  • 최종수정 2017년05월26일 15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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