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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의 명암: ‘오픈 런’과 사회공헌활동 '외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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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7월13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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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상만
  •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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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1층 루이비통 매장. 쇼핑객이 불어나는 오후 무렵이면 어김없이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주말에는 1시간 30분~2시간은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줄이 길다. 국내 명품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생긴 새로운 풍경이다. ”

[출처: 매일경제 2011년 10월]”

 

우리나라에서 명품에 대한 열풍이 불고 있다. ‘샤넬 오픈 런’이라고 검색을 해보면 매장을 열기 몇 시간 전 새벽부터 수백 미터의 줄을 서있는 사진들을 수십 개씩 찾을 수 있다. 명품에 대한 소비열풍은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위의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명품에 대한 소비열풍이 강하게 불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한국이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한 이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올해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제68차 무역개발이사회에서 한국을 공식적으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하였다. 한국은 1964년 유엔무역개발회의 설립 이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공식적으로 지위가 변경된 첫 사례가 되었다. 2020년 한국의 경제 순위는 세계 10위로 올라서고, 1인당 국내총생산도 처음으로 이탈리아를 추월했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되고, 명품 생산국의 상징처럼 불리는 이탈리아를 1인당 국내총생산에서 추월한 한국에서 명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명품브랜드의 기업활동을 보면서 경영학자로서 아쉬운 마음과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우선 명품소비의 열풍을 잘 보여주는 최근 기사를 더 살펴보자. 

 

“백화점 샤넬 매장 앞에 사람들이 긴 줄을 선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밤새 돗자리와 텐트를 치고 기다리다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 들어가는 ‘오픈 런’도 익숙한 단어가 됐다. 샤넬은 지난 1일 가격을 큰 폭으로 올려 인기 가방이 하룻밤 새 942만원에서 1,049만원이 됐다. 그래도 여전히 매장 앞엔 200~300명의 줄이 이어지고 있다. ”

[출처: 중앙일보 2021년 7월3일] '줄서기'에 길들여졌다, 욕망의 샤넬이 불편한 이유

 

코로나19의 매서운 바람으로 2020년 국내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잡화 -26.7%, 여성 캐주얼 -32%, 남성의류-19.5%, 아동스포츠 -17.7%로 전 제품군에서 두 자리 수자로 감소를 했다. 단 명품 상품군만은 15.1%로 두 자리수로 매출이 증가하였다. 소위 ‘에루샤’로 불리는 명품 대표브랜드(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은 매년 두세 차례 씩 가격인상을 단행한다. 샤넬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총 13차례를 가격인상을 단행하였고, 2017년에 700만원대를 하던 제품의 가격은 올해 1000만원을 넘어섰다. 

 

‘에루샤’에 대한 젊은 소비자들의 소비 열풍은 단지 선진국으로 이탈리아를 추월해서 성장한 경제력에 의한 수요의 증가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명품에 대한 심리적 효과인 파노폴리 효과 ( Panoplie effect : 특정 계층에 속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나 베블런 효과 ( Veblen Effect :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추가해서 설명한다면 좀 더 나은 설명이 될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에루샤’ 광풍은 이러한 이론으로는 다 이해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선진국의 경제력이나 파노폴리 효과, 베블린 효과의 소비자 심리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 ‘에루샤’ 광풍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는 고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러한 ‘에루샤’ 광풍의 현상은 경제력과 소비자들의 심리를 넘어서서 명품 브랜드 기업의 전략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명품 브랜드의 가격전략에 기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에루샤’ 명품은 매년 두 세 차례씩 가격 인상을 하고 있다. 샤넬의 경우, 2017년에 3차례 인상, 2018년에는 4차례 인상, 2019년 3차례 인상, 코로나 사태가 터진 2020년에도 2차례 인상, 올해 2021년에는 이미 7월까지 3차례나 인상을 하였다. 아래의 기사는 이런 명품 브랜드 기업의 가격 전략을 여실히 보여준다. 

 

샤넬 백 '미친 가격' 1000만원 육박···7월1일 역대급 올린다.  [중앙일보 6월28일]

샤넬 백 하나에 1000만원 됐다…. 올해만 벌써 세번째 가격 인상했다.  [매일경제 7월1일]

"더 비싸지기 전에 '오픈 런' 간다"…샤넬, 역대급 인상 예고  [한국경제 6월24일]

 

3대 명품 ‘에루샤’은 한국에서 2020년에 2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30%이상의 매출 증가다. 루이비통은 한국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고, 샤넬은 9,296억원을 거뒀다. 코로나19사태로 소비자들이 해외여행을 못 가고 해외여행을 못 가는 신혼부부들의 혼수 예물로 명품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인상이 매년 2~3차례씩 이루어짐에 따라 리셀, 즉 재판매를 통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에루샤’ 소비는 심지어 ‘오픈 런’을 대행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할 정도로 광풍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매년 거의 3차례나 가격 인상을 통해서 명품소비의 광풍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명품 브랜드 기업들의 사회적 공헌은 매우 미약하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MZ세대의 의식 있는 소비(Conscious Consumption)라는 큰 트렌드에 의해서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것을 기업의 목적으로 하는 ESG경영이 큰 화두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런 ESG경영을 한다는 명품 브랜드 기업들은 현지 법인을 유한회사로 설립을 하거나 2011년 이후 유한회사로 전환을 하여 실적과 본사에 대한 배당금, 기부금 등의 경영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2012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고, 구찌그룹코리아와 프라다코리아는 2014년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샤넬과 에르메스는 한국법인을 만들 때부터 유한회사로 시작을 했다. 금융위원회가 유한회사도 외부감사를 받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고 나서 작년 2020년에 매출과 실적, 본사배당금, 기부금 등 경영정보를 처음 공개하였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 9년간 매출이 두 배로 늘어서 1조 467억원을 증가했지만, 사회공헌을 위한 기부금은 2011년의 2억1,100만원보다 오히려 훨씬 줄었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2020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4,191억원과 1,334억원으로 전년 대비 15%이상 증가했지만 사회적 공헌을 위한 기부금은 1,080만원을 했을 뿐이다. 보테가베네타코리아와 프라다코리아는 기부금을 한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샤넬은 아직 기부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단, 에르메스코리아는 작년에 매출 4,191억원, 영업이익 1,334억원을 올렸고, 본사에 배당금을 860억원을 보냈지만 기부금도 가장 많이 내서 3억원 이상의 기부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을 사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소비심리와 코로나로 인한 보복소비가 겹치면서 명품 소비에 ‘오픈 런’이라는 웃지 못 할 광풍이 불게 된 것은 소비자 심리를 지렛대로 삼아서 매년 몇 차례씩 가격 인상을 해서 “지금 사는 것이 가장 싸게 사는 것”이라는 인식을 만들어 낸 명품 브랜드의 가격 전략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명품 브랜드 기업들이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주주자본주의의 사고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특히, 소비자들의 “의식 있는 소비(Conscious Consumption)” 트렌드와 환경과 사회공동체와 함께 포용적 성장을 하는 ESG경영의 시대를 맞아서 기업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창출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변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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