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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금이 늘면 주가 상승과 소비 증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07월09일 17시3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6시08분

작성자

  • 김영익
  •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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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배당금이 늘면 주가 상승과 소비 증가?
올해 들어 미국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가능 등 세계 주가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데, 우리 주식시장은 답답한 ‘게걸음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배당수익률이 낮아 주가가 오르지 못한다는 견해가 있다. 배당금이 증가하면 주가는 한 단계 도약하고, 이는 소비를 증가시켜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주요 우량 기업의 대주주가 돼가고 있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때이다.
 □ 배당금이 늘면 주가 한 단계 도약 가능
    우선 주가와 배당금의 관계를 보면 <그림 1>과 같다. 한국 주식시장(KOSPI)에서 주당 배당금과 주가지수는 동행했다. 1987년과 2004년에 배당금이 한 단계씩 도약했고, 주가도 이 무렵에 한 계단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상황을 보면 주당 배당금은 2008년 512원을 정점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2013년 주당 배당금은 384원으로 2012년(429원)에 비해 10.4%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주가도 2009년 이후 추세적 상승보다는 일정 범위 내에서 변동하고 있다.
    주가지수와 배당금 사이에는 같은 기간의 상관계수가 0.81로 매우 높았다. 즉, 주가가 오른 해에 배당금도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시차관계를 구해보면 1년 전의 주가지수와 당해년도의 배당금 사이의 상관계수가 0.89로 가장 높다. 지난 해 주가가 올랐으면 올해 기업들이 더 많은 배당금을 주었던 것이다. 이는 상식과 일치한다. 기업들이 일정한 배당수익률을 가정하고 배당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면 지난해 주가가 오른 비율로 배당금을 더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를 더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인과관계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이에 따르면 양방향으로 인과관계가 성립했다.(아래 표 참조) 즉, 주가가 올라서 배당금이 늘었고, 또 배당금이 증가해서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한편 2000~13년의 통계를 대상으로 회귀분석해보면 배당금이 1% 늘었을 때, 주가지수는 1.09% 상승했다. 주당 배당금이 500원대로 오르면 주가지수가 2800을 넘어 3000 시대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 배당에 인색한 한국 기업
   문제는 기업들이 배당금을 더 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한국기업들이 주주에게 너무 인색했다. 2013년 한국 주식시장에서 배당수익률은 1.1%(KOSPI, MSCI 기준)였다. 유럽 3.3%, 대만 3.0%에 비해 턱없이 낮을 뿐만 아니라 세계 평균인 2.5%의 절반에 이르지도 못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배당수익률이 낮은 것은 지난 한 해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11년 동안의 선진국과 신흥시장의 배당수익률 추이를 보면, 한국이 2004년을 제외하고는 추세적으로 낮았다. 2003~2013년에 세계 평균이 2.7%였는데, 한국은 1.6%에 지나지 않았다.
    왜 한국의 배당수익률이 이처럼 낮은가? 배당수익률이란 배당금을 주식의 당시 가격으로 나눈 것이다. 따라서 배당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배당금이 작았거나 주가 수준이 높다는 것, 둘 중의 하나이다. 한국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이 9배 안팎에서 변동한 것을 보면 결코 주가 수준이 높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배당금을 덜 주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배당금을 덜 주고 있는 이유는 다음 다섯 가지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 한국 경제가 고성장을 하는 가운데 기업은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충분한 내부 유보가 필요했다. 둘째, 대주주가 배당금 형태로 지나치게 많은 돈을 가져간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셋째, 한국 경제에서 전자 및 정보통신(IT)관련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이들 기업은 빠른 기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부 유보를 높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조세제도의 비대칭성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으나 배당금을 받을 때는 세금을 내야 한다. 넷째,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30% 정도 보유하고 있는데, 기업이 배당금을 많이 주면 외국인 배만 채워준다는 인식도 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 
 
□  경제 주변 환경은 높은 배당금 요구
    그러나 한국의 경제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낮은 배당금에 합당했던 이유는 이제 타당성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 안팎으로 떨어졌고, 기업의 투자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2013년 말 현재 한국 기업들이 504조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돈들이 은행에서 잠자고 있기에는 그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기업이 투자해서 고용을 창출하던지 아니면 가계로 소득이 재분배되어야 한다. 1997년과 2008년 경제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국민총소득(GNI) 중 기업 몫은 증가했으나 개인 몫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예를 들면 1990~97년에 국민총소득 중 72%(연평균)를 개인이 가져갔으나, 2008년부터는 연평균 63%로 줄었다. 반면에 기업 몫은 같은 기간 15%에서 23%로 늘었다. 이 기간 동안 기업이 상대적으로 부자가 되고 가계는 가난해진 것이다.
    주식투자에서 배당투자에 수요도 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 안팎으로 떨어지고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는 만큼 저금리 시대는 장기적으로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배당투자에 대한 욕구는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기업이 배당금을 늘리면 외국인만 배부르게 해준다는 생각도 바뀔 필요가 있다. 한국은 2013년에 799억 달러에 이르는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올해 이후에도 그 규모는 줄어들겠지만 대폭의 경상수지 흑자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상수지 흑자자 난 만큼 금융계정을 통해 그 돈들이 해외로 다시 나간다. 일부는 해외 주식에 투자될 것이다. 한국도 배당금이 높은 나라에 투자해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 배당금 증가는 소비 증가 초래
    배당금이 늘어 주가가 오르면 소비가 늘고 경제성장률이 올라갈 수 있다. 단순화해서 직접적인 소비 증가 효과를 추산해보자. 2013년에 배당금이 13조 5200억 원이었다. 이중 4조원 정도가 외국인에게 나머지 9조 5000억 원이 대주주를 포함한 국내 투자자에게 지급되었을 것이다. 배당세를 제외하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약 8조원 는 셈이다. 한국의 평균 소비성향 73%를 고려하면 6조원 정도는 소비되고, 그렇게 되면 소비가 0.8%, 경제성장률이 0.4% 정도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부가 늘어 소비지출도 증가할 것이다. 주가가 오를 때 경제 전체적으로 소비심리도 개선된다. 
    이처럼 배당금 증가는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에 상당 부문 기여할 수 있다. 문제는 기업 스스로 배당금을 크게 늘릴 것 같지는 않다. 국민연금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은 2013년에 이미 상장주식을 7.1%(시가총액 기준)나 가지고 있다. 이 비중은 계속 늘어 2018년에는 9%에서 13%까지 증가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부분의 우량 기업 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쳐 국민연금의 역할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그림 1> 주당 배당금과 주가지수 추이: 배당금 감소, 주가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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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KRX

 

<그림 2> 2013년 주요국의 배당수익률 비교: 한국 최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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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블룸버그

 

<표> 주가지수와 배당금의 관계: 양방향으로 인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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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시차는 2를 사용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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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6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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