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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 정치, 국가주의 독재가 우려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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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0월18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10월18일 13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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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자유롭던 일상이 불가능해 졌다. 사람들과 만날 때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늘 위생에 주의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언제, 어디서, 누구를 통해 감염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우리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

앞으로도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뉴스에서 전하는 확진자 발생 지역과, 그 숫자의 증감에 귀 기울이며 불안하게 지낼 수 밖에 없다. 그 사이 방역을 책임지는 국가는 더 큰 힘을 발휘하며 국민 개개인의 삶 깊숙이 간섭하게 되었다. 전 국민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되었고, 사람이 모이는 업종은 강제 폐쇄되기도 했다. 확진자는 생활 동선이 낱낱이 공개 되면서 대중이 이들을 비난하는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일도 있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서라면, 국민들은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고 정부 방역 지침에 복종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져 들었다. 방역 지침을 어기면, 혐오스러운 사람, 범죄자 취급을 받는 사회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었다. 국가는 더욱 쉽게 국민의 일상을 통제하고 기본권을 제한하는 힘을 갖게 되었다. 이런 일이 지속되고 반복되면서, 국민들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과 그 침해에 대한 저항감은 점점 더 무력해 진다. 

결국, 국가가 개인보다 우월하며, 국가의 정당한 목적을 위해 어떤 수단이든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가 힘을 얻으면서 국가주의 독재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생긴다. 국가의 목적은 권력자, 즉 통치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사회적으로 진짜 위험한 이유이다. 

지난 10월 3일, 개천절, 보수단체 광화문 집회 논란에서 이런 사실이 확인되었다. 몇몇 보수단체들이 문재인 정부 실정과 전, 현직 법무장관 비리를 비판하는 집회를 광화문 광장에서 열겠다고 당국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들의 집회신고는 당국에 의해 모두 금지되었다. 지난 광복절 집회가 코로나 19 바이러스 재 확산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시 그럴 ‘위험성’ 내지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일부 보수단체는 10대 미만의 차량을 이용한 차량 탑승 시위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참여자 현장 체포나 법적 처벌 운운하며 모두 금지했다. 정부는 이들이 차량 시위를 할 경우, 뒷풀이 과정에서 10인 미만의 소수 인원이라 할지라도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밝혔다. 

결국 일부 보수단체 측에서 정부 방역지침을 모두 지키는 형태로 광화문 광장 집회 강행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나서 엄정 대응을 주문했다. 경찰청장은 새벽부터 경찰버스 수백 대와 철제 차단막을 동원해 광장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대규모로 투입된 경찰들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며 광장 접근을 막았고, 서울 도심 90여 곳에 검문소를 설치해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는 차량을 통제했다. 

같은 날, 개천절 연휴를 즐기려는 30만 인파에 제주 공항은 몸살을 앓았다. 제주공항은 규모가 작아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 사회적 거리두기 지키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전국 각지의 휴양지와 놀이 공원에도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 이중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정부 방역지침이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언론 보도가 줄을 이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경찰버스 수백 대를 동원해 이런 곳을 봉쇄하지 않았다.

하버드대학교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는 “독재자는 법률을 차별적으로 적용해 정적(政敵)을 차단하고 동지는 보호하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는다”고 했다. 정부는 보수단체가 모이려 했던 광화문 광장에만 차벽을 세워 정부 비판 세력을 차단했다. 그리고 코로나 방역 때문이라고 합리화에 나섰다. 정부 비판 세력이 아닌, 정부 방역수칙에 길들여진 국민들이 몰려들었던 곳에는 공권력이 동원되지 않았다. 감염병 확산 사태에 따른 국민 불안감을 악용해 광기 어린 공권력 집행으로 비판세력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통령이 국가주의 독재 시대의 문을 열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상당히 우려스럽다. 

문재인 정부는 광화문 촛불정신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때문에 누구보다 광장 민주주의를 지키고 보장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특정 세력 집회만 차별적으로 탄압하고 핍박하는 것은 정권 스스로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이다.

지난 8.15 광복절 집회에는 3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정부를 비판한다면, 대통령은 그들을 겁박하며 차단할 것이 아니라, 비판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 들였어야 한다. 대통령은 여당 대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정적(政敵)이라 할지라도 감염병이 창궐하는 이런 때에는 대통령이 더욱 정치력을 발휘해 협상에 나섰어야 한다. 정말로 보수단체 집회 때문에 전염병 감염이 걱정된다면, 정무수석을 보내 대화와 타협을 시도했어야 한다. 정무수석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비서실장을 보내고, 그래도 안 되면 대통령이 직접 이들 대표들을 청와대로 불러 만났어야 한다.

 

대통령이 후보시절 국민들에게 지지 받았던,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반대 세력의 목소리를 경청했어야 한다. 그리고 난 후에 국가의 방역 노력에 따라줄 것을 당부 했어야 한다. 보수단체들의 주장에 잘못된 점이 있다면 공개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 시비를 가렸어야 한다. 그랬다면, 지난 8.15 광복절 집회 양상이 달라졌을 것이다. 지난 개천절, 소통, 민주주의, 촛불 민심의 상징인 광화문 광장이 차가운 경찰 버스로 완전히 차단되어 불통의 광장이 되는 흉악한 모습을 보지 않았어도 될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대화보다는 폭력적인 공권력을 선택했고, 소통보다는 차단을 선택했다. 무척 잘못된 선택이었다. 권력자가 비판의 목소리를 참지 못하고, 방역을 핑계로 공권력을 앞세워 시민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탄압하는 것은 1980년대, 군부 독재정권이 즐겨 사용하던 방법일 뿐이다. ​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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