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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대통합, 먼저 한국당을 허물어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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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1월11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1월12일 15시21분

작성자

  • 황희만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 前 MBC 부사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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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에 이백만 명이 모였다고 하더라고, 조국 수호 한다고... 민주당이 떠들고 언론이 덩달아 흥분하고...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허풍을 떠는 것을 보니 진보라는 사람들은 염치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안 되겠다 싶어서 광화문 집회에 나갔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하는 말이었다. 

 

국제문제를 문하는 한 학자는 한국과 일본인의 기질을 비교하면서 일본인의 특징은 염치를 우선하는 (culture of shame)경향이 강하고 한국인의 특질은 먼저 남을 탓하는  (blaming others) 기질이 강하다고 했다. 조국사태를 보면서 언필칭(言必稱) 진보의 대변자로 나서는 사람들은 조국 장관의 처신을 탓하기보다 검찰을 탓하고 나서 많은 국민들에게 조국 본인은 물론 진보의 민낯을 보여 준  것도 사실이다.

 

서초동에서 조국수호 집회가 열리자 말없는 다수의 사람들이 그것은 아니지 하며 광화문 집회에 모여들었다. 보수를 지키기 위한 사람도 있고 상식에 어긋난 짓을 버젓이 하는 정부 여당과 진보그룹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 광화문에 나선 사람도 있었다. 이런 저런 사람들이 모여 지난 10월 3일 광화문집회에는 사상 초유의 대군중이 모였다.

 

구름 같은 군중이 몰리자 보수로 자칭하는 한국당이나 공화당은 무언가 착각을 하고 있는듯하다. 문재인 정부를 갈아치울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진 것으로 느끼는 듯하다. 태극기 부대로 통칭되는 공화당세력들은 문재인 하야 투쟁으로 까지 선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조국퇴진이 이루어지자 광화문 시위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처음 광화문 집회 때 보다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흐름인데도 한국당은 조국퇴진에 의원들이 공을 세웠다고 표창장을 주는가 하면 공천에  가산점을 주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국민이 나서서 조국퇴진이 된 것이지 자기들 힘만으로 된 것도 아닌데 국민정서를 몰라도 한 참 모른다. 여기에 또 황교안 대표는 갑자기 섹스폰을 들고 나와 연주솜씨를 뽐냈다. 황대표는 보수 세력을 결집하기도 바쁠 텐데 마치 대권주자로 나서 자신의 퍼스낼리티(personality)를 홍보하기 위한 것인지 모를 뜨악한 모습을 보였다.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한국당은 세(勢) 확장을 한다면서 영입인사들을 선보였다.국민들은 감흥을 받지 못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제 1호 영입으로 내세웠던 인사는 새 시대를 여는 상징이 아니라 과거로 돌아가는 수구의 얼굴을 더 강하게 보여주었다. 박찬주 대장영입은 5공 공안검사 출신이 5공 장군을 영입을 했다고 비판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야권 안에서도 제기됐다.

 

최근 일련의 한국당 움직임에 국민반응이 시큰둥하니까 황교안 대표가 빅 텐트(Big Tent) 운운하며 보수 통합에 나선다고 한다. 통합을 위해 유승민 의원 측과 접촉하는 공식창구로 원유철 의원을 지명했다. 한국당은 유승민 의원 측은 물론 박형준 교수 등 범보수(汎保守) 통합운동을 하는 사람들과도 만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합의 핵심대상인 유승민 의원 측에 대해서는 한국당 안에서도 여러 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탄핵에 유승민계 사람들이 앞장섰는데 아무 말 없이 이들을 받아 들이냐며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당에 오려면 먼저 잘못을 사죄하고 들어오라는 것이다. 탄핵찬성도 잘못했고 한국당을 나가 새로운 당을 만든 것도 결국 잘못된 일이라고 고백하라는 것이다. 

 

아직도 박근혜대통령탄핵이 김무성, 유승민 두사람이 주도해서 된 것이 아니고 국민이 탄핵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공화당뿐만 아니라 한국당 안에도 있다. 진정 박근혜 대통령을 위했던 사람들이라면 탄핵사태가 오지 않도록 사에 박대통령에게 비선정치(秘線政治)를 하지 않도록 진언하고 소통을 주문하며 바른말을 했어야 했다. 자기 반성은 커녕 아직도 남의 탓을 하고 있다.

 

이런 형국이니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고개 숙이고 공천을 받기위해 한국당에 온다 할지라도 이는 진정한 보수통합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바른미래당이 없어지고 한국당만 있는 것이다.

 

최근 SBS여론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2.7 % 한국당은 19.9 % 지지정당 없음이 5.2%에 이른다. 이 무당층 중에는 중도 진보도 있겠지만 개혁적 보수, 중도 보수가 그 속에 있다. 광화문에 모인 대다수의 국민들이 중도보수이고 지금은 무당 층 이라는 사실을 한국당은 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한국당지도부가 이런 눈높이로 보수통합을 시도한다면 도로 한국당일 수밖에 없다. 개혁보수의 이미지를 보일 수 없다. 무당층을 끌어올 수 없다.

 

보수가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큰 그림은 무당 층을 어떻게 끌어안느냐 일 것이다. 최근 각종여론조사를 종합하면 기존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 층은 25%에서 35%에 이르고 있다. 

 

중도보수, 개혁보수를 원하는 사람들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지금의 한국당 지도부의 상상력으로는 안 된다. 지금까지의 행태로 본다면 황교안 대표 본인이 나설 일이 아니다. 과감하게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큰 배포를 가져야 할 것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제 3의 인물을 영입해 권을 주고 보수 빅 텐트를 만들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당이 자신의 틀을 허물어 버리고 새집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다양한 인재들이 새집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야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한국당이 지금의 당내 사정을 먼저 고려하고 통합을 시도한다면 현역의원들과  현역 당협위원장 눈높이를 넘어설 수가 없을 것이다, 모두가 자기가 공천 받고 당선되려 할 것인데 무슨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바라는 관점에서 새 틀을 짜고 새 인물을 영입해야 보수가 살아남는 길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내세우며 박근혜 탄핵을 물고 늘어지는 지지층만으로는 수권정당이 안 된다. 일부지역 세력으로 락하고 만다. 더욱이 패스트 트랙(Fast Track)에 올라가 있는 선거법이 통과되면 다당제의 길이 열린다. 유승민의원 중심의 바른미래당 사람들이 아직도 5공 냄새가 남아있는 한국당과 굳이 통합할 이유도 없다. 통합을 추진할 제3의 인물을 내세우고 한국당 국회의원들은 모두가 물러설 수 있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보수 대 통합의 길은 없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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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1월11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1월12일 15시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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