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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리시대의 민관 협력사업 활성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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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5월18일 18시4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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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금리시대의 민관 협력사업 활성화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인하함으로써 1.75%가 되어 1%금리시대를 열었다. 한국은행의 금년도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망치가 1.9%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금리 마이너스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전세계 주요국들이 양적 완화정책을 펼치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각국의 통화가치를 낮추어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자국의 경기를 부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방형국가인 한국의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한국경제가 당면해야 하는 과제들이다. 교과서대로라면 금리인하의 순기능이 작동해 가계부채의 이자부담이 경감되어 소비여력이 늘어나고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경감되어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다. 그 뿐인가 수출기업도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늘고 전형적인 경기부양효과가 발생해 고용도 창출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당면한 현실은 이와는 다르게 숫한 난제를 가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반년 이상의 시차가 있는 한은의 팽창적 통화정책은 그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게다가 금리 인하의 시기나 폭에서 적극적이지 못해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다른 나라들이 이미 시행해버린 저금리 기조의 막차를 탄 형국이 되어버렸다.

 

더욱이 부동산시장을 진작시켜서 자산가치의 상승을 통한 부의 증가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수년간 인구구조의 변화와 경기부진으로 주택가격상승에 대한 꺾이면서 국내 주택시장이 매매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임대차는 월세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월세부담으로 인해 서민층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급격히 가중시켜 심지어 소비여력을 갉아먹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경기 진작 정책의 일환으로 나온 재건축 규제 완화로 일부 지역은 이주수요에 따른 전세품귀 현상마저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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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창적 통화정책의 효과도 제한적인 가운데 재정정책에 대한 여력도 매우 제한적이다. 늘어나는 복지지출을 감당하기도 벅차다. 고령화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써야 할 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및 군인연금 적자를 보전하는 데 지난해에만 2조4854억원의 세금이 들어갔다. 이대로 간다면 세 부담은 계속 늘어서 2022년에는 혈세가 8조원이나 들어갈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14 재정감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2014∼2030년 고령화 관련 지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늘어나는 국내총생산(GDP)의 4.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복지지출외에 다른 지출엔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간접자본 관련 투자는 일정부분 불가피한 점이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주택시장만 해도 그렇다. 2013년 이미 30년 이상 노후주택이 주택 전체 재고량의 50%에 육박하였으며 금년에는 노후주택 증가율이 전체가구 증가율을 상화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현재 전세난을 겪고 있는 주택시장을 안정시킨다고 전세대출 지원이나 전세기간 연장 같은 단기적 대책으로 나간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조장하게 된다. 

 

또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지출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토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도로보급률은 1.49로 미국의 3.75나 일본의 5.53 등에 비해 낮으며 OECD 34개국 전체로 볼 때 29위에 불과하다. 도로보급률까지 비교하지 않아도 전국 도심과 고속도로의 만성적인 정체 현상을 생각해보면 추가적인 투자는 불가피하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자유치 활성화 대책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아마도 정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말한 것처럼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통해 유효수요를 증대시켜서 경기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민간자본 유치로 경기를 진작시키기엔 대내외 환경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앞 다투어 진행된 세계 각국의 양적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1980년대 강력한 재정안정화 정책을 펼치면서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던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1994년 민자유치법이 제정된 이래 민간투자는 변모를 거듭해 왔다. 특히 노무현 정부시절 민자사업의 투자범위를 사회간접자본에서 사회기반시설로 확대하면서 임대형민간투자(BTL) 방식의 도입을 통해 학교, 군시설 등과 같은 생활기반시설에 까지 민간 투자를 늘리기도 하였다. 부족한 정부재정을 메꾸면서 사회기반시설을 확대해 나가며 경기를 끌어 올린 것 까지는 좋았는데 민자유치를 더 확대하기 위해 도입한 최소운영수입보장(MRG)제도는 사회간접시설 수요에 대한 과대추정으로 민자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고 이는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고야 말았다. 결국 MRG 제도는 폐지되었고 MRG 조항이 있는 기존 사업들에 대해서도 자금 재조달을 통해 보장수준을 하향조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민자사업자나 정부 모두 이 사업에 대해 부정적 기억만 남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도 국민들의 머리속에 민자사업은 혈세를 먹는 하마정도로 각인이 되어있다. 반대로 민자 사업자에게 정부는 국민 여론에 빗대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대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1%대의 저금리 기조에서는 수익을 추구할 사업이 별로 없다. 반면에 재정투자의 부족분을 감당하면서 주요 지역공약 사업을 조기에 추진하기 위해 민간부문의 SOC 투자 확대는 불기피한 상황이다. 예전만큼 수익을 많이 추구하긴 어렵지만 위험에 따라 손익을 나누는 방향으로 명쾌하게 사업설계를 한다면 해볼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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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과거 실패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고 오히려 실패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 부처간 이견으로 시간을 끌어서 건설사의 선투자 비용만 발생하게 하거나 위험은 사업 시행자에게 떠안기는 등의 실행상의 문제점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행인 것은 과거에 비해 한국 자본시장이 한층 성숙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민자사업을 하는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는 민간의 자본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사회기반시설을 조기에 완공해 국민 실생활의 편의를 높이자는 것이란 점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기 사업대상 시설을 법률에 세부적으로 나열할 것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개념화해 국민과 시장ㆍ정부의 판단에 의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사업을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민자사업 활성화를 한국판 뉴딜정책 정도로 생각해 간섭한다면 대형 건설 프로젝트 주변에 기생하는 다양한 집단의 비리만 키워 민자 사업이 혈세를 빼먹는 수단이라는 오명을 다시 쓰게 될 것이다. 사회간접자본 관련 새로운 민관협력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혁신적인 방안을 만드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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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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