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집행정지 인용결정은 예상 가능했는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2월25일 13시49분

작성자

  • 나승철
  • 법률사무소 리만 대표변호사, 前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메타정보

  • 0

본문

서울행정법원이 윤석열 총장이 제기한 집행정지신청을 인용했다. 사실 윤석열 총장의 집행정지신청은 처음부터 인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집행정지신청 자체가 인용률이 높기 때문이다. 아래의 그래프는 1998년 이후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신청 인용률과 기각률을 보여주는데, 1998년 이후 한번도 50% 미만으로 내려가지 않았으며, 2012년도 인용률은 무려 70%가 넘는다.(서울행정법원, ‘행정소송의 이론과 실무’ 개정판 제145쪽)

 

054dbf5277a39633cf54857c5b0acece_1608871
 

그도 그럴만한 것이 불이익한 행정처분이 유지됐다가 나중에 잘못된 처분으로 밝혀질 경우 그 손해를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보기에는 차라리 행정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최종적인 결론이 나올 때까지 잠시 기다려 주는 것이 피해가 더 적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대체로 금전적인 불이익은 나중에도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집행정지가 인용되기 쉽지 않은 반면, 비금전적인 불이익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행정지가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직(停職)과 같은 징계처분의 경우 효력이 유지되고 나면 그 이후에는 지나간 정직기간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그 자체로 회복이 불가능하다. 아마 징계처분에 대한 집행정지신청 사건만 따로 통계를 내면 인용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에서 발간한 ‘행정소송의 이론과 실무’에도 “금전적 손해가 아니라 생명, 신체 및 비재산적 자유권을 침해하는 손해라면 회복 곤란한 손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게다가 윤석열 총장 사건은 징계위원회의 기피신청 기각결정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쟁점이 있었다. 징계위원회가 기피신청에 대해 의결을 하기 위해서는 7명 중 4명이 있어야 하는데, 7명 중 3명으로 기피신청 기각결정을 했던 것이다. 집행정지신청 자체가 절차적 하자라는 쟁점이 없어도 인용되기 쉬운데 절차적 하자 쟁점까지 있었으니 이 부분은 치명적이었다. 판사들은 실체적 하자보다 절차적 하자를 더 중요하게 본다. 절차는 일종의 ‘게임의 룰’인데다가 판단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번 집행정지결정문에도 의결 정족수 문제가 지적되어 있다.

 

필자도 최근에 수임한 행정소송 본안 사건을 보면 행정청들이 집행정지신청 사건에서는 아예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집행정지신청은 웬만하면 인용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보았던 사건들은 거의 대부분 집행정지신청이 인용되었다.

 

징계위원회의 기피신청 의결 정족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을 보면 법무부의 2개월 정직 처분은 법리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성급하게 이루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집행정지 사건의 높은 인용률을 생각하면, 윤석열 총장이 법원으로 사건을 가져갈 게 명백한 상황에서 징계처분을 한 것이 패착이었다. 정치적으로 보면 법원의 인용결정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법리적으로 보면 사실 수긍할만한, 그리고 예상 가능한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 

0
  • 기사입력 2020년12월25일 13시49분
  • 검색어 태그 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