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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보여줄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9월04일 18시0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20시52분

작성자

  • 정현주
  • (사) 역사ㆍ여성ㆍ미래 상임대표

메타정보

  • 39

본문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보여줄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 남녀평등한 사회 실현에 ‘여성사박물관’이 가장 효율적인 도구

한국여성의 미래는 ‘남녀평등 실현 여부’에 달려있다. 한국사회는 제도적으로는 남녀평등 사회이다. 한국여성은 이미 1948년에 투표권을 가졌고, 지난 70년간의 역사는 남녀평등의 제도 발전의 역사였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들자면, 호주제 폐지, 육사, 해사, 공사 여성입학 허용, 여성할당제 실시 등이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모두 대한민국이 미래 비전을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능력을 발휘하고 활동할 수 있는 평등한 사회’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남녀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최근에는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을 앞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3.7%로 OECD 평균 57.2%에 못 미치며, 여성 국회의원도 16.3%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여성들의 ‘출산파업’으로 인한 ‘저출산문제’는 한국사회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도 우리사회가 남성에게 유리한 사회구조이면서 동시에, 여성이 사회적으로 능력을 발휘하기에는 불편한 사회구조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가사, 남성은 (사회적)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사회구성원의 인식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인식은 역사적 부산물이다.  오늘의 한국여성이 있기 까지 전통과 역사속의 여성의 역할과 모습, 여성고유의 창의적인 예술 세계 등 여성문화를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도구로는 박물관이 가장 유용하다. 

 

인류의 역사에 여성이 없었던 때는 없으나 역사의 기록에 여성은 없다. 기존의 역사서나 박물관이 ‘몰성적(沒性的, gender-blinded)으로’ ‘무의식적으로’ 여성에 대한 언급을 누락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의 생활상이 많이 전시되는 국립민속박물관의 경우도 ‘한국인의 일생’으로, 사대부 집안의 일생을 전시하는데, 사대부 양반 남성의 출생과 관례, 과거시험, 벼슬 등을 세세하게 보여주었을 뿐 사대부 여성에 대해서는 별 내용이 없어 ‘한국인의 일생’이 아니라 ‘양반남성의 일생’을 전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남녀의 온전한 역사가 아니라 남성만의 반쪽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역사의식을 남성중심의 역사의식으로 이끄는 것으로 여성의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반여성주의(anti-feminism)'가 날로 심해지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많은 학자들이 ‘여성이 한국사회의 마지막 성장 동력’이라는데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역사교육’이 남성중심의 역사를 가르치고 배우는데 익숙하여, 여성의 역사적 역할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남녀평등의 미래사회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사박물관을 건립하여 성인지적 관점(gender perspective)의 역사 전시, 교육, 연구, 문화유산과 유물 수집 관리, 아카이브 구축 등을 구체화하여야 한다.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의 필요성

이러한 배경에서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점에서 여성사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여성사박물관은 ‘남녀평등사회 실현을 위한’ 여성정책의 하나로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의 국립여성사전시관이 2004년 제2차 여성정책기본계획(2003-2007)에 제시된 여성문화정책 “여성역사인물 및 여성관련 문화재 발굴 확대”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되었으며, 제3차여성정책기본계획(2008-2012)에서는 ‘평등문화의 확산’을 위한 정책사업의 하나로 추진되었다. 현재의 여성사전시관이 규모(예산 및 면적-200평 수준)와 장소의 한계를 넘어 국립여성사박물관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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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여성사박물관은 문화관광정책적 측면에서 한류컨텐츠의 활성화의 중심기관으로 건립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관광객은 1천만을 넘어섰다. 이중 ‘여성’관광객의 주요관심사가 쇼핑과 음식이라는 조사결과를 볼 때, 여성사박물관에서 역사적 관점에서 예를 들면 한방화장품 만들기, 김치담그기 체험 등의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여성문화자원을 활용한 여성사 콘텐츠 개발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한 드라마의 소재로 여성의 역사나 여성인물의 발굴 활용도 여성사박물관이 중심이 되어 추진할 수 있다. 질 높은 관광콘텐츠 개발의 결과, 여성사박물관을 ‘돈먹는’ 박물관에서 ‘돈버는’ 박물관으로 운영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셋째, 양성평등문화 확산의 중심기관으로 건립되어야 한다. 여성관련된 의식주 생활의 변천이나 한국여성 특유의 어머니상, ‘아줌마상’을 형상화하여 역사 속에서 가족과 민족을 위해 강인하게 버텼던 한국여성의 저력을 보여준다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의 삶과 역사가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될 것이고, 이를 통해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와 더불어 평등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이다. 차세대 여성에게는 미래 롤모델을 역사속에서 찾을 수 있고, 남성들에게도 남녀가 함께 이룬 역사가 오늘의 문제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된다. 

 

넷째, 세계적으로 여성(사)박물관과 교류 협력이 필요하다. 1960-70년대 여성해방운동에 힘입어 1980년대에 들어오면 유럽을 중심으로 박물관건립운동이 전개되었다. 1981년 세계최초의 여성박물관이 독일의 본에서 건립된 것을 시초로 현재 세계적으로 70여개 여성사박물관이 건립 운영되고 있다. 이들 박물관간의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2년에 한 번씩 국제대회도 열리고 있다. 박물관의 형태와 내용이 다양하고 앞선 박물관들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들 세계 여성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공통의 여성역사와 여성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 추진운동의 진행상황

국내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운동은 2012년 4월 23일 한국여성사학회가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국립여성사박물관 설립을 위한 건의서’를 제출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후 2012년 9월에 300여명의 동의로 국립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가 발족하였으며, 이어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 정책간담회’를 길정우, 남윤인순의원실 공동주최로 열렸다. 2013년 12월 10일에는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 조항이 포함된 여성발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같은 해 12월 23일에는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운동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사단법인(역사·여성·미래)이 발족하였다. 사단법인은 ‘여성사강사양성과정’과 여성사 대중강좌를 개최하는 동시에 여성사박물관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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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에는 여성가족부 연구용역과제로 ‘국립여성사박물관 부지 선정과 콘텐츠 개발’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2015년에 들어와 여성사박물관의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연구용역 결과의 후속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국립여성사박물관 추진단 설치’ ‘부지 선정’ ‘전시 콘텐츠 세부작업’ 등이 더 이상 진전되고 있지 않다.

앞으로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운동의 외연을 넓혀 특히 ‘남성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포함하여 범국민을 전개하여 박물관 건립 기금 모금과 콘텐츠 개발에 전력하는 한편, 정부의 적극적 정책 추진을 유도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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