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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를 통한 히든챔피언 감별법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1월26일 20시5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13분

작성자

  • 백만기
  •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 회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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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특허를 통한 히든챔피언 감별법

  지금은 중소기업청으로 조직이 이관되었지만 MB 정부 말기 지식경제부에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국 단위의 중견기업 전담조직이 설치되었다. 이는 우리 산업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자기 전문 분야에서 세계시장 1-3위를 차지하는 1350개의 중소중견기업(히든 챔피언)이  경제의 든든한 허리의 역할을 하고 수출주력 기업으로도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히든 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 박사는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한 국가의 성과는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 특히 히든 챔피언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면서 최고경영자(CEO)의 자질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이들 히든 챔피언의 경우는 국제화와 혁신성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서 특허부서의 사내 위상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몬 박사가 주장하는 '원대한 꿈을 가진 CEO 리더십'에는 특허경영 마인드가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제 무형자산이 기업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제체제하에서 경영전략의 중심에 특허가 위치하게 된 점을 직시하여야 한다. 최근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는 애플 등 스마트 폰 업체 간의 특허전쟁은 그 단적인 예다. 

 

 독일의 풍력터빈제조업체인 에네르콘(Enercon)은 히든 챔피언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이다. 혁신적인 터빈 기술을 개발한 이 회사는 독일에서 60%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고용도 1만3천명이 이르는 국제화된 기업이다. 이 회사는 시장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쟁기업으로부터 특허소송을 당하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수입금지 결정으로 인하여 2010년까지 미국시장 진출이 원천 봉쇄되었다. 하지만 이후 상대방 특허의 약점을 끈질기게 공략하여 상호특허허여 협상이 가능하게 되었고 미국시장 개척의 근본적인 장벽을 제거하게 되었다.  요즘 들어 수출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한국의 중소중견기업들이 미국에서 특허소송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에네르콘의 사례는 우리에게 특허경영의 좋은 교훈이 될 것 같다. 우리에게는 아쉬운 사례도 많다. 페이스북의 원조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사이월드는 SNS 의 선구적인 아이디어를 먼저 사업화하였지만 비즈니스 모델의  권리화는 미진하여 후발주자에게 사업기회를 손쉽게 열어 주고 말았다. 또, 세계 최초의 MP3 업체인 엠피맨닷컴도 특허를 경영전략 측면에서 잘 활용하지 못해 선도적인 사업 구상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사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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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 경영자들은 새로운 사업을 수행해 나갈 때 특허가 장애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허침해우려 때문에 시간을 끄는 것 보다는 신속히 사업을 진행하면서 라이센싱 교섭에 의해 특허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실제 그렇게 성공한 기업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특허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의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였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또, 우리 기업의 국제적 위상이 과거 같지 않고 특허가 전략적인 무기가 되어 버려서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대응하다가는 엄청난 선행투자가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 국제적으로 특허보호의  기조가 강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식재산은 이제 기업을 지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기업이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선행특허 분석과 선제적인 특허전략이 필수적이 된 것이다.

 

 요약하자면 우리가 무역규모 2조 달러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히든 챔피언이 필요하고 이들의 특허경영능력이 향후 성장과 수출증대의 요체가 될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에 히든챔피언으로 각광을 받던 로봇청소기업체 모뉴엘의 허위 수출과 금융사기 사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론은 모뉴엘 사건을 ‘히든챔피언 성공주의가 부른 거짓 성공신화’라고 지적하고 무사안일 대출의 위험성을 지적하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 초기 발아 단계에 있는 기술금융의 문제점을 지적하는가 하면 다른 많은 선의의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금융기관이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술 평가와 리스크 관리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 기업의 특허기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인력과 DB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번 사건을 보고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모뉴엘의 국내외 특허 등록 상황을 보면 국내에는 출원 42건에 등록 30건, 미국에는 출원 3건에 등록 2건으로 나와 있다. 모뉴엘은 단순히 양적으로만 보아도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히든 챔피언 중에서는 너무 빈약한 특허 실적을 보여 주고 있다. 빌게이츠가 극찬한 기업이고  대표적인 가전제품 전시회인 CES에서 상을 수상한 기업이라는 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업의 모습이다.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히든 챔피언의 기술은 결국 특허로 등록될 것이고 이것이 진입장벽으로 작동하면 안정적인 매출과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게 될 것인데 많은 연구 개발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실적이 없다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지 못한 셈이다. 세계 최대의 기업가치를 가지게 된 애플도 제조공장은 미국에 없지만 특허, 디자인, 트레이드 드레스, 상표 등을 통해 통합적인 지식재산전략을 전략적으로 추구하고 있고 필요하면 소송도 불사하는 특허경영을 하고 있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과거에 미국의 저가 PC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던 한국의 이메신스라는 기업이 단 한건의 등록 특허도 없이 컴팩이라는 대기업과 경쟁하다가 특허소송으로 무너진 사례를 우리는 너무 쉽게 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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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뉴엘에 대한 대출 심사시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이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서만 믿고 대출하지 않고 이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지를 특허의 관점에서 분석을 해 보았다면 우리은행과 같은 대출점검 방식이 아니더라도 수상한 점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요즘은 지식재산 획득형으로 연구개발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해당 산업 분야의 신규 진입업체를 제한할 수도 없고 수많은 특허괴물의 공격을 피해나가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제는 제조업체만 특허경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도 대출기업의 특허경영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때 국가적 차원의 히든챔피언 지원대책도 실효성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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