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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26) 꽃보다 열매(2): 보석 같이 빛나는 낙상홍과 좀작살나무의 열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0월16일 17시02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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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지난번에 ‘꽃보다 열매’가 아름다운 나무로서 마가목과 백당나무를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두 나무들의 경우는 봄에 피는 꽃들도 제법 볼만하다고 평가받아 마땅합니다. 오히려 봄에 피는 꽃들을 더 사랑스럽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번에 다루고자 하는 두 나무야말로 정말로 꽃보다는 열매의 가치가 빛나는 나무들입니다. 낙상홍과 좀작살나무지요. 두 나무의 열매들은 가을 햇빛을 받아 지금 영롱한 보석들처럼 보고 있으니 문자나 의미 모든 면에서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고 할 만하지요. 필자는 요즘 공원나 천변 산책길, 혹은 대학 캠퍼스 등을 거닐면 나무들의 매력에 끌려 연신 사진을 찍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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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5일 분당 중앙공원의 낙상홍 열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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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3일 청계천 변에 열린 좀작살나무 열매들

 

 

낙상홍을 한자로 쓰면 ‘落霜紅’입니다. 서리가 내려도 붉은 열매가 더욱 빛나서 그런 름을 얻은 것 같습니다. 우습게도 필자는 처음에 ‘落裳紅’으로 잘못 알았습니다. ‘치마 같은 잎들을 떨어뜨리고 나면 더욱 드러나는 붉은 열매’의 미지가 너무 뚜렷했기 때문지요. 어느 쪽름 자체가 나무가 어느 때 그 가치를 드러내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실 나무에 큰 관심을 가지고도 (나무에 빠졌다고 말하곤 하는) 필자조차 봄에 핀 나무의 꽃을 오랫동안 잘 찾아내지 못할 정도로 나무의 꽃은 작고 볼품없어 보입니다. 번에 다루는 두 나무 모두 키가 채 2m를 넘기지 못하는 관목들긴 하지만 그런 나무의 작은 크기에 비해서도 꽃의 크기는 터무니없 작지요. 필자는 벌과 나비들 어떻게 렇게 작은 꽃들을 찾아와서 수정시키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물론 꽃의 향기가 불러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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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31일 여의도공원에서 만난 낙상홍의 꽃핀 모습: 가지 밑에 숨어서 피는 작은 꽃을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그에 비하면 가을 깊어갈수록 홍색 짙어지는 낙상홍의 열매들은 참으로 매력적지요. 꽃 작아서 그런지 열매 크기도 작은 편지만 가지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홍색 열매들은 보석같 납니다. 특히 낙상홍은 가을 깊어져서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나서도 (필자 기준으로는 녹색 치마를 다 벗어던지고 나서도) 보석 같은 열매들을 그대로 가지에 달고 있기 때문에 그 열매의 가치가 더욱 빛나게 드러나게 되지요. 나무의 영어 름 Japanese Winterberry도 바로 점을 강조한 것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름만큼 운치가 있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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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6일 분당 중앙공원 낙상홍 열매

 

 

인터넷에 나무 름을 치면 조경과 관련한 글들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만큼 나무가 조경수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로 잎 떨어진 뒤의 사진들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지요. 낙상홍 열매 크기는 지름 5mm 정도니 얼마나 작고 앙증맞은 모습인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강의를 나가고 있는 서강대학교 캠퍼스에서 그 크기보다는 2배 정도 큰 크기의 낙상홍 열매들을 보고 의아해 했는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미국낙상홍’라는 나무가 소개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역시 땅 큰 미국에서 온 종자는 열매마저도 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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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9일 서울 조계사 근처의 낙상홍 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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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7일 서강대 캠퍼스의 미국낙상홍 열매

 

 

좀작살나무는 흔히 물가 즉, 호숫가, 연못가, 강변, 천변 등에 심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필자는 지난 10월12일 시청 근처에서 열리는 조찬 세미나에 발표를 하러 가면서 40분 정도 거닌 청계천 변에서 다시 나무의 열매들을 수없 사진에 담았습니다. 나무의 열매들은 흔히 보라색을 띱니다. 그 보라색 열매들은 나무의 작살처럼 긴 가지에 양쪽으로 딱 마주 보고 붙어 있는 잎사귀들의 중앙 부분에 조롱조롱 (마치 포도송처럼) 달려 있는데, 영롱한 보라색 열매들 햇빛에 빛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고 할 만합니다. 영어 름도 Beauty Berry 나무 열매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마음은 동서양 모두에서 차가 없는 것 같습니다. 나무의 열매들도 낙상홍의 열매들과 비슷하게 크기가 작습니다. 그런 작은 보석들 조롱조롱 달린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면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싶을 정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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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3일 청계천 변에 열린 좀작살나무 열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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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의 좀작살나무 전체 모습: 다소 가지가 처지는 경향

 

 

아쉽게도 나무의 름으로 붙여진 ‘좀작살’란 명칭은 나무의 아름다움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작살’란 거친 무기의 미지도 그렇고 거기다가 ‘좀’라는 무엇인가를 낮추어 부르는 접두어까지 붙였으니까 말입니다. 시리즈 9편에 ‘청계천의 무기 나무들’에서 소개드린 바와 같 나무의 길쭉한 가지의 모습, 특히 그 길쭉한 가지의 끝 세 갈래로 갈라지는 모습을 보고 우리 선조들은 작살의 미지를 떠올렸나 봅니다. 그런데 그 작살나무보다 나무의 크기가 조금 더 작은 점에 착안하여 ‘좀’란 접두사를 얻은 좀작살나무의 열매들 더 예쁜 모습으로 달리고 있으니 일종의 아러니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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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8일 분당 중앙공원의 좀작살나무 꽃피기 시작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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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9일 남한산성에서 만난 작살나무의 고운 분홍꽃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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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0일 오른 수락산에서 만난 작살나무의 고운 분홍꽃 모습

 

 

나무 역시 늦은 봄에 피우는 꽃은 어느 누구의 주의도 끌지 못하는 경향 있는데 그 유는 역시 꽃의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가까에 카메라를 대어서 찍어 보면 분홍색 고운 빛깔과 잘 차려진 모습은 제법 매력적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무도 그 가치의 중심은 역시 ‘꽃보다 열매’에 있는 것 같습니다.

나무의 열매가 보라색라고 했지만 종종 공원 등에서 우윳빛으로 빛나는 열매들을 달고 있는 녀석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나무들은 ‘흰작살나무’라는 름을 얻긴 했지만 나무의 변종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지요. 아쉽게도 좀작살나무의 열매들은 잎 질 때쯤면 그 열매의 영롱함도 함께 잃어버리게 되는데 그 점에서는 앞에 소개한 낙상홍과는 차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가을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공원나 천변의 산책길에서 낙상홍의 빨간 열매와 좀작살나무의 보라색 열매들의 보석 같은 모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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