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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언행비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4월29일 20시1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58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메타정보

  • 35

본문

논어 언행비판

 

[치궁불체(恥躬不逮)] 

공자는 “옛 성현들이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던 이유는 

말이 행동을 따라가지 못해서 

스스로 부끄러워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古者言之不出 恥躬之不逮也, 里仁22)”라고 했다. 

자기가 지키거나 할 수도 없는 것을 함부로 말하여 

부끄러운 처지가 되지 않도록 

말을 조심한다는 뜻이 치궁불체(恥躬不逮)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는 말을 할 때마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말을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恥其言, 憲問29).”는 것도 같은 말이다. 

그리고 말을 할 때마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끄러워 할 줄 모르면서 무턱대고 한 말은 

지키기 매우 어려운 법이다.(其言之不怍 則爲之也難, 憲問21)” 

그렇지 않으면 말이 가벼워지고 

따라서 실천할 수도 없는 내용들을 

경솔하게 말하게 된다고 믿었다. 

 

총리후보로 임명된 이완구 총리후보자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

“너희 기자들과 형제처럼 산다.”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 있으니까 (기자를) 교수도 만들어주고 ...”

또 이렇게도 말했다.

“김영란 법에 기자들 초비상이거든? 안 되겠어 통과시켜야지.“

“내가 막고 있는 것 알잖아, 그치?”

“지금까지 내가 공개적으로 막아 줬는데

이제 안 막아줘. 이것들 웃기는 놈들 아니여, 이거... ...”

본인은 처음에 이런 말을 한 것을 강력하게 부인했었다.

그러나 녹취파일이 나오자 머쓱하게 되고 말았다. 

한 개인이 교수를 임명하거나 

법안을 통과시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마치 자기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떠벌리는 말은

행동이 따라 가서도 안 되고 

행동이 따라 갈 수도 없는 말이 아닌가.

자기가 할 수 없는 일, 

해서도 안 되는 말을 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여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면(치궁불체, 恥躬不逮) 

정말 아쉬운 처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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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무소구(言無所苟)]

자로(子路)가 공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장차 정치를 하신다면 무엇부터 먼저 하시겠습니까.” 

공자는 ”반드시 명분을 바로 세워야 한다.(必也正名乎, 子路3)“고 대답했다. 

‘명분을 바로 세운다(정명,正名)’는 말씀이 너무 추상적이라고 생각한 자로가 

“그 건 현실과 너무 거리가 먼 우원(迂遠)한 말씀이 아닙니까?”고 되물었다. 

공자는 그런 자로를 비속(鄙俗)하다고 몹시 호되게 꾸짖었다.

모르면 가만히 입을 닫고 있어야 하는 법이라고 질책했다.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불순하게 되고, 

말이 불순하면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名不正 則言不順 言不順 則事不成, 子路3)”고 잘라 말했다. 

즉, 말은 반드시 ‘바른 명분(正名)’이 전제가 되어야 

올바른 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군자는 먼저 명분(名)이 바로 서야 말을 제대로 할 수 있다.(必可言)

그리고 말은 반드시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言之 必可行也, 子路3)”고 했다. 

공자는 이렇게 마무리 지었다.

“말함에 경솔하고 구차함이 없어야 하느니라.

(於其言 無所苟而已矣, 子路3)”

 

이완구 총리후보자는 인준청문회 때부터 말로 인한 구설수로 

야당과 여론의 강력한 총리인준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었다.

그런 그를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당시 여론의 지지율도 당시 집권 후 최저수준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그는 국회의원의 질의답변에서 

“제가 쓰는 휴대폰은 한 대” 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제가 쓰는 전화기가 두 대인데”라고 말을 바꾸었다.

또 “제가 직접 (보궐선거) 등록한 것 같다.”고 했다가 

“대리인을 통해 등록했다.”고 말을 뒤집었다.

자주 말을 바꾸는 총리의 언행에 대해 여론이 ‘거짓말 총리’라고 비판하자

“몇 년 전 일을 짧은 시간 내에 아주 정확하게 

답변하는 측면에서는 착오가 있을 수 있다.”고 하면서 

충청도 말씨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정치는 명분이고 명분은 말인데

말은 반드시 행동이 따라야 한다고 했다.(언필가행, 言必可行)

“큰 흐름에서 제가 답변의 내용을 바꾸지 않았고,

큰 틀의 거짓말은 없다.“고 강변한 것은

“말함에 있어서 경솔하고 구차함이 없다(언무소구,言無所苟)”고 할 수 없는 언행이었다.

 

 

[언순사성(言順事成)] 

공자는 자로(子路)에게 이렇게 말했다.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불순하게 되고, 

말이 불순하면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名不正 則言不順 言不順 則事不成, 子路3)”고 잘라 말했다. 

긍정형 언어로 말하자면

정치는 명분이 똑바로 서야

말이 순하게 되고

말이 순하게 되어야

모든 일이 바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고 성완종 전 의원의 녹음테이프에

불법 정치자금 3천 만 원을 주었다는 부분이 나오자

지난 4월 14일 국회답변에서는

“만약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 놓겠다.”고 까지 말했다.   

총리의 품격에 대한 말투라는 지적이 빗발쳤다.

자신의 결백 결기를 담았다고 할지는 모르지만

온 국민과 세계가 주시하는 중에

국회에서 국무총리가 조폭 영화 장면과 같은 

언사를 내뱉는 것은 가볍게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나라에서

목숨을 경시하는 언사도 문제이려니와

“돈을 한 푼이라도 받았으면 목숨을 내 놓겠다.”가 아니라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한 것도

교묘하게 말을 돌려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돈 받은 증거가 나오지 않을 것을 확신해서 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정치인의 비리혐의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처리가 된 것을 보아 온 국민으로서는

돈 받은 증거가 확실하게 나오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곧바로 비타500 상자에 대한 증인이 나타났고

두 사람의 비밀회동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이 나오면서 의혹은 더 짙어지고 말았다.

목숨을 걸겠다는 그의 말이 불순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자의 논리대로 따른다면 

처음부터 분명 ‘명분이 바로 서지 않았고(名不正)’, 

그래서 ‘말이 순하지 않았으며(言不順)’ 그래서 

‘일이 바로 완성되지 않았던 것(事不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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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불립(無信不立)]

자공(子貢)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이렇게 간단히 대답했다. 

“먹는 것이 풍족하고(足食) 군사가 풍족하고(足兵) 

지도자에 대한 백성들의 신뢰가 있으면 되는 법이다.(民信, 顔淵7)” 

자공이 “그 중에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공자는 “군사를 버릴 것이라(去兵)“. 이라고 대답했다. 

하나를 더 버린다면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는 ”먹을 것(去食)“이라고 대답했다. 

마지막까지 없으면 안 되는 것이 사람의 믿음이라는 말이다.

공자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無信不知其可, 爲政22)“고 했다.

믿음이란 수레의 가로 맥이 같은 것이라서 

큰 수레에 가로 맥이가 없거나(大車無輗)

작은 수레에 멍에 맥이가 없다면(小車無軏)

어떻게 수레가 앞으로 나아 갈 수 있겠느냐.

공자는 믿음이 없으면 정치는 설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자고로 모두 다 죽게 마련이다. 그러나 믿음이 없으면 서 있을 수가 없다.

(民無信不立, 顔淵7)“고 말했다.

 

고 성완종 전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 이완구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

“같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만났지만 속내를 예기할 그런 관계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20개월 동안 23번 만난 것이 드러나자

"원내대표는 의원을 하루에도 여러 번 만난다"고 말을 바꿨고 

지난 1 년 동안 두 사람 사이의 전화통화 건수가 

210여 건에 이름이 밝혀지자 그의 말은 신빙성이 크게 손상되었다.

부여 사무실에서의 독대에 관해서도 “독대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여러 가지 만난 정황이 드러나자 “만난 기억이 없지만 현재 더 알아보고 있다.”고 말을 바꾸었다.

2012년 대선 지원유세 여부와 관련해서도 “투병 중이어서 대선에 관여하지 못했다”고 했다가 이후 지원유세 참여 사진이 공개되자 "2∼3차례 유세장에 갔지만 투병 중이어서 지원 유세를 할 수 없었다"고 말이 달라졌다. 얼굴색도 바꾸지 않고 자주 말을 바꾸는 태도에 대해 여론비판하자 “큰 틀의 거짓말은 없다.“고 강변했다. 공자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말주변으로만 상대하면 사람에게 증오심만 쌓게 한다.(口給屢憎, 公冶長5)” 

부끄러운 듯 조심하여 말하지 않고(言不炸)

과묵하는 마음으로 삼가하며 말하지 않고(言訒)

뒤를 생각하지 않고 이리저리 둘러대다가 (躬不逮)  

말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 순간 그는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無信不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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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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