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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은 국민의 지지가 필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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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8월05일 17시10분

작성자

  • 김성우
  •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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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위원회 출범…2050년 탄소중립 달성 노력 다짐

 

지난 5월 29일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각 부처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민간전문가와 함께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노력을 다짐했다. 탄소중립이란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더 이상 줄이기 어려운 부분은 나무심기 등을 통해 흡수하도록 만들어 순배출이 제로로 되는 상태다. 이른바 넷-제로(Net-zero)로도 불린다. 대통령 직속 범정부 컨트롤타워인 탄소중립위원회는 탄소중립 관련 목표/속도/방법/정책을 전방위로 검토할 예정이며, 산업·​경제·​사회 등 모든 영역이 관련되어 있다. 첫 회의에서는 구성·​운영계획 및 주요업무계획을 논의했는데, 필자는 출범식 동안 마음이 불편했다. 2050년은 너무 멀고 탄소중립의 범위는 너무 넓어 달성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워 앞으로의 행보가 손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은 얼마나 힘든 것일까? 아래 그래프 검정색 선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탄소배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IMF외환위기 정도되는 메가톤급 재앙이 닥칠 때만 잠시 줄다가 다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것은 이런 추세를 갑자기 초록색이나 보라색 점선으로 꺾는 것을 의미한다. 

언뜻 보기에도 농담 같은 목표다. 탄소배출은 우리의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불을 켜고 더운물로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차를 타고 출근하며 컴퓨터로 일을 하는 일상이 모두 탄소배출 그 자체다. 기업은 이런 일상에 필요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추가로 탄소를 배출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에 가까웠던 시기는 1인당 GDP가 944달러였던 1960년 즈음이다. 

 

획기적인 기술개발이 없다면 탄소중립은 생활과 산업을 통째로 바꾸는 일이다. IMF 외환위기 때 감축된 연간 온실가스(주로 탄소) 배출량이 약 7,000만 톤인 점을 단순 감안해 계산해 보면 2030년까지 IMF 외환위기의 충격을 3번 이상, 2050년까지는 10번 정도 겪어야 달성되는 것이 탄소중립이다. 코로나위기로 말하면 매년 2번의 코로나사태가 발생해야 달성 가능하다. 이것이 필자가 마음이 불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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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IEA), ‘2050 넷제로(탄소중립) - 글로벌 에너지 부문 로드맵’ 발표

 

어떻게 해야 달성할 수 있을까? 마침 지난 5월 17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 넷제로(탄소중립) - 글로벌 에너지 부문 로드맵’을 발표했다. IPCC(유엔산하 정부간 협의체)가 2050년까지 기후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온실가스 순배출을 어떻게 제로화해야 하는지 제시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기구로 에너지 분야에 국제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IEA의 발표는 국제사회 및 각 국의 에너지 정책에 중요한 참고서 역할을 해 왔다. 

 

로드맵에 따르면, 2050 넷제로에 도달하려면 전 세계 전력 수요는 계속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은 2035년까지, 나머지 국가는 2040년까지 발전 부문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2050년에 약 90%의 전력은 풍력, 태양광, 수력 등 재생 가능한 원료로부터 나오고, 수송 부문도 현재는 1%인 전기차 비중을 2030년 20%, 2050년 86%까지 늘려야 하고, 건물 부문도 재생에너지 및 단열 설비를 갖춘 에너지 제로 빌딩 비율을 2030년 25%, 2050년엔 85% 이상으로 제시했다.

어느 부문도 만만치 않다. 결국 넷제로 로드맵의 실행은 국제사회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정책 의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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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지구의 날(4월22일)에는 국제사회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화상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미국의 주도로 전 세계 40여 명의 정상들이 초대되어, 날로 심각해 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국가별 노력과 국제 사회의 공조를 다짐했다. 특히 중국 및 러시아 등 미국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국가의 정상들까지 참석해, 기후 위기 앞에서는 모든 국가가 하나가 되어 긴박하고 절실한 대응이 필요함을 천명했다.

 

 먼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50~52%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구촌 리더로서 미국의 귀환을 알렸다. 이는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약속한 2025년까지 26~28% 낮추겠다는 목표보다 매우 공격적인 수치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1/4을 차지하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도 지난 9월 선언한 2060년 탄소 중립 실현 이라는 장기 목표를 다시 천명하면서 2025년부터 5년 동안 석탄 소비를 감축(phase down)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리더가 석탄소비 감축을 약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EU 및 일본 등도 앞 다투어 감축 목표를 강화했다. 올해는 기후를 주요 의제로 다루는 정상회의가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열리는 환경분야 다자간 정상회의인 P4G(녹색성장)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고, G7 및 G20를 거쳐 오는 11월 제26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영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올해 당사국총회는 각 국가별 감축목표 및 국제협력 방안이 구체화될 예정이다.

 

 자국 산업경쟁력 유지 위해 탄소와 통상 연계하는 '탄소국경조정 논의' 가속

 

 유례없는 환경관련 정상회의 행렬은 국제사회 내 기후위기에 대한 긴박감과 시급한 정책시그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이런 정상회의가 반갑고 다행이지만 문제는 실행과 속도다. 지구촌은 지금 밀린 숙제를 하는 중인데, 이제 막 숙제시간표만 발표했기 때문이다. 보다 높은 확률로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미국이 4년 전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하는 대신 ‘지구의 날’ 정상회의를 소집 했어야 했다. 그 만큼 미국의 행보가 국제사회 공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책 합의 시도가 늦었기에 더 빠르게 실행해야 하니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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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실행에 정책만큼 중요한 요소가 산업이다. 삶에 필요한 소재를 만들고(철강/플라스틱), 에너지(전기/열)도 만들고, 이동수단(비행기/자동차)도 만들고, 온도조절설비(에어컨/냉장고)도 만들면서 탄소중립과의 간섭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부상되는 간섭의 예시로 탄소가격과 통상의 연계를 꼽을 수 있다. 정상회담이 거듭되면서 목표 및 투자에 대한 정책시그널로 인해 탄소가격이 상승하고 자국의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탄소를 통상과 연계하는 탄소국경조정에 대한 논의도 가속화되고 있다. 

 

예컨대, 4월 22일 기후정상회담 이후 5월초 EU 탄소배출권가격은 역사상 처음으로 톤당 50유로를 넘었고, 6월 중 전세계가 주목하는 EU 탄소국경조정 법안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는 EU 역내 탄소 감축 노력으로 발생한 추가 부담을 수입 상품에도 부과하는 법안이다.

 

 이와 같은 탄소와 통상의 연계는 다시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과 투자를 가속화하는 순환 고리를 가질 수 있다. 2050년까지 전력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인 캠페인에서 시작된 RE100도 이 순환 속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올해 산업부가 녹색요금제 및 인증서 구매 등 이행수단을 마련했고 국회는 재생에너지 직접구매 법안을 준비한 바, 글로벌 공급망에 얽혀 있는 한국 기업들은 그간 해외 고객사들로부터 받은 요구에 대응함으로 단기 위험을 피하고, 한발 더 나아가 이를 적극 활용하여 이해관계자 소통에 활용함으로써 시장 선점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해관계자는 해외구매사 뿐만 아니라 투자자, 정부, 소비자, 평가사 등 다양하고, 소통의 시점이 올해 개최될 정상회의들의 시점 및 맥락과 연결된다면 소통 효과는 더 클 것이다. 

 

본질적인 ESG경영의 좋은 예시이기도 하다. EU가 탄소국경조정을 2023년부터 실시할 예정인데, 철강 및 석유화학 등 수출기업의 영향을 최소화 함은 몰론, 국내에서 이미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탄소배출권거래제도를 활용해 우리의 경쟁국인 중국과의 차별화를 병행해서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산업의 경우 탄소중립 같은 장기적인 이슈 보다는 단기적인 성과가 더 급하고 중요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장기적이고 불확실한 변화를 위해 단기적이고 확실한 비용 지출에 대한 합의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필자의 마음이 불편한 또 다른 이유다.

 

정책과 산업 과다 의존한 탄소중립, 성공 어려워…MZ세대들의 동참 매우 중요

 

이에 필자는 정책이나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탄소중립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투표와 구매의 절대적 권한을 가진 국민 개개인의 동참과 지지를 바탕으로 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불편한 필자의 마음에 유일하게 희망을 주는 이해관계자인 국민 개개인에 탄소 중립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고 싶은 이유다. 탄소중립위원 출범식에서 한 위원이 독일의 에너지전환 시 산업계가 동참한 이유는 국민의 지지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IEA 로드맵에서 나타난 대로 지금은 탄소중립에 필요한 기술이 반 밖에 없다. 나머지는 국민 개개인이 전기자동차, 태양광발전, 히트펌프 등을 조금 비싸더라도 적극 선택하고 사용해 줘야 추가 개발이 촉진되고 정책의 명분도 생긴다. 

 

특히 MZ세대들은 탄소중립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술한 바와 같이 국제사회는 밀린 숙제를 벼락치기로 하고 있다. 10년 걸리는 백신을 1년내 만들어 낼 만큼 시한이 있는 공동 목표가 있는 벼락치기도 유용할 때가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탄소중립 벼락치기는 어른이 주도 하지만, 그 결과는 아이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6년 전 파리협약을 합의한 정상들이 대부분 지금의 정상들이 아니듯이, 10년 후에는 또 다른 리더들이 기후변화 대응성과를 논의할 것이다. CEO의 수명은 더 짧다. 단순히 국민 개개인에 에너지절약 실천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고, 현세의 결정이 후세에 영향을 미치기에 후세가 현세의 결정에 동참하고 지지해 달라는 뜻이다. 이것이 탄소중립 달성에 대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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