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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 30주년, 한반도의 통일 해법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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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0월04일 18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10월04일 17시35분

작성자

  • 박정일
  • AI Creator, 전 경기도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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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통일된 지 30년이 흘렀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329일 만인 1990년 10월 3일 동·서독이 통일됐다. 독일 통일은 ‘너무 갑작스럽게 왔다’, ‘조급하게 추진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분단 이후 서독 정부는 통일이 어렵다고 보고 분단의 평화적 관리에 주력했다. 1989년 10월 이전까지는 동독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통일을 위한 실질적 준비를 거의 하지 않았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것은 고르바쵸프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인한 동유럽의 민주화 바람, 동독의 야권운동, 동독 시민들의 저항 등 국제정세가 복잡하게 작용하면서 무너지게 됐다. 

1989년 34만 4천여 명, 1990년 1월부터 6월까지 23만 8천여 명, 1년 6개월 동안에 총 58만 2천여 명 동독인이 서독으로 탈출했다. 탈출자 70%가 엔지니어와 의사 등으로 동독 산업과 사회가 마비 지경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오래 지속된 교류·협력이 바탕에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서독 시민들은 동독에 자주 갔고 동독 주민들도 제한적이긴 해도 서독을 방문할 수 있었다. 편지나 소포를 서로에게 보낼 수 있었고 전화통화도 가능했다. 당시 동독 주민의 80% 이상이 서독 TV를 시청해 서독 경제가 풍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여기에 동독 경제가 파산에 이를 만큼 최악이 되면서 통일 외에는 돌파구가 없었다. 동독경제의 파탄을 막기 위해 통일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독일은 왜 통일을 준비하지 않았을까. 제2차 세계대전 전승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의 동의를 받아 내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주변국의 경계를 불러올 수 있는 ‘통일정책’ 이라는 단어 자체도 사용하지 않고 대신에 독일정책(die Deutschlandpolitik)이라고 했다.

 

한국은 지난 30년 동안 통일 준비를 위해 무엇을 했을까. 수많은 정치인과 정부 관계자가 베를린을 방문해 사진만 찍고 왔다. 독일 통일 연구는 대개 서독 중심의 시각이었다. 현재 한반도 사정은 어떠한가. 미국과 소련의 냉전을 대신하는 미·중 패권다툼이 경제와 산업 분야를 넘어 군사 대결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북핵을 필요로 한다. 중국은 북핵이 한국에서 미군 철수를 이끌어 낼 강력 카드라고 믿고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양국이 모두 북핵과 한반도 통일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19일 “남북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길 바라는 소회가 가득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첫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통일부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부총리로 격상해 통일원으로 개칭한지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통일을 위한 가시적 성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남북 대화 추진은 청와대 위주로 진행됐다. 서독은 통일부 없이 외교부가 동독관계를 전담해 통일로 이끌었다. 물론 서독에도 내독관계부(Ministerium fuer Innerdeutsche Beziehungen)가 있었다. 하지만 역할은 동독의 인권 보호와 관련해 금전 거래를 통한 동독 정치범의 석방 (Freikauf)을 담당했다. 주변 4대 강국이 한반도 통일을 반대하고 있는데 우물 안 개구리 식 국내용 통일정책을 내봤자 소용없다. 강대국을 의식해 통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고 ‘한반도 미래’라고 하면 어떨까. 통일 정책도 외교 정책이다. 통일부 역량을 외교부와 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은 국내 통일 정책이 아니라 4대 강국 설득에 달려 있다. 국제 외교력을 강화해야 한다. 통일 분위기 조성은 남·북 관계 개선 보다 4대 강국의 지지를 끌어내는 것이 먼저다. 

 

둘째, 4대 강국 외교만 맡는 전담 외교총리를 발탁해 전권을 줘야한다. 콜 총리와 겐슈 외무장관의 뛰어난 외교력으로 전승 4개국의 지지를 이끌어 냈으며 동독 피난민들을 데려왔다. 

UN이 북한제재를 풀지 않는 한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국제 외교력이 절실한 이유다. 미·일·중·러 4대 강국에서 한국 주장을 지지할 국가는 아직은 없다. 4대 강국에 ‘한반도 미래 연구소’를 설립해 인적 네트워크 확대해가면서 통일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해 나가야 한다. 독일 사례와 같이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후 주변국을 압박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 외교력이 필요하다. 일본부터 우리 편으로 만들어 미국을 설득하면 된다. 그 후 러시아다. 최종적으로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지 않으면 통일 한국 이권에서 멀어진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1월 부임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8월 말까지 주요 인사79명을 만났는데 상대적으로 주중 한국대사는 1명에 불과했다. 이것이 외교 교섭력 차이다. 얼마 전 교체된 청융화(程永華·64) 주일 중국대사 같은 전문 대사가 한국에서는 왜 나오질 않을까. 스가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으며 일본 외무성은 다음 달 초 미국, 인도, 호주와 4개국 외무장관 회담을 추진한다. 한국만 빠졌다. 이념을 떠나 스가 총리와 인맥이 있으면 주일대사로 임명해야 한다. 주변 4대강 외교력에 한반도 통일 운명이 걸려있다.

 

셋째, 한국경제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서독은 소련에 대한 생필품 차관 50억 마르크, 소련군 37만 명 철수 비용으로 155억 마르크 등 경제 지원이 가능했다. 경제역량이 곧 국가역량이며 통일역량이다. 독일 정부는 30년간 2조 유로(약 2758조 원)를 동독지역 경제와 인프라에 투입했다. 이는 소득의 5.5%에 달하는 ‘연대세’로 재원을 마련했다. 경제력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통일은 불가능하다. 남북한 간 경제 격차는 크다. 2019년 기준 북한 총소득은 남한은 54.4분의 1이며, 북한 주민 1인 당 소득은 남한 주민의 26.6분의 1 수준이다. 북한과 공동으로 경제 발전을 이루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AI와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상호 협조해야 한다.

 

넷째,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당시 서독은 동·서독 교류·협력을 위한 

신동방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 간에 첨예한 갈등을 겪었다. 이를 극복하면서 평화·공존을 이루어 냈다. 우리는 대북정책을 놓고 이념, 진영 간 극심한 남남갈등을 겪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 또는 대선 때 국민투표를 부쳐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없는 한반도 통일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이해 독일 사회가 과거를 기념하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며 통일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독일 통일은 완전한 상태가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섯째, 남·북 교류를 넓혀 나가야 한다. 통일보다 먼저 필요한 건 남·북이 평화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교류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정 보다 결과인 통일만 생각한다. 앞뒤가 바뀌었다. 통일은 소통과 교류가 증대되고 남·북 교감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획득할 수 있는 결과물이다. 포스트 코로나 비대면 시대에 맞게 남·북 교류를 추진하는 것은 어떨까. 이번 추석에 이산가족 상봉도 비대면 화상회의로 추진해보자. 명절 때 북한 이산가족에게 선물을 보내자. 북한 고향의 특산물을 구입하자. 남·북이 상호 TV를 수신하도록 하자.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북한과 얼마든지 협력할 분야가 많다. 전부 비대면으로 가능하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남·북 가상화폐 또는 서울·평양 지역화폐 등 UN체재를 위반하지 않고 협력할 수 있는 비대면 분야는 넘쳐난다.

 

여섯째,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북한에 SOC(사회간접자본)를 투자해야 한다. 1972년 동·서독은 교통조약을 맺고 분단 상태에서 도로, 항공로 개보수 방안에 합의해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협력 사업을 전개했다. 서울에서 평양 단둥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고속철도를 건설하고 시베리아 철도를 연결하고 천연가스가 수입되게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 들여야 한다. 4대강 대신 북한에 도로, 철도망을 건설했다면 남·북 문제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곱째, 북한을 잘 알아야 한다. 우리는 북한의 인구가 정확히 얼마인지 모른다. 세대별 인구를 제대로 알아야 고령화 시대에 연금제도를 만들 수 있다. 북한 산업에 대한 설비 및 생산성을 알아야 남한 기업과 협력할 수 있다. 북한의 전력 사정을 알아야 산업단지와 스마트 도시 계획을 입안할 수 있다. 이런 정보들을 교류하면 북한에 대한 빅데이터가 구축된다. 거기에 맞춰 향후 북한과 협력 개발 계획을 추진할 수 있다.

 

여덟째, 확실한 군사적 우위가 필요하다. 북한은 20여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전술적 무기를 미국에 의존한다. 북한군은 128만, 예비군 772만 총 900만의 병력을 갖고 있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할 전술적 전략적 한국판 무기를 보유해야 한다. 군사적 우위 없는 남·북한 합의는 의미 없다. 북한은 상황에 맞게 남·북 합의를 파기해 왔다. 미국에 고분 고분하는 것은 군사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에이브럼스 한미사령관은 내년에도 전작권 전환이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의 운명을 미국에만 맡길 수 없다. 

 

마지막으로 상대방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 서독은 동독을 흡수통일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흡수 통일은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1국가 2체제를 인정해야 한다. 북한을 배려하는 입장에서 교류를 해야 한다. 통일 과정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풍요와 경제적 요소만 중요한 게 아니다. 통일 과정에서 북한의 문화와 정서를 존중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줄여가야 정서적 장벽이 생기지 않는다. 고르바쵸프는 동독 서기장 호네커에게 “He who comes too late will be punished by life (너무 늦게 오는 사람이 있다면 벌을 받게 될것)”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지금이 역발상으로 생각해 보면 한반도 통일을 위한 딱 좋은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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