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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과 “자유로부터의 도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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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11월26일 18시3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8시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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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과 “자유로부터의 도피”

 

70년대 대학가에서 인기가 많았던 책 하나가 Erich Fromm의 “자유로부터의 도피”(Escape from Freedom)이었다.   Fromm은 전체주의적 정치권력인 나치가 득세한 이유를 정치선전이나 폭력이 아니라 독일국민들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라고 지적한다. 자유란 부담과 책임이 따르는 것인데 독일국민들은 이를 피하기 위하여 자유를 거부하고 나치라는 정치권력의 탄생을 묵인하였으며 따라서 나치는 독일국민 전체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당시 권위주의적 정치체제하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보다 많은 자유를 갈망하면서 언젠가 주어질 자유를 누리기 위한 준비작업 정도의 의미가 있었을 것같다.  그런데, 요즈음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개혁과 관련하여 왜 이 책이 떠오르는 것일까?

 

금융산업은 공권력의 규율이 필요한 영역

금융은 공권력의 철저한 규율이 필요한 산업이다.  금융이 자본주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 그리고 그 붕괴가 미칠 파급효과가 그 이유의 하나이다.  나아가 금융산업의 속성상 공권력의 규율이 필요하다.  은행산업의 경우 여신을 늘리면 늘릴수록 기업의 자산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리고 신용의 수요는 끝이 없기 때문에 자본과 자산의 비율 및 유동성을 규율하지 않는 경우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  또한 국제적인 합의가 없으면 모두 파국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하에 각국의 중앙은행이 Basel에 합의하는 것이다.  증권이나 보험산업은 복잡한 금융상품을 중개 내지 판매하면서 그 상품의 소비자를 보호하지 아니하면 시장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어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효과적 자본시장의 존재는 자본주의의 골격이다.  따라서 소비자 보호는 바로 증권과 보험산업의 경우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이다.

 

최근 논의되는 금융산업 규율의 방식변화

산업의 특성에 따른 정책목표의 달성을 위하여 공권력이 구사할 수 있는 법적인 수단이나 방식은 지극히 다양하다.  진입부터 지배구조, 영업행위까지 법규에서 대강의 기준을 사전적으로 정하여 놓되 보다 자세한 기준은 책상 설합에 넣어 두면서 필요할 때 임의로 구두로 지시하고 이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여부를 수시로 또는 정기적으로 감시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규율방식이 지배하는 경우 금융산업은 공권력의 눈치만 보면 된다. 금융기업 내부에서는 상사의 눈치만 보면 된다.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질 것을 각오하면서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자문할 필요가 없다.  

 

작금의 금융개혁은 바로 여태까지의 이러한 규율방식을 바꾸자는 것이다.  우선 규제의 양에 있어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에 그치자는 것이다. 또한 규제의 질에 있어서도 숨은 그림자 규제는 없애고 규제의 내용을 규제대상에게 모두 공개하자는 것이다.  나아가 이를 지키게 하는 방법론으로서 감독당국이 수시로 또는 정기적으로 제대로 지켰는지 감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규제대상인 기업이 이들 규칙들의 준수를 보장하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개발하여 이를 시행하고 감독은 특별한 우려사항이 발견된 경우 예외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또한 공권력의 규율이 모든 것을 미리 정할 수는 없으니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의 대폭적 개선과 더불어 시장에서의 경쟁에게도 규율의 한 축을 맡기자는 것이다.  

 

금융산업의 자유와 책임

이러한 규율의 방식변화에 금융산업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여태까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는 정하는 것은 언제나 공권력의 역할이었다. 따라서, 지켜야 할 기준에 대한 결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법규에 나와 있지 아니한 것이라도 공권력이 넌지시 하라는 것이 있으면 이를 따르면 그만이었다.  따라서, 법규를 자세하게 읽으면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러한 기준이 지켜지는지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내부적으로 통제시스템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감독기관이 사후적으로 지적하여 주는 사항만 바로바로 고치면 되었다.  그러나 금융개혁이 진행되면서 법규가 어떻게 정하여 놓았는지 그 법규의 취지는 무엇인지 고민하여야만 한다.  여태까지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 익숙하여 있던 처인지라 자유가 부담스럽다.  자유로부터 도망가고 싶다.

예를 들어 보자.  금융투자업자는 상장회사와 마찬가지로 주요한 사항을 공시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주요한 사항은 경영상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항으로서 법령에 나열되어 있다.  현재 금융위규정에 따르면 대규모기업집단내 금융투자업자는 자기자본의 100분의 10 초과 부실채권이 발생한 경우나 금융사고로 자기자본 100분의 2 초과손실이 예상되는 경우가 주요한 사항이므로 이러한 자기자본 대비 일정비율에 미치지 못하는 부실채권이나 금융사고는 공시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공시하여야 할 주요한 사항은 점차 금융투자업자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겠다고 하니, 금융투자업자가 각자 어떤 사항이 투자자의 투자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지를 갸름하여 공시범위를 정하여야 하며 이는 바로 각 금융투자업자가 자본시장에서 얼마나 신뢰할 만한 플레이어인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즉 금융투자업자의 자율적 결정과 이에 대한 시장에서의 평가로서 금융위의 일률적 기준을 대신하게 되면 금융투자업자는 공시대상인 주요사항의 범위를 결정할 자유를 가지는 반면 그에 따르는 책임도 지게 된다.

 

자유로부터의 도피방지

금융산업이 자유로부터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하여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자유는 다른 모든 것처럼 하루아침에 배워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계속적인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며 이를 위하여는 시장에서의 평가에 따르는 수정 이외에도 공권력의 적극적인 추진력과 권유가 바람직하다.  또한 점진적인 자유의 부여에 따르는 중장기적 연습계획이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는 공권력의 일관성있는 정책집행의지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개혁의 방향이나 정도가 금융위의 인적 구성이나 정치적인 분위기에 따라서 달라져서는 아니될 것이다.  지시에 익숙하여진 자에게 자유를 느끼고 이를 책임있게  행사할 수 있는 지경에 도달하려면 또 다른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은 일종의 역설이지만 현실이다. 

 

자유에 따르는 책임회피방지

자유로부터의 도피방지책과 더불어 금융회사가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특정 금융회사가 망할 경우 경제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면 공권력은 공적 자금으로 개입하지 아니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이러한 금융회사는 조심스럽게 잘못된 결정을 피할 유인책이 없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대책은 2008년 Great Recession이후 이의 재발을 피하기 위한 미국의 Dodd-Frank법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위 SIFI(Systemat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s) 대책이다.

 

Dodd-Frank법은 SIFI의 파산절차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해하며 다른 민간부분으로부터의 해결책이 없는 경우 FDIC를 통한 질서있는 청산절차를 정하고 있다.  FDIC는 SIFI의 최상위 지주회사의 관리인으로서 공적자금의 투입없이 주주와 채권자가 모든 손해를 부담한다는 원칙하에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투자와 대출채권으로 가교회사를 설립하고  SIFI의 주주, 후순위채권자, 무담보채권자들도 새로이 설립한 지주회사의 주주 내지 채권자가 되어 가교회사를 승계한다.   FDIC는 가교회사와 경영협약을 체결하며 원칙적으로 사경제부문에서의 추가자금조달로 계속적인 운영을 감독하며 가능한 한 빠른 시일안에 사경제주체에게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의 경우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법원의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절차와는 완전히 다른 기재부 주도의 행정처분에 기초한 절차가 가능하며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이 최소비용의 원칙, 공평한 손실분담의 원칙과 함께 국회에 대한 보고와 감사원의 감사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Dood-Frank법에서 정한 위의 절차와 유사하게 진행될 것이다.  다만 저축은행 사태의 처리를 보건대 앞으로 파산금융회사의 처리에 있어서 공적자금 투입대상의 선정이나 방법면에서 최소비용의 원칙에 따라서만 공적 자금이 투입될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최근 금융위가 뒤늦게마나 금융회사의 회생, 정리제도 도입 기본방향을 알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 RRP 일명 death will은 이미 그 효율성면에서 버려진 아이디어이고 채권자 손해부담주의를 살리면서 기존 도산법과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금융공공기관과의 관계설정

금융에 관한 새로운 규율의 틀을 짜는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금융공공기관의 역할이다.  이들이 일반 금융회사와 동일한 영업부문에서 자금조달이나 사업기회면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시장에서의 경쟁에 규율의 한 축을 주기로 한 새로운 틀의 기둥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따라서, 어느 부처 산하의 금융기관이건 특별한 정책적 목표를 전제로 한 금융공공기관이 아닌 한에 있어서는 일반 금융회사와 중복되는 사업은 즉시 중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안으로 이들 금융공공기관의 전폭적 민영화도 정책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금융회사는 독자적인 위험평가시스템을 개발하여 자신의 사업분야를 개발하여야 하는 만큼 정부기금의 보증기능에 지나치게 의존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 보증기금의 업무는 금융의 일부인만큼 사경제주체들에게 돌려주는 것도 고려하여 볼 만하다.  최근 금융위가 기은/산은의 역할을 강화하고 동시에 금융공공기관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은 이런 문맥에서 바람직하다.

 

금융개혁의 장래

금융개혁은 이제 막 시작한 작업이다.  규율당국은 개혁을 법과 제도의 일부로 만드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개혁은 일시적 구호로 그치면서 곧 바림이 부는대로 정치인의 눈치만  보는 관료주의적 규제기관으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보다 장기적인 과제는 예를 들면 국제화나 기술변화에 따른 자본시장구조, 중소기업자본형성지원 등은 지금까지의 연례행사식 금발심이나 단발성 TF가 아닌 보다 지속적이며 전문성을 가진 자문회의의 상설화가 바람직하여 보인다.  연초 SEC가 Equity Market Structure Advisory Comm.를 구성, 미국내 주식거래소와 ATS간 경쟁에 대한 규율과 각각에 대한 규율시스템의 적정성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나 시장이 가장 근본적인 메카니즘이고 이의 변화에 따르는 공권력의 규율시스템을 탐색하는 접근방법의 표본으로서 공권력의 우위에 젖어 살아 온 금융위에 시사하는 바 크다.      

 

금융회사도 새로운 규제의 틀에 따라서 이를 포용하면서 책임을 떠 맡음으로써 금융산업이 국민경제의 중추로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새로운 경쟁의 장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필요한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와 기술발전에 따른 새로운 사업태양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서비스 산업 전반의 선도분야로 자리매김을 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규율의 변화가 경쟁을 통하여 자기자신의 지위를 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동시에 이제 한국을 벗어나 보다 넒은 지역에서의 존립을 위한 시련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생 돈을 만지는 편안한 직업인으로 상사와 규제기관이 하라는 대로 하며 살다가 정년이 되면 산하 계열사 임원으로 내려가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자세는 전문금융인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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