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17) 옥잠화 비비추 맥문동 이야기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8월07일 17시03분
  • 최종수정 2020년08월07일 14시19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메타정보

  • 12

본문

지난 주 글에서 이야기했던 배롱나무 꽃이 피기를 기다렸던 심정은 이제 배롱나무 꽃이 곳곳에서 피어나면서 상당히 달래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공원과 아파트 단지 등에서 배롱나무 꽃을 발견하고 즐기시기를 기대합니다.

이번에도 한 꽃을 기다리며 글쓰기를 미루어왔던 세 가지 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옥잠화, 비비추, 맥문동 이야기입니다.​ 

 

필자는 이 글을 쓰기 전에 문득 유엔군 묘지에 잔디 대신 보리를 심어서 방문한 미국 대통령의 찬사를 받았다는 고 정주영 회장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1952년 12월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부산의 유엔군 묘지를 방문하는 일정이 들어가면서 묘지 단장이 큰 숙제로 떠올랐습니다. 당시 관리가 소홀했던 묘지 전체를 녹색 잔디로 덮어달라는 주문을 받고 당시는 한겨울에 구할 수 없던 잔디 대신에 겨울 양식 재배를 위해 심어져 있던 보리를 옮겨와서 묘지를 단장함으로써 위기를 넘겼다는 유명한 일화이지요.  

 

이렇게 사람들은 우리 주변의 넓은 땅이 맨흙으로 드러나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땅의 윗부분을 대부분 키 큰 나무들이 차지하고 있는 경우 아래로 햇빛이 잘 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강한 햇볕에 적응하며 사는 잔디는 오랫동안 응달이 지는 땅에서는 키우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숲이 우거진 산의 아래에서는 잔디는커녕 작은 풀들이 쉽게 자라기 힘들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응달진 땅을 채워줄 식물들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가능한 한 땅을 잘 가려주고, 나아가 때가 되면 예쁜 꽃도 피워주면 금상첨화이지요. 그런 사람들의 욕구에 딱 맞는 꽃들이 바로 이들 세 가지 꽃이어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글의 두 주인공인 비비추와 맥문동이 일찌감치 개화해서 곳에 따라서는 이미 지기 시작한 곳도 있는데 나머지 한 주인공인 옥잠화가 개화한 모습을 주변에서 발견하지 못해서 미루어왔던 것이지요. 일전에 말씀드린 저의 식물 사진 6년치 데이터베이스에서도 옥잠화는 역시 다른 꽃에 비해 늦게 꽃을 피우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쩔 수 없어서 옥잠화는 필자가 종종 들르는 용인 낙생저수지 근처에서 이 꽃을 재배하는 밭에서 (아마도 재배한 후 분양하는 것 같습니다.) 일부 개화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다른 두 주인공들은 여러 곳에서 이미 사진을 찍어 두었지요. 어쩌면 옥잠화에게는 조금 늦게 꽃을 피워도 괜찮다는 무언가 자신감 같은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b9bcb5efdce2756cd2a9f8ed873a8222_1596759

 

 

b9bcb5efdce2756cd2a9f8ed873a8222_1596759
8월6일 용인 낙생저수지 근처 재배 밭에서의 옥잠화 개화

 

 

옥잠화는 대체로 비비추보다는 잎의 녹색 색깔은 옅은 편이지만 훨씬 넓은 잎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맘대쯤 그 큰 잎 위로 굵은 꽃대를 올리고 꽃대 주변으로 제법 긴 통 모양의 하얀색꽃들을 피워냅니다. 모두에서 밝혔듯이 7월초에 이미 꽃을 피우는 비비추보다 한 달 가까이 늦게 꽃을 피우기 시작하합니다. 비비추는 종류가 다양하지만 대체로 옥잠화와 비슷한 형태의 꽃을 피웁니다. 꽃 색깔이 대체로 보라색을 띠는 것이 큰 차이이지요. 맥문동은 우리가 익숙하게 먹는 부추의 잎처럼 가느다란 잎을 펼치고 있다가 그 위로 기다란 꽃대를 내밀고 꽃대에 보라색 앙증맞은 꽃들을 다닥다닥 붙여내는 모습이 특이합니다. 필자는 맥문동이 꽃을 떨구고 나서 달고 있는 까만색의 열매도 보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맥문동과 매우 비슷하지만 꽃의 색깔이 훨씬 옅고 꽃대도 훨씬 짧은 녀석을 다소 얕잡아 부르는지 이름을 맥문동아재비라고 지은 녀석도 있습니다.) 

 

 

b9bcb5efdce2756cd2a9f8ed873a8222_1596759
7월5일 탄쳔변 바위틈에서 피어난 비비추

 

 aea7a2a18d627c38cfdccc51538a77cb_1596777 

8월 7일 신라호텔 뒤 비비추 

 

b9bcb5efdce2756cd2a9f8ed873a8222_1596759
7월25일 장충단공원 비비추

 

 

 

b9bcb5efdce2756cd2a9f8ed873a8222_1596759
7월22일 조선호텔 근처 맥문동

 

 

 

b9bcb5efdce2756cd2a9f8ed873a8222_1596759
7월21일 필자 아파트 단지 내 맥문동아재비

 

 

필자가 이들 여름꽃 3총사에 주목한 것은 이들이 피는 시기도 비슷하지만 이들이 심어져 있는 장소도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단지의 정원, 가까운 도시공원의 정원, 공공기관의 정원 등에서 대체로 높은 나무들이 차지하고 난 빈 공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꽃들이기 때문입니다. 높은 나무들이 위에서 햇볕을 가려버린 아래 공간에는 도시민들이 좋아하는 잔디밭을 조성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그렇다고 맨땅이나 잡초들이 무성한 공간으로 내버려둘 수는 없기에 이들 여름꽃 삼총사가 적격으로 선정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햇볕을 받아 광합성을 해야 하는 것이 식물들의 숙명인데 이들 삼총사는 어떻게 그런 응달진 공간에서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들의 모습을 잘 살펴보면 이들 3총사가 응달진 곳을 견뎌내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옥잠화나 비비추는 다른 여름꽃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잎을 펼칩니다. 넓은 타원형의 긴 잎들이지요. 이렇게 잎만 피어 있을 때는 그런대로 균형 잡힌 식물로 보입니다만, 꽃이 피면 그 꽃에 비해 터무니없이 잎이 넓어서 어딘지 불균형을 이룬 것 같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옥잠화와 비비추의 이렇게 넓은 잎이야말로 바로 응달진 곳에서도 살아가는 비결인 셈입니다. 지나가는 작은 햇살도 쉽게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맥문동은 정반대의 전략을 씁니다. 가느다랗기는 하지만 수없이 많은 잎을 사방으로 펼쳐서 역시 지나가는 햇살을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는 모습을 갖추고 있는 셈이지요. 

 

 

b9bcb5efdce2756cd2a9f8ed873a8222_1596759
2017년 8월6일 분당 아파트단지 정원 옥잠화, 비비추, 맥문동 동시 개화

 

 

 

b9bcb5efdce2756cd2a9f8ed873a8222_1596759
2019년 8월17일 전남 영광 원불교 영산성지 큰 나무들 아래 공간을 메워주고 있는 맥문동

 

 

 

b9bcb5efdce2756cd2a9f8ed873a8222_1596759
2014년 8월28일 남산공원 옥잠화 만개

 

 

 

b9bcb5efdce2756cd2a9f8ed873a8222_1596759
2014년 8월28일 남산공원 맥문동

 

 

결국 이들 여름꽃 3총사는 그들 나름대로의 꽃의 아름다움도 내세우지만 다른 한편으로 다른 꽃들이나 식물들이 잘 견디기 어려운 음지도 마다하지 않는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가까운 공간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네 인간사회에서도 이런 여름꽃 3총사처럼 숨은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전체 사회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의 생각이 너무 비약한 것일까요? 

 

 

<ifsPOST>

12
  • 기사입력 2020년08월07일 17시03분
  • 최종수정 2020년08월07일 14시19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