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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09월28일 22시4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4시10분

작성자

  • 김영익
  •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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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엔 약세와 한국 경제

최근 미 달러 대비 엔화환율이 109엔까지 상승하면서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엔화 가치는 더 하락하고, 이는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일본경제, 아직도 디플레이션 탈피 못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에서 시작되었지만, 미국보다는 일본 경제가 더 큰 타격을 받았고 회복속도도 느리다.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08년 2분기 국내총생산(GDP)을 100이라 했을 때, 2009년 2분기 미국 GDP는 95.9로 4.1% 감소했다. 그러나 일본 GDP는 같은 기간 동안 무려 8.1%나 줄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 경제의 회복속도도 지지부진한다. 2014년 2분기 현재 미국 GDP가 경제위기 직전(2008년 2분기)보다 6.9% 증가했으나, 일본 GDP는 0.3% 증가한 데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경제가 제 자리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것이다. 특히 일본 경제는 지난 2분기 연율로 마이너스(-) 7.1% 성장했다. ‘아베노믹스’라는 이름 하에 일본 정부가 과감한 경기부양정책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1990년대부터 시작된 디플레이션에서 아직도 탈피하지 못한 셈이다.

 

본원통화 급격한 증가, 엔 약세 초래 

일본 정부는 20여 년 이상 지속된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적극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이를 때까지 통화를 무한정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본원통화가 2013년 한 해 동안 무려 46.6%나 증가했다. (한국의 본원통화가 13.7% 증가한 데 그친 것과 비교된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일본의 본원통화는 지난해 말보다 25.3% 늘었다. 

 

일본의 통화공급 증가가 엔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아래 <그림 2>는 일본과 미국의 상대적인 본원통화공급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2008년까지는 미국이 일본보다 더 빠르게 통화공급을 늘렸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은 연방기금금리를 5.25%에서 거의 0%까지 인하했고, 양적 완화를 통해 대규모로 돈을 풀었다. 이에 따라 110~120엔이었던 엔 달러 환율이 2011년 하반기에는 76엔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일본이 미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양적 완화를 단행하고 있다. 미국의 본원통화가 2013년에 38.7%, 2014년(8월까지)에 11.2% 증가했으나, 일본의 본원통화는 각각 46.6%, 25.3%나 늘었다. 일본의 통화가 급증하면서 2012년 이후로는 엔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상관관계를 분석해보면 같은 달의 일/미 본원통화 비율과 엔/달러 환율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0.83으로 매우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오는 10월에 양적 완화를 종료하고, 그 다음에는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의 재 매수를 중단하고 양적 완화 때 사두었던 채권을 팔 것이다. 나아가서는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본 중앙은행은 계속 돈을 풀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소비자물가가 2.7% 상승했지만 일본 경제가 지난 2분기 마이너스 7.1% 성장한 것처럼 침체에서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일본의 본원통화가 미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엔화 가치를 더 하락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일 실질금리 차이 확대도 엔 약세 요인

한편 미국과 일본의 실질금리 차이 확대도 엔 약세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서 실질금리는 국채(10년) 수익률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것으로 사용했는데, 2012년 이후 미일 실질금리 차이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2014년 7월 미일 실질금리 차이가 3.57%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분간 미일 실질금리 차이가 축소될 가능성은 낮다. 일본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 통화공 급을 늘릴 것이고 미국은 양적 완화 종료에 이어 금리 인상을 모색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일 간의 통화정책 차이뿐만 아니라 경상수지 측면에서도 엔화 가치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일본의 경상수지가 12개월 누적 기준으로 1조엔 정도 적자로 돌아섰다. 이와는 달리 미국 경상수지 적자는 대폭 축소되고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2005년 4분기에는 명목 GDP대비 6.3%였으나, 올해 2분기에는 2.3%로 줄었다. 세일 가스 생산으로 미국의 에너지 수입이 감소한 것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미국의 원유 수입액이 2006년에는 일간 1,400만 배럴이 넘었으나 최근에는 900만 배럴 정도로 떨어졌다.) 이와 더불어 유로지역 경제의 부진과 통화 공급 확대에 따른 달러 강세도 상대적으로 엔 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 120엔대 갈 수도

앞서 엔화 가치 하락 요인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과 미국의 통화정책 차이이다. 일본은 양적 완화를 더 해야 하고 미국은 양적 완화를 마무리하고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단계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본원통화가 미국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엔/달러 환율은 더 오를 것이다. 1990년 이후 엔/달러 환율의 평균이 110엔 정도였는데, 조만간 이를 돌파할 전망이다. 일본의 적극적 통화정책으로 120엔에 이를 가능성도 높다. 엔 약세를 기대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확대는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추세적으로도 엔/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 하나의 통계기법(호드릭-프레스콧 필터)을 이용하여 엔/달러 환율의 장기 추세를 구하고 현재 환율이 이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가를 보았다. 2012년부터 엔/달러 환율이 상승 추세로 전환되었으며, 2014년 9월 현재 추세치는 107엔 정도이다. 9월 24일 환율이 109.04엔으로 추세 선에서 1.8% 정도 벗어났다. 엔/달러 환율이 추세 선에서 상하 5% 이상 벗어난 경우가 많았는데, 이로 미뤄보면 단기적으로도 엔/달러 환율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거품 영역에 접어든 미국 주가가 급락할 경우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늦어지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 단기적 현상이고, 엔화 가치 하락은 앞으로도 몇 년간 더 지속될 추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 적극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2011년 10월 100엔당 1508원(월 평균)이었던 원/엔 환율이 2014년 8월에는 996원으로 급락했다.(9월에는 23일까지 965원으로 하락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15년에는 800원대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가 소비 등 내수 부진으로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으로 가고 있는데,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마저 위축된다면 경제 성장률은 더 떨어질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와 전기전자 등 대부분의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다. 원화에 비해 엔화의 상대 가치 하락은 한국의 수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1990년부터 최근까지 통계를 이용해서 분석해보면 원/엔 환율이 1% 하락했을 때(다른 조건은 일정하다고 가정), 한국의 수출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원/엔 환율은 한국의 주식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원/엔 환율이 1% 하락했을 때, 주가지수(KOSPI)는 장기적으로 0.6% 떨어졌다. 업종별로는 화학(-1.6%), 운수장비(-1.5%) 업종이 엔화 가치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반면에 비금속광물, 통신, 종이목재, 전기가스 업종 등의 주가는 원/엔 환율이 하락할 때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원화가 엔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로 가는 것이 추세이지만, 그 속도는 조절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그 일을 할 수 있다. 일본만큼 적극적으로 통화 공급을 늘리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보조를 같이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갈수록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재정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규제 완화 효과는 서서히 나타난다. 통화정책만이 단기적으로 현재의 글로벌 경제상황 하에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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