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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타결 소식과 우리의 대응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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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10월14일 19시5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8시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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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타결 소식과 우리의 대응

 

 지난 7월말 하와이에서 시도한 최종협상 타결이 실패로 돌아가자 TPP협상은 금년에 끝나기 어려울 것 같다는 관측이 많았다. 특히 농산물, 낙농제품, 자동차부품, 의약품 등 마지막까지 쟁점이 되었던 민감한 의제 때문에 최종협상 타결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을 뒤집고 지난 10월 4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TPP 참여국 통상장관회의에서 TPP협상이 최종 타결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끝내지 못하면 당분간 TPP협상을 끝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에 최종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협상을 주도한 미국으로서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국내정치 일정으로 인해 협상이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협상타결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 다른 참여국들도 각기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타결에 협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TPP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서는 우리나라가 TPP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가 TPP협상 참여에 실기했다든지 전혀 준비도 하지 안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TPP협상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였던 2008년에는 한-미 양국이 한-미 FTA의 국내비준절차도 끝내지 못했던 시기다.  2012년 3월 15일 한-미 FTA가 이행되기 이전까지는 한-미 양국은 한-미 FTA의 이행준비에 집중했다. 한-미 FTA가 이행되기 시작한 이후 한국은 TPP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정부는 지난 2013년 말 미국을 비롯한 TPP 참여국들에게 한국의 협상참여 의사를 분명히 표명하였고 비공식 협의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당시 미국 등 핵심국가들은 일차적으로 12개국가간의 TPP협상을 타결시키고 그 후에 추가 회원국을 받아들일 때 한국의 가입을 논의한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이는 대부분의 TPP협상국들이 한국과 양자간 FTA를 맺었거나 추진 중에 있었기 때문이지 한국의 TPP가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는 TPP가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으며 다만 정책적 판단으로 급하게 TPP협상에 참여하기보다 일단 TPP협상이 타결되고 난 후에 추가 회원국으로 가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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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TPP가입을 추진해야하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우선 현재 글로벌무역체제가 처한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시킨 도하라운드협상은 종료시한을 10년 이상 넘기고도 타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자유무역협정(FTA)형태의 지역주의가 고조되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서는 TPP와 같이 여러 국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초대형 지역무역협정(mega-RTA)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통상전문가들은 앞으로 TPP와 같은 mega-RTA들이 다자무역체제를 대신해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 추진과 새로운 무역규범제정 등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앞으로 전개될 글로벌무역체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TPP가입을 긍정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TPP에 가입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경제적 이득이다. 그러나 TPP가입은 우리 상품의 수출시장 확보측면에서는 그리 큰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 같다. 그 이유는 TPP에 참여하고 있는 12개 국가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 국가가 이미 우리나라와 양자간 FTA를 체결하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은 농축수산물시장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공산품시장이 이미 높은 수준으로 개방되어 있어 TPP를 통한 추가적인 수출시장 확보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측된다. 바로 이러한 측면 때문에 우리 정부는 TPP가입을 서두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TPP에 가입할 경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우리 기업이 FTA 특혜를 받는데 있어서 훨씬 더 유리한 여건을 확보할 수 있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우리 기업이 TPP회원국에서 생산된 부품을 사용하거나 생산자체를 회원국에서 하더라도 미국, 일본, 멕시코, 호주 등 모든 회원국 시장에 특혜를 받고 수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TPP의 누적원산지규정을 활용하면 우리 기업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내 무역활동이 보다 폭넓게 확대될 수 있다.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부품과 소재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경제적 이득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는 TPP가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추가 회원국으로 TPP가입 협상을 할 경우 많은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과 매우 높은 수준의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TPP가입을 위해 추가로 시장개방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쟁정책, 환경, 지적재산권 강화 등 TPP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무역규범은 규제개혁과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수용하는데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TPP가입이 일본과의 FTA를 체결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갖기 때문에 우리 기업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 정부는 TPP의 최종 타결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서 우리나라가 추가로 취해야할 조치에 대한 사전대비를 철저히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결코 서두르지 않고 의연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협상전략 측면에서 중요할 것이다.  

 

TPP가 타결되었다고 해도 각국이 국내절차를 완료하고 발효시키기 까지는 적어도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TPP협상타결을 주도해 온 미국의 경우 벌써 잠재적 대선후보자들이 TPP 타결내용에 대해 반대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렇게 TPP가 참여국들의 국내 정치적 논란의 대상으로  대두되면 TPP의 발효시한은 더 뒤로 미루어질 수 있다. 우리는 이 기간을 지혜롭게 활용해야 한다. TPP가 발효되면 미국시장에서 한-미 FTA를 통해 얻어낸 특혜를 일본과 나눠가져야 한다. TPP가 체결되면 일본과 유럽연합(EU)간 FTA도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한-EU FTA로 얻어낸 특혜도 일본과 나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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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TPP가입 준비를 해나가면서 지금까지 맺은 우리의 FTA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중 FTA의 비준은 지체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이 FTA를 활용하여 글로벌 수출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우리의 FTA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한 외국기업의 국내투자도 적극 유치해야 한다. 이러한 FTA를 통한 성과는 침체된 우리 경제를 활성화하고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가 체결한 모든 FTA를 점검하여 이행에 문제가 있거나 시장개방이 미흡한 것이 있으면 상대국과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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