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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어깨에 걸린 '정권교체, 정치교체, 세대교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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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6월13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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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일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단국대 석좌교수, 前 국회의원,前 중앙일보 정치부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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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1985년생으로 나이 36세, 국회의원 선수(選數)가 제로인 이준석 대표가 당을 이끌게 되는 한국 정치사에 유례가 없던 일이 발생했다. 이 대표는 민심의 압도적 지지(58.8%)를 받았다. 당원 투표(당심)에서도 1위 나경원 후보에 불과 3.5%포인트 밖에 뒤지지 않는 득표(37.4%)로 당심의 3분의 1 이상을 획득했다. 

 

 이준석 대표의 탄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해석과 평가가 분분하다. 국민과 당원의 정치교체·세대교체·정권교체 열망과 MZ세대인 2030의 적극적 정치참여가 ‘이준석 현상’을 만들어 냈다는 등의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다. 

 

 중요한 건 앞으로다. 정치를 10년 했다고 하지만 당은 물론 큰 조직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고, 국회에서 활동한 경력도 없는 청년 대표가 우리의 정치를 과연 바꿀 수 있을 것인지, 내년 3월 9일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인지, MZ세대의 불만과 고통을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인지 등이 문제인 것이다. 그가 아무리 스마트하다고 해도 혼자 해낼 수 있는 과제가 아니어서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공존’ 강조한 이준석 대표, 출발은 일단 좋다

 

 이 대표의 출발은 일단은 좋아 보인다. 그는 ‘공존’을 강조했다. “우리의 지상과제는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저는 다양한 대선 주자 및 그 지지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 것”이라는 다짐을 잘 실천한다면 ‘이준석호’는 순항할 수 있을 것이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직후 원내대표로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합당 문제를 논의했던 당권 경쟁자 주호영 의원에게 합당 임무를 맡기겠다는 이준석 대표의 구상은 ‘공존’의 의지 표출로 볼 수 있다. 안철수-주호영 사이에 형성된 신뢰를 활용해 합당 문제를 조기에 마무리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국민의힘이 중도우파 통합정당으로 거듭나고 외연도 확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주호영 의원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이 대표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그가 공개적으로 사이가 나쁘다고 했던 안철수 대표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공을 들여야 하고 진정성도 보여야 할 것이다. 주 의원에게만 맡겨놓고 자신은 뒤로 빠져 있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합당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이 대표가 경선과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싸웠고, 감정 충돌도 가장 많았던 나경원 전 의원에대해 대선 승리를 위한 역할을 맡기겠다고 한 것 역시 공존을 위한 태도다. 문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이 대표가 먼저 다가가서 감정의 앙금을 털고 나 전 의원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이번 경선 결과에 큰 충격을 받았을 중진들 중 상당수는 당분간 뒷짐을 지고 이 대표의 행보를 지켜보려할지 모른다.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도록 이 대표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중진과의 확실한 공존을 통해 당의 모든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이 대표는 ‘어리고 경험이 없다’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것이다. 30대 이 대표의 정치 리더십 발휘 능력이 중진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당내 화합과 공존이 이뤄져야 당 밖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표의 ‘공존 리더십’이 빛을 발할 경우 최재형 감사원장도 대선 도전을 결심한다면 국민의힘을 바라볼 것이다.

 

 대표 리더십 발휘가 안 될 경우 나타날 최악의 시나리오는? 국민 지지 미약한 대선 예비주자들만으로 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하는 것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유승민계 아니냐’는 공격을 받았다. 그가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고 한 적이 있고, 유 전 의원과의 친분이 두터워서다. 그는 계파 운운하는 것을 악의적이라고 받아쳤지만 당 대표로서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언행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표의 책무 중 하나가 대통령 후보 선출의 모든 과정에서 공정한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경우 국민의힘은 여러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그 중 최악의 시나리오는 안철수의 국민의당과의 합당, 윤석열 전 총장의 합류가 미뤄져서 현재의 국민의힘 소속 대선 예비주자와 국민의힘 전신 정당 출신만으로 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하태경 의원과 현재 무소속으로 있는 홍준표 의원의 입당을 받아들여 이들끼리 경선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당의 대통령 후보를 먼저 뽑고 나서 당 밖의 대선 주자들과 단일화를 모색하는 수순을 밟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대선 버스는 예정대로 떠난다. 당 밖 사람들을 위해 출발을 늦추고 기다려 줄 수 없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대표로 선출된 뒤에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와의 합당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고, 윤석열 전 총장도 여전히 당 밖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대선 버스’를 출발시킨다면 당은 큰 분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확실한 후보가 당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당의 대통령 후보를 먼저 선출하는 길로 접어들면 당은 찬반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고 ‘이준석 사퇴론’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가 대선 버스를 제 시각에 출발시키더라도 그 버스엔 당 안팎의 모든 대선 예비주자들이 탈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경선 때 간혹 나온 경솔한 언행 더 이상 없어야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젊은 감각의 톡톡 튀는 언행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한 편으론 좀 경솔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받았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을 겨냥해 “소 값을 후하게 쳐 주겠다”, “소 말고 다른 거(지역위원장 자리 등 지분) 들여오려고 해선 안 된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이제 야권의 중심에 있는 큰 당을 맡았으니 쓸데없는 오해나 잡음을 일으키는 언행은 자제하고 신중한 처신을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당에 모멸감을 주는 언행이 또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상대가 비록 의석 3석의 작은 정당이긴 하지만 합당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그들을 공존의 파트너로 대접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의 지상과제는 이 대표 말대로 대선 승리다.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교체를 하지 못하면 문재인 정권의 비정상을 교정할 수 없고, 결국은 정치교체도 물 건너 갈 것이다. 이준석의 실험이 실패한다면 세대교체도 이뤄질 수 없게 된다. 그러니 누구보다도 특별한 각오로 신중한 언행을 하기 바란다. 당 운영, 대선 비전 제시 등과 관련해 과감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대표로서 내고, 행동에 있어서도 담대함을 보여주되 경솔한 느낌을 주는 언행을 삼가야 할 것이다. 

 

 이 대표는 대표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 부동산 투기 여부 조사를 감사원법을 개정해서라도 감사원에 맡기는 게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권익위원장이 민주당 의원 출신이어서 권익위 조사에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그런 언급을 한 것이지만 국민의힘만을 위해서 감사원법을 바꾸자는 주장은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국민의힘은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되자 권익위에 조사를 의뢰했는데, 이 대표가 당을 운영하면서 이와 같은 엉성한 판단으로 빈축을 사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공정과 경쟁의 양립, 엘리트주의 한계 보완을 위한 치밀한 설계도 필요

 

 이 대표는 공존과 더불어 공정과 경쟁을 강조했다. 공정한 경쟁을 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참으로 어려운 과업이다. 공정과 경쟁을 양립시키기 위해서는 사안별로 세심하고도 치밀한 방법론이 만들어 져야 한다. 이를 위해 당 안팎의 지혜를 모아 집단지성이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대표는 “엘리트가 세상을 바꾸고 그것이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런 측면이 있지만 엘리트주의만으론 모든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엘리트주의가 성과를 내면서도 공정이란 가치에 흠집을 내지 않도록 해야 하고, 엘리트에 의해 뒤처지게 된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결과적 격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30대 대표가 분명한 소신을 갖고 패기 있게 일처리를 하는 모습에서 사람들이 열광할 순 있지만 일의 추진과정과 결과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상당한 역풍이 불 것이란 점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국민과 언론은 이제 이 대표의 일거수 일투족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이 대표가 잘하면 실제 이상으로 박수를 받을 것이고, 그것은 국민의힘 대선 승리의 큰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실수를 하게 되면 언론은 따갑게 비판할 것이며, 국민의 실망도 커질 것이다. 실수가 누적이 되면 국민과 언론은 이 대표의 나이 어림, 경험 부족, 리더십 부족 등과 연결 지을 것이고, 당에선 그걸 계기로 이 대표를 흔드는 목소리도 나올 것이다. 이럴 경우 당의 집권 가능성에도 악영향을 미칠테니 이 대표는 이런 상황이 도래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청년 대표답게 정치의 고정관념을 깨고 과감하고 담대한 변화를 추진하되 그것이 설익은 느낌을 주지 않도록, 부작용을 내지 않도록 설계를 치밀하게 하고 디테일을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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