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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파리 구석구석 돌아보기(18)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11월30일 17시01분
  • 최종수정 2019년11월29일 19시28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메타정보

  • 8

본문

오늘은 결과적으로 가장 편안하게 그러나 가장 많이 걸은 날이 되었습니다. 기침도 좀 나아지고 해서 그런지 제 스마트폰으로는 1만9천보를 걸었는데 피로도는 그렇게 높지 않네요. 또 다른 편안했던 이유는 주로 야외에서 거닐며 쉴 수 있는 벤치를 만나면 줄곧 쉬어 가면서 돌아다녔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메뉴는 '휴식과 추억이 교차하는 곳 찾기'라 할까요.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프랑스 정부가 빠리 남쪽 끝에 마련해 둔 우리말로 하면 '국제학관' 같은 곳인 Cite Internationale Universitaire de Paris입니다. 저는 결혼하고 프랑스 유학을 갔기 때문에 이곳에 머문 기억이 없지만 이곳에서 프랑스 생활을 시작했던 분들에게는 가장 추억이 남을 만한 곳일 것입니다. 이곳의 줄인 말인 '시떼'는 이런 분들 사이에서는 빠리 중심의 노트르담이 있는 섬 이름으로보다 훨씬 더 가깝게 다가오는 어감이었겠지요. 제가 이곳을 가기로 생각한 것은 이런 분들의 추억을 되살린다는 뜻에서보다는 프랑스 오기 전에 본 불어판 유투브에 '빠리 내에서 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곳'으로 소개되는 다큐를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프랑스의 큰 이웃들인 유럽 주요 국가들, 세계 유력 국가들, 유럽 주요 국가들, 그리고 한때 프랑스의 식민지 국가들까지 많은 국가들이 이곳에 그들 나름의 '학관'을 특색있게 지어놓고 있었습니다. (옛 식민지 국가들에게는 프랑스의 지원이 있었던 듯.) 사진으로는 정문,국제관과 함께  비교적 인상 깊게 본 스위스, 미국, 멕시코, 캐나다, 독일 (평화의 아치라는 조형물이 있는 곳), 캄보디아, 모로코 등의 학관을 담습니다. 그외의 국가에서 온 사람들은 (작년 한국관이 개관했으니 한국 사람들도 포함) 멀리서 보면 성처럼 보이는 '국제관 (Maison Internaionale)'에서 지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제가 한국관을 잠시 들렀을 때 전해 들은 점심이 싸고 맛있어 인기가 있다는 스페인관 (학생들이 줄을 늘어서 있는 곳) 사진도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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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넓은 시떼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다보니 이상한 경험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멋진 집들로 둘러싸인 곳으로 갑자기 들어섰는데 한 떼의 사람들이 (특히 학생 유니폼을 많이 입고 있는 사람들이) 샌드위치를 나누어 먹고 있었습니다. 한쪽으로 가서 물어보니 지금 영화를 찍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 막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는데 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갑자기 프랑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방인이 될 뻔했네요. 그리고 작년에 개관했다는 한국관의 모습과 그 앞에서 찍은 인증사진도 올립니다. 다른 나라들의 학관에 비해 우리나라의 특색을 제대로 못 살린 것 같아 약간 아쉬웠습니다. 오늘 이곳에 어떤 복싱 도장에서 야외 연습을 나왔는지 한 떼의 사람들이 복싱 연습하는 장면도 찍었습니다. 그리고 이곳 시떼가 바로 면하고 있는 빠리 외곽 환상도로인 Peripherique의 바로 바깥에 서 있는 또 하나의 성심성당 (몽마르트르 성심성당과 꼭대기 모양도 비슷한) 사진도 찰칵. 여기에 노르웨이관 (Maison de Norvege) 사진도 넣습니다. 제가 오늘 아침 갑자기 급한 용무가 생겼을 때 도와준 고마운 곳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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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점심은 아침에 구글지도로 살펴둔 바로 옆의 몽수리 공원 (Parc de Montsouris: 영어로 쓴다면 Mount Mouse Park이 되는데...)로 들어가 먹기로 하고 그곳으로 옮겼습니다. 이곳은 불론뉴 숲보다는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그래도 빠리 남쪽에서 제법 중요한 시민들의 휴식공간 노릇을 하는 곳입니다. 그 안에도 작은 호수가 조성되어 있어 빼어난 경치도 제공해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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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의 다른 숲, 공원, 정원에서도 비슷한 모습들이 있었지만 이곳에서도 시민들이 어린이들을 데리고 와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설들이 많았습니다. 놀이터도 물론 있었지만 이곳에서 눈에 띈 곳은 조랑말 태워주는 곳과 프랑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인형극 보여주는 곳 등이었습니다. 몽수리 공원이 인기있 는 또다른 중요한 한 요소는 이곳을 찾아주는 많은 철새들과 물새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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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관과 몽수리 공원에서 걷기와 휴식을 적절히 섞어가며 시간을 보낸 저희 부부는 다음 행선지로서 제가 다닌 빠리 1대학의 다른 캠퍼스를 골랐습니다. (빠리에서는 캠퍼스라기보다는 건물입니다. 제가 빵떼옹 근처 대학을 방문했을 때 더 많은 강의를 들은 곳이 있다고 했는데 바로 빠리 13구의 Tolbiac거리에 있는 20층 건물입니다.) 그곳으로 가려고 구글지도를 탐색하니 62번 버스가 간다고 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대학까지 가는 길에서 공사를 하느라고 잠정적으로 버스 운행을 중단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만 2Km를 더 걸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오늘의 걸음수를 최대로 올린 이유입니다.버스 루트를 알아보기 위해 구글지도를 이용하는데 구글지도는 이런 상황까지는 알려주지 않아 몇번이나 이런 불편을 겪게 되네요. 우리나라 시내버스 앱들이 더 발전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학교를 다시 방문해서 엘리베이터도 타 보고 도서관도 들어가 보니 감회가 깊었습니다. 빵떼옹 쪽 캠퍼스와 마찬가지로 과거 이곳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노라 했더니 도서관 방문증도 끊어주네요. 마지막 사진은 저희가 예정에 없던 2Km 추가 도보를 해야 했던 버스 정류장 근처 도로 보수공사장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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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서비스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아침에 호텔에서 시떼로 오면서 버스의 자리가 모처럼 여유가 있는 것을 활용해서 저희 아내가 관심을 가지고 찍은 몇 장의 빠리 버스 내부 사진을 올립니다. 약간 불편한 사람들도 서서 기댈 수 있게 마련해 둔 등받이라든지 유모차를 끌고 탄 사람들이 유모차를 받치는 곳,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자리 표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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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 1대학교의 Tolbiac 캠퍼스가 있는 빠리 13구는 2차 대전 때 손상을 많이 입은 후 빠리에서는 유일하게 고층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서게 되어 빠리의 특성이 가장 무너진(?)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빠리 내에서도 비교적 주거비도 싸진 점을 이용하여 중국인들과 베트남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기 시작해서 빠리 사람들은 이곳을 일종의 'China Town'으로 취급하기도 합니다. (이곳의 비교적 높은 아파트 타워들과 거리에 즐비하게 늘어선 중국, 베트남계 식당, 물품상회 등의 사진도 담습니다.) 이밖에도 중동, 아프리카에서 온 이민들이 가장 많이 산다고 하네요. '빠리 13구는 빠리 다른 구에 비해 사망률이 극히 낮은데, 그 이유는 중국인 중에 누군가 사망하면 그 시체는 비밀리에 장사 지내고 (즉 사망신고 없이) 그의 시민증은 다시 불법 이민자로 들어온 다른 중국인에게로 넘어가기 때문이다.'라는 황당무계한 전설적인 이야기도 만들어졌을 정도입니다. 제가 이곳에서 공부할 때 기차를 타고 통학을 했다고 말씀드렸는데, 루앙에서 기차로 생 라자르역으로 와서 다시 Tolbiac이나 Pantheon까지 지하철을 타고 와서 수업을 듣는 가운데, 몇 주에 한번씩은 이곳 Tolbiac에서 가장 큰 중국상회인 '진시상장 (Tang Freres)'에 들러 배추 7-8포기 (가끔 무우도 함께)를 사들고 지하철, 기차를 갈아타고 루앙까지 날라갔던 기억이 나는 곳입니다. 몇 개월에 한번씩 가족과 함께 차로 나들이를 할 때면 아예 이 가게 물품창고로 가서 배추 한 상자를 따로 달라고 해서 제법 많은 양의 배추를 사 날랐던 기억도 나서 창고 입구를 사진 찍다가 직원들의 핀잔도 들었습니다. (왜 얘기도 하지 않고 사진을 찍냐구요.) 이곳에는 아시아 모든 식품들이 다 전시되어 있는데, 우리 고추장, 된장, 소주 등을 보니 반가왔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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