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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兩會)로 본 중국의 대미 전략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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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4월07일 16시00분

작성자

  • 이성현
  •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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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1-4월호-제12호](2021.0.0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경제 규모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인 중국의 한 해 정책 방향이 제시되는 행사인 ‘양회’(兩會)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었다. 올해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임과 동시에 ‘14차 5개년 규획(規劃)’주1)의 시작 해이기에 더욱 그렇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로 불리는 양회(兩會)는 말 그대로 두 개의 회의다. 한국식으로 보자면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인민대표들이 참석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책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매년 거의 같은 기간에 열려 양회로 불린다. 

 

 코로나19 때문에 작년처럼 5월로 연기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으나 그대로 3월에 열렸다. 대신 안전을 고려해 2주간 열리는 행사를 1주로 줄였다. 양회에서는 총리의 정부공작 보고를 포함하여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문건이 나오기 때문에 중국 정부도 관방 언론을 통해 양회 ‘해설’(解讀) 방송을 할 정도로 내용이 방대하다.주2)

본고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경제성장률에 담긴 함의와 이를 중국 국내 정치 및 중미 갈등 측면에서 반추해 본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낮은 기저효과로 올해 중국 경제는 8% 이상 무난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외부에서 많이 예측하고 있으나 정작 중국 정부는 양회에서 ‘6% 이상’이라는 소박한 ‘중속(中速)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미중 갈등이 가져올 외적 불확실성에 대응함과 동시에 구조개혁을 통한 질적 성장을 할 ‘여유 공간’을 갖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2020년 세계 주요국 중 유일하게 +3.2% 경제 성장을 이룩한 중국은 무리한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중점을 두면서 미국과의 중장기전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번 양회 기간 동안 2035년까지의 장기 발전 전략을 승인해 시진핑 주석의 1인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고 내수 확대 중심의 쌍순환(雙循環) 경제 전략과 첨단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어 글로벌 가치사슬(GVC)에서 미국에 의존하던 취약성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 궁극적 지향점은 미국을 넘어 세계 최강국이 되는 것이다. 이는 또한 국가발전의 전략적 핵심으로 설정된 과학기술의 ‘자립자강(自立自強)’으로도 수렴된다. 한편, 미국 및 국제사회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중국이 홍콩 선거제 개편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은 향후 미중 갈등에서 중국의 공세적 외교정책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양회 ‘경제성장률’에 담긴 정치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에 관한 중국 정부의 공식 표현은 “6% 이상”이다. 중국 바깥 전문가들이 예측한 것은 대체로 8% 이상이었고 심지어 9%도 가능하리라는 시각도 있다.주3)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야기한 낮은 기저효과까지 고려한 것이다.주4) 

하지만 리커창(李克強) 총리는 정부공작 보고에서 경제성장 수치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2020년 GDP를 두 배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향후 15년 간 중국의 경제가 매년 평균 4.7% 이상으로만 성장해주면 된다(Bloomberg. 2020.11.28). 즉, 이번에 제시한 ‘6%’만큼만 성장해도 목표를 초과달성 하게 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경기 부양 목적으로 1조 위안 규모의 특별 국채를 발행했다. 올해는 없다. 이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가적으로 돈을 풀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중국 경제가 정상화 궤도에 올라섰다는 것을 시사한다. 올 해 1100만명 신규 취업 기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경제 성장 ‘6%’ 수치는 이것이 1100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유추해보면 일부 외부 시각과 달리 중국 경제는 안정적이며, 경제 불안정이 야기할 수 있는 정치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 장기 집권 출발점 

 

한편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이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 기간 동안 가장 큰 관심을 가졌던 것은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 가능성 여부였다. 중국공산당은 내년 가을 20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총서기 3연임 여부를 공식화한다. 미국이 시진핑의 연임 추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지난 1월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내놓은 '더 긴 전문(The Longer Telegram)'이란 제목의 미국의 대 중국 보고서와 연관이 있다. 

 

보고서는 미중 갈등의 근본적 원인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몽(中國夢)' 지도자 시진핑으로 수렴시키고, 시진핑을 교체하는 것이 미중 갈등의 근본적 해법이라고 제시한다. 보고서는 또한 중국 공산당 내부적으로 시진핑 리더십에 대해 찬반으로 '상당한 분열(significantly divided)'이 있다고 진단하고 시진핑의 정책 노선과 절대복종(absolute loyalty) 요구가 내부에서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공산당 내부의 시진핑에 대한 불만을 이용해 궁극적으로는 공산당이 시진핑을 교체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에 대한 공산당 내부의 불만이 팽배하다는 설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구체성을 띠기도 한다. 작년 여름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는 공산당 원로가 시진핑에게 미중 관계를 악화시킨 책임을 물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를 분석할 때, 지도자에 대한 불만은 항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혁명의 임계점에 도달했는지 여부를 정밀히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지난 1년여의 코로나19 상황을 겪은 현시점에서 시진핑의 권력 공고화 문제를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회복에 성공했다.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시진핑의 리더십 덕분으로 선전하고 있다. 양회 정부공작 보고 연설에서 리커창 총리도 지난 1년의 성과를 “시진핑 동지를 ‘핵심’(核心)으로 하는 당 중앙 영도의 결과”라고 공을 시진핑에게 돌렸다. 공산당 창당 백주년인 올해는 중국공산당이 중산층 사회인 전면적 소강사회(小康社會)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해로 중국에선 빈곤퇴치(脫貧)가 중요한 화두인데 중국 정부는 ‘완전한 승리(全面胜利)’를 거두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관련 성과를 역시 모두 시진핑 리더십의 공로로 돌렸다. 

 

시진핑은 또한 전임 후진타오(胡錦濤) 때부터 시작하였던 의료보험제도와 퇴직금수당 제도개선에 박차를 가해 더 많은 중국 국민들이 ‘느껴지는’ 민생 개선 성과를 냈다. 시진핑이 마오쩌둥(毛澤東)을 모방해 인민들에게 인기를 얻는 ‘군중노선’(群衆路綫)에 성공하고 있는 부분은 외부 관찰자들이 간과하는 대목이다. 시진핑은 탈빈곤, 반부패 투쟁의 지속, 그리고 부분적 복지 제도 개선을 등을 통하여 장기 집권에 대한 중국 인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권력이 강화된 시 주석을 견제할 의미 있는 정치세력은 부재한 편이다. 

 

시진핑의 권력 강화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도 도움을 준 측면이 있다. 세계 1등 국가인 미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명을 넘기고 사상 초유의 미국 의회 점거 폭동 사건이 발생하자, 중국 관방언론은 민주주의의 취약점을 연일 집중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심지어 미중 체제 경쟁에서 사회주의가 민주주의에 대해 이겼다는 우월감마저 내비치고 있다. 더불어 미중 갈등을 통한 중국 내 민족적 애국주의와 반미 감정의 상향 조정도 시진핑이란 강한 지도자의 필요성을 정당화한다. 중국 권력 지형 변동은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시진핑 3연임을 막을 수 있는 치명적 결점은 없는 것으로 평가한다.

 

반중(反中) 진영 결집 와해 노력

 

양회 기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세계 여러 국가들에게 골고루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며 중국과 국제사회에서 연대를 강화하자고 제의했다. 유럽에 대해서는 유럽은 중국의 체제 경쟁자(制度性對手)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과 교류를 할 수 있다고 했고,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에 대해서는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과 협력하자고 제의했다. 

 

국경 분쟁을 빚었던 인도에 대해서도 “중국과 인도 인구를 합치면 27억”이라며 양국이 “마주보고 나아가자(相向而行)”고 했다. 특히 러시아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 양국이 “세계 평화와 안정의 중춧돌(中流砥柱)”로 남을 것이라 하여 중국의 대미 전략에 있어 러시아가 가장 중요한 공조 세력임을 시사했다. 왕이 발언과 더불어 주목할 것은 리 총리가 중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적극 고려’(積極考慮)하겠다고 한 점이다. 이는 미중 갈등 악화 국면에서 중국이 국제 다자기구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중국의 지분과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함의와 전망

 

이번 양회는 미국과의 장기적 경쟁을 염두에 둔 큰 지정학적 배경 속에서 중국의 ‘전략 재정비’ 성격을 갖는다. 도전자의 위치에 서 있는 중국을 이끄는 시진핑의 장기 집권 구상은 미국을 넘어서는 세계 제1 경제대국이 되겠다는 중국의 2035년 목표의 첫 단계인 14차 5개년 규획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양회가 열리기 전에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개방된 국제 질서에 지속적 도전을 주는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했다. ‘지속적’(sustained)이란 말을 뒤집어 생각하면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을 중장기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항간의 우려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전쟁까지 감수할 생각은 일단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 중국 정책 작성을 책임지고 있는 일라이 라트너(Ely Ratner)는 미중 전쟁 가능성에 대해 “굳이 군사적 충돌을 하지 않고도(without provoking an armed conflict) 중국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역시 궁극적으로는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거버넌스를 주도하고 싶겠지만, 이를 장기적 과정으로 보고 있으며 2035년까지는 "'투이불파(鬪而不破)'"전략 (다투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지 않는 전략)에 의거해 미국과 경쟁적 대치단계를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는 아직 미중 갈등에 대한 대응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한 형편이다. 심지어 미중 갈등의 성격 규정 논쟁도 여전하다. ‘전략 경쟁’인지, ‘패권 경쟁’인지, 키신저가 말한 ‘신냉전’(Bloomberg. 2019.11.21.)인지 말이다. 큰 틀에서 볼 때, 미중 갈등은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기존의 패권국과 부상하는 강대국 사이의 긴장이 만들어내는 보다 ‘근본적’(fundamental)이고 ‘구조적’(structural)이다. 협력의 공간도 있겠으나 보다 근본적인 갈등적 경쟁구조라는 울타리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21세기 미중 갈등에의 노출, 중국의 강대국 부상이 한국과 한반도 지정학에 끼칠 영향에 대한 인식 부족과 상상력 부족을 겪고 있다. 한국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갈등이 무역·통상, 첨단기술, 금융, 군사안보, 이념 갈등 등 전역에 걸친 장기적 갈등이라는 점을 직시하고, 이에 상응하는 엄중함, 신중함, 중장기 전략 모색의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 이슈가 점차 안보화 하는 경향을 보이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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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중국의 '5년규획'. 원래 '5년계획'이라 칭했다. 2006년에 '규획'으로 개명했다. 경제발전 뿐만 아니라 사회발전과 이를 위한 정부 업무 능력 향상까지 다 고려해서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제1차 5년계획은 1953년부터 1957년까지 실시되었다. 

 

주2) 중국 관영 CCTV는 올 해 양회 주요 포커스로 △코로나19 상황, △새로운 입법 내용(청소년 범죄법 등), △그리고 경제 회복을 들었다. 그러면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어 미중 관계에 대해서도긴 시간을 할애했다.

 

주3) World Bank 7.9%, Nikkei 8.2%. Nomura 9% 등. 

 

주4) 2020년 중국 경제는 코로나 불황으로 1분기에 -6.8% 사상 최악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2분기에 +3.2%로 반등에 성공한 데 이어, 3분기 +4.9%, 그리고 4분기에 +6.5%로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까지 회복됐다. 2020년 전체를 통들어 경제성장률은 +2.3%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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