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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통화정책 출구전략과 파급영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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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8월08일 17시10분

작성자

  • 강태수
  •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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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저금리와 무제한 유동성 공급!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Fed)가 가동 중인 두 가지 핵심 정책 수단이다.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0~0.25%로 동결한 다음 매월 1천200억 달러 규모 자산(국채+MBS)을 사들이고 있다. 이 정책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미국 경제 파탄을 막는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 하지만 부작용도 뚜렷하다. 사상 유례 없는 유동성 공급이 물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시장 예상을 훨씬 넘어 전년 대비 5.4% 폭등했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도 급등했다.  통화정책 전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결과를 전 세계금융시장이 예의 주시하는 이유다. 미국 통화정책이 완화기조를 접는 순간 국제금융시장은 자칫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 7월 FOMC 회의 메시지는 종전과 유사하다. 기준금리 0~0.25% 동결, 매월 1,200억달러 자산매입(국채 800억달러/ MBS 400억달러)을 유지키로 했다. 다만 시장전문가(Fed watcher)들은 자산매각(tapering) 논의가 다음 번 FOMC회의부터 시작될 것으로 본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자산 매각) 시작의 대전제는 고용 회복과 코로나 바이러스 진정국면 지속 여부다. 

 

□ 테이퍼링 여부를 두고 연준 내부는 세 개 파로 팽팽하게 나뉜다. 매파, 비둘기파, 중립파다. 비둘기파에게 테이퍼링은 시기상조다. 7백만 명 실업상태 지속,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을 걱정한다. 라엘 브레이너드, 뉴욕 연준 총재 존 윌리암스 등이 비둘기 대표다. 라엘 브레이너드는 유력한 차기 연준 의장 후보다. 매파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을 내세운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연준 총재) 에릭 로젠그린 (보스턴연준 총재) 등이 대표다. 제롬 파월 의장, 리차드 클라리다 부의장 등은 비둘기 쪽에 치우친 중도다. 테이퍼링에 확신을 주는 통계가 아직도 선명하지 못함을 지적한다. 내부갈등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가야할 길은 결국 테이퍼링이다. 시간  문제일 뿐이다.

     

□ 앞으로 펼쳐질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소위 출구전략)는 다음과 같은 순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하반기부터 테이퍼링 관련 커뮤니케이션 시작과 함께 보다 구체화된 시그널(적절한 시점, 속도) 발표. 2022년 1월부터 본격적인 테이퍼링 시행. 기준금리 인상은 2023년 이후.  

 

□ 이러한 시장 예상은 연준이 작년 8월 27일 도입한 평균물가목표제(AIT)를 굳세게 밀고 나간다는 기대에 근거한다. AIT 메시지는 세 개다. 첫째,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상당 폭 상회해도 초저금리 유지. 둘째, 통화정책 무게중심은 물가안정이 아니라 고용안정. 셋째, 저금리 기조는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 이러다 보니 연준이 평균물가목표제(AIT) 함정에 빠져 과잉 유동성과 자산가격 버블을 부추긴다는 평가가 나온다. 

 

□ 미 연준 출구전략은 우리나라에 세 가지 숙제를 안긴다. AIT 리스크, 테이퍼링 리스크,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 리스크다. 우선 AIT는 금융 사이클을 증폭시켜 2008년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다는 우려가 계속 이어진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가 충격에 노출될 소지가 크다. 

 

□ 테이퍼링은 우리나라 통화당국이 받아치기 애매한 변화구다. 우선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미국 장기물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커진다. 주목할 포인트는 미국 기준금리가 여전히 동결된 상태라는 점이다. 더욱이 미 국채 10년물 금리와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 금리 움직임 간 동조화 정도가 80%를 넘는다.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 시장금리도 상승압력을 받는다. 문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안 올려도 장기물 채권금리가 오르는 현상이다. 국내 통화정책이 무력화 된다는 뜻이다.

  

□ 다음으로는 실질금리를 올리는 효과가 있다. 실질금리 움직임은 눈으로 볼 수 없는 변화구다.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로 풀린 유동성 규모를 금리정책으로 환산하면 어느 정도일까. 대략 3~4%정도 실질금리를 내린 효과가 있다는 게 실증분석 결과다. 테이퍼링 만으로도 실질금리가 3~4% 올라간다는 점을 의미한다. 

 

□ 눈앞에 보이는 미국 제로금리만 쳐다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이 실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2023년 이후 걱정할 문제다. 지금 시급한 숙제는 미 연준이 던지는 ‘테이퍼링 변화구’에 대응능력(resilience)을 갖추는 것이다. 테이퍼링에 따른 ‘실질금리 3% 상승’ 충격을 국내 금융시장이 흡수할 수 있을까.  통화당국이 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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