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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正義)는 권력자가 정의(定義)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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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1월27일 10시50분

작성자

  • 황희만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 前 MBC 부사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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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eople always get rid of reprobate from politics and replace him with some other reprobate."

“사람들은 정치에서 인간쓰레기 같은 오색잡놈을 없애고 그러고 나서 다른 사람을 선택했지만 이 사람들 역시 또 다른 오색잡놈 같은 인간쓰레기다”. 이렇게 해석되지 않나 싶다. 

영어단어 공부하면서 보았던 예문이다. 정치인은 많은 사람들한테 선망의 대상이기도 한데 과격한 표현 같아서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 표현이 실감난다.  

 

전두환정권이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며 정권을 획득했을 때이다. 당시 집권여당의 이름이 민주정의당이다. 정의구현을 캐치프레이스(catch phrase)로 내걸었다.

 

한 세대가 넘어 촛불시위가 일어나고, 또 다시 정의(正義)를 화두로 현 정권이 탄생했다.

이번에는 국민들의 바람을 안고 등장한 정권이어서 정의가 정말로 실현될 것으로 많은 국민들이 기대했다. 그러나 이제 또 다시 과연 ‘무엇이 정의인지’ 이 정권도 국민들을 헷갈리게 한다.

 

우리 사회에서 정의를 실제적으로 규정하고 구속력을 갖고 집행, 실행하는 기관이 법무부 등 사법기관이다. 다른 어느 행정부서보다 법무부는 정의를 실현하고 구현하는 국가 권력기관이다. ‘Ministry of Justice’ 이것이 법무부다.

 

최근 법무부장관 청문회, 그리고 법무부차관과 공수처장 임명과정을 보면서 더욱 과연 정의사회가 구현될 수 있나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사람은 사법시험 준비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느니 마느니 구설수에 올랐다. 사실이라면 말보다,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꼴이다. 이런 사람이 법집행을 한다면 조폭이 법무부 대장이 되는 꼴이다. 공직자로서 신고해야할 재신신고를 누락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서실무진 잘못으로 돌리고 있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말 잘하는 기회주의자처럼 보인다. 이런 해명은 왠지 솔직한 것으로는 보이질 않는다. 사나이답지도 정의롭지도 않아 보인다. 

 

엄정한 법 집행을 위해서는 절차의 공정성, 적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은 일반인들도 다 아는 상식이다. 박범계 장관후보자는 김학의 출국금지 과정에서 일어난 절차적 불법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이 법적용 절차의 정당성문제의 표본이 돼야 하느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아도 싸다는 심정인가? 

 

옛날에 시골에서 멍석말이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쁜 놈을 잡아다가 멍석에 둘둘 말아 놓고 아무나 와서 몽둥이로 후려쳤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쉽게 감정에 휘말린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외교도 감정에 휘둘린다는 지적을 많이 한다. 감정에 잘 휘말린다는 것은 물론 선동에 잘 놀아난다는 뜻도 될 것이다. 분위기만 잡으면 누구라도 쉽게 멍석말이에 동참한다. 멍석말이는 또 가해자의 익명성이 보장된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일반국민이 그런 감정을 갖고 맞아도 싸다는 식으로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을 무책임하게 내뱉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무장관의 이런 발언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죄진 사람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 되더라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들릴 수 있다. 인민재판이 떠오른다. 나쁜 놈한테 무슨 적법절차는 따지냐는 식으로 법무장관직을 수행하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집단 멍석말이를 대수롭지 않게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비치어진다. 

 

이런 법무장관 후보자를 놓고 여당의원들은 결격 사유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끼리끼리 감싸고돈다.

 

법무차관은 택시기사 폭행사건 전모가 하나둘씩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정의는 권력자가 정하는 것인가. 경찰은 이용구차관의 폭행 비디오를 보고도 “못 본 것으로 하자”는 말을 했다고 한다. 물론 당시는 변호사 시절이다. 그러나 얼마 전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낸 변호사이고 보면 경찰이 현 정부의 실세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경찰이 알아서 이 사건을 덮어주려 했을 거라고 일반인들은 유추 해석할 수도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으니 경찰의 판단이 옳았던 셈이다.

 

어찌 되었건 법무차관으로 임명된 사람이 얼마 전에 술 먹고 행패부린 사건이다. 이런 사람을 차관으로 임명해 법질서를 집행하도록 하는 것도 법치 정신에 맞는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한 숨을 쉬고 있다.

 

공수처장으로 임명된 사람 역시 위장전입에 육아휴직을 자기 유학기간으로 활용하는 잔꾀부리는 사람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법꾸라지 아니냐는 비난이 나올만하다.

 

위장전입문제는 이 정권사람들이 그동안 치열하게 비난했던 단골메뉴였다. 그래서 공직자 지명순위에 위장전입자를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약속했던 정권이다. 그러나 이 정권 들어서도 위장전입은 잘나가는 사람들의 당연한 코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의 법무부와 공수처 등 법집행기관의 수뇌부들의 행태와 언행을 보면 우리나라가 과연 

진정한 법치국가로 가고 있는지 정의가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정의는 권력을 쥔 자들이, 칼자루를 쥔 사람이 정하는 것이지 일반국민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나게 해주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권력기관은 정보도 만들어내고 수립한 정책을 한 방향으로 집행할 수 있는 조직과 힘이 있다. 선전기관도 권력자들에게는 넘쳐난다. 그래서 자기들이 인정하고 규정정하는 범위 안에서 정의를 만들어내고 국민들에게 선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른 나라로, 정의로운 나라로 가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이성(理性)집단 밖에는 없다.

바로 지식인 몫이다. 이성적으로 짚어보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밝히고 말하는 집단이 필요하다. 지식인 중에는 물론 곡학아세(曲學阿世)하며 자리를 탐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성을 겸비한 지식인들이 버티고 있다면 그 사회는 건전한 사회로 정의로운 사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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