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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금융플랫폼, 고령층 위한 메타버스 금융 특화 필요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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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2월13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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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타버스가 화두중 화두다. 메타버스란 도대체 뭔가. 본래 그리스어로'beyond'란 뜻의 메타와 세계란 뜻의 유니버스의 버스를 합친 합성어다. 말하자면 이 세상을 뛰어넘는 세계 즉, 가상·초월의 세계를 의미한다. 하지만, 단순히 상상만의 가상 세계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서 현실적 공간을 구현할 수 있어서, 가상과 현실이 공존할 수 있는 3차원 3D 세계라 할 수 있다. 

 

왜 이렇게 메타버스 인기가 폭발하고 있을까. 

 

첫째, ‘공간기술을 활용한 현실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산업 전반에 걸쳐 비대면·디지털화가 가속화됐지만, 지금까진 감각적 효과가 거의 없는 평면적인 2D 플랫폼의 세계였다. 따라서 메타버스의 3차원 플랫폼 공간을 통해 시각·청각효과가 작동하면서 수요가 급팽창하고 있단 분석이다.

 

둘째, MZ세대가 열광하고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는 스마트폰과 함께 태어난 세대여서 디지털ㆍ​모바일에 익숙하며, 모바일, SNS 등을 통한 소비자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특히 메타버스는 MZ세대가 선호하는 게임적인 엔터테인머트 요소가 많아 그만큼, 폭발성이 크기도 하다. 

 

셋째, 아바타도 인기요인이다. 영화 ‘아바타’로 인한 친숙함도 있지만, 아바타라는 자기 분신이 가상공간이든 증강현실 공간이든 등장하는 거여서, 그만큼 감정이입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메타버스에 대한 로얄티가 높아진단 얘기다. 개인적으로 감정이입은 소설이나 영화 속의 주인공을 자기라고 상상하는 감정이입 1.0, 게임이나 인형 놀이처럼 자기 손을 직접 사용하는 감정이입 1.5, 자기와 닮은 아바타를 등장시키는 감정이입 2.0단계로 진화하고 있단 생각이다. 

자기와 동일시하기 때문에 최근엔 아바타가 사는 주택과 일하는 가상의 부동산도 사고 파는 사례들이 나올 정도다. 끝으로 공간기술의 발달도 빼놓을 수 없다.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에 이어 MR(혼합현실), XR(확장현실) 기술, AI(인공지능)과의 융합 등으로 현실감 제고는 물론, 가상과 현실 세계의 연결도 도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메타버스가 영향을 주고 있는 산업중 특히 관심을 끄는 건 금융권이다. 변화에 따른 위험을 싫어하고 규제산업의 대명사였던 금융산업인 만큼, 놀라움도 크다. 특히 은행 등 금융회사 수장이 직접 전략회의, 타운홀 미팅, 금융상품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또 다른 비대면 강화로만 보기엔 광풍 수준이다.  

 

변화에 보수적이던 금융권이 메타버스에 왜 이렇게 열심일까. 우선 메타버스가 인터넷에 이어 산업의 유통구조를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차세대 리더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기업들이 메타버스 기술개발과 인프라구축에 뛰어들고 있으며, 페이스북은 아예 회사명까지 메타로 바꿨다. 지급 결제라는 채널을 통해 전 산업과 연결된 금융으로선 각 산업의 유통구조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핀테크ㆍ​빅테크에 뺏긴 2차원(2D) 금융플랫폼 주도권’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기존 금융권은 핀테크혁신으로 금융이 빠르게 디지털화되던 초기에, 대체로 부정적 ·소극적이었고, 그 결과 주도권을 뺏겼다는 반성이다. 이에 따라 3차원(3D) 금융플랫폼인 메타버스시대엔 ‘퍼스트 무버 효과’를 선점하겠다는 생각이 깔렸다. 

 

뿐만 아니라 미래 고객 확보도 중요 요인이다. 카카오뱅크의 상장 주가가 기존 은행주가보다 월등히 높은 이유 중에는 미래 고객인 MZ세대 확보도 중요 요인으로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MZ 세대들이 특히 메타버스에 열광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권이 메타버스에 올라타는 건 당연한 셈이다. 미래 고객 유치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금융권의 메타버스 현주소는 어딘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초기 단계다. KB국민은행의 가상지점 ‘KB금융타운’, 신한은행의 ‘신한 쏠(SOL) 베이스볼 파크’, 하나은행의 ‘하나 글로벌캠퍼스’ 등 다양한 메타 가상공간이 오픈되고 있지만, 상담ㆍ금융교육ㆍ마케팅 중심일 뿐, 계좌개설ㆍ대출ㆍ운용 등 구체적 업무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대부분 외부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 점에서도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러나 금융권이 본격적으로 메타버스 조직을 만들어 뛰어든 지 1년여 남짓인 걸 고려하면, 속도감은 상당하다. 신한은행 같은 금융회사는 자체 모바일 앱 ‘신한 쏠’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겠단 계획을 발표했고, KB국민은행은 미국의 메타버스 게임플랫폼 로블록스를 활용한 가상금융체험관 구상을, NH농협은행은 금융과 게임이 융합된 ‘NH독도버스’, IBK은행은 추억의 싸이월드와 ‘IBK도토리은행’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미래 핵심고객인 젊은층, MZ세대를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금융교육을 넘어 MZ세대가 좋아하거나 금융과 관련 있는 서비스 대표적 예로 게임서비스를 활용해 MZ세대와의 접점 확대를 위한 메타버스 금융을 실험중이다.

 

제2ㆍ제3 금융권도 메타버스 활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카드업계가 빨라 신한카드의 경우 14세 이하를 위한 ‘제페토 선불카드’를 출시했으며, 다소 늦게 시동을 건 보험과 증권업계도 직원 교육과 상담, 메타버스 주식 종목 및 펀드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럼 해외에선 어떤 모습인가. HSBCㆍING 등 글로벌 은행들이 메타버스기술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계(OMO : Online Merged with Offline)한 디지털 복합점포를 선보이는 등 우리나라보다 진일보하고 있다. 또 업무 활용에서도 미국의 캐피털 원(Capital One)의 경우 증강현실(AR) 기반의 자동차대출 앱을 개발했다. 앱으로 자동차를 찍어 보내면 해당 차량에 필요한 대출 정보를 제공한다든지, 씨티은행의 홀로그래픽 워크스테이션이 트레이더들에게 AR 안경을 제공, 원격협업과 의사소통을 돕는 등 활용도가 돋보인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사도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의 계좌개설ㆍ대출 등은 막혀 있다는 점에선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다.

 

왜 국내외 금융사 모두 금융거래의 기본인 계좌 개설을 못 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기술 부족으로 개방형(Open) 메타버스 플랫폼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점을 주요인으로 꼽는다. 현재 국내외에서 주로 쓰는 제페토ㆍ로블록스 등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폐쇄형(Closed)으로 본래 게임ㆍ엔터테인먼트용이다. 따라서 본인확인 및 인증시스템이 금융만큼 갖춰져 있지 않고, 또 폐쇄형이라 외부로부터의 본인확인을 연동할 수도 없다. 하지만, 외부와 연동 가능한 개방형 메타버스 플랫폼도 마이크로소프트ㆍ구글ㆍ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개발 경쟁으로 1~2년 후엔 출현할 전망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그 후로는 지금까지의 고객 마케팅 차원을 벗어나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의 금융업무 활용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금융의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이 본격화되면 금융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우선 가상지점과 함께 OMO 복합점포 활용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을 잇는 기술적 장점이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의 한계인 온ㆍ오프라인의 괴리감을 극복하고 현실과 가상의 연결로 고객 체험을 강화하는 새로운 복합금융을 제공할 수 있다. 해외에서처럼 오프라인에 온 고객에 대한 온라인교육 및 상담, AR 앱 또는 기기로 얻은 담보자산정보를 대출 또는 보험에 활용하는 것 등이 단적인 사례다.

외부와의 연동이 가능해지면 메타버스 플랫폼의 금융 밸류 체인도 본격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금융사 고유의 아바타를 이용하는 통합인증방식, 가상지점에서 가상의 하이패스 단말기로 결제하는 가상결제, 고객의 자산 흐름을 실재감 있게 분석, 제공하는 AR형 통합자산관리 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3D 금융플랫폼 전환에 따른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이 가속화될 것이다. 금융플랫폼의 핵심은 빅데이터와 융합이다. 소비자 빅데이터에 핵심기술을 작동시키면 다양한 수요의 융합서비스를 적시에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데, 통신ㆍ유통회사 등 비금융 빅데이터가 늘어나므로 비금융과의 융합서비스도 그만큼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소비자들이 강한 흥미를 느끼거나 생활에 필수적인 분야일수록 금융과의 융합 효과가 크고 따라서 이를 통한 고객 확보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면 신한은행이 게임업체 넥슨, KB국민은행이 통신업체 KT와 제휴하고 있는데, 향후엔 소비자 니즈가 강한 이커머스(e-commerce), 의료 헬스ㆍ부동산ㆍ교육서비스와의 융합서비스 제공도 증가할 전망이다.

 

MZ세대 확보 및 로얄티(고객 충성도) 제고를 위한 경쟁도 본격화될 것이다. MZ세대는 고객 유지만 잘하면 더 좋은 제품으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업 셀링(up-selling) 전략의 주 고객층이다. 따라서 MZ 세대가 열광하는 게임,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등과 연결ㆍ제휴하는 금융서비스 확대가 예상된다. 

 

아무튼 금융권 입장에선 메타버스는 빅테크에 이어 또 다른 충격이다. 금융 위기론도 나온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다. 금융회사 강점과 메타버스 변화를 결합하면 금융권 중심의 메타버스 생태계를 못 만들 이유도 없다. 2D(2차원)에서 3D(3차원)으로의 금융 대전환을 앞두고 금융권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첫째, 메타버스가 대세일수록 금융회사의 자체 경쟁력 제고가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외부 플랫폼에 맡겨선 금융권의 미래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 따라서 현시점에선 메타버스 플랫폼의 핵심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메타테크(Meta-tech)업체를 집중적으로 탐색, 제휴ㆍ인수합병(M&A)하는 게 중요하다. 요즘처럼 기술변화가 빠를 때는 자체개발만으론 어림없다. 구글의 경우 알파고든 유투브든 다 M&A였다.

 

둘째, 또 금융ㆍ비금융의 융합이 가속화될 때, 고객 마케팅의 핵심인 채널접점을 확장해야 한다. 그 기회의 창은 결제다. 문제는 은행ㆍ카드의 결제기능이 핀테크ㆍ빅테크 또는 유통사 페이(Pay)보다 나을 게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메타결제 업체의 발굴, 금융권이 우위를 점하는 비금융분야와의 제휴전략이 필요하다. 대표적 예는 부동산이다. 부동산의 디지털화, 즉 프롭테크(Prop-tech)의 핵심은 공간기술로, 메타버스의 ARㆍVR 기술과 사실상 같다. 따라서 대출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갖고 있는 은행의 경우 프롭테크와의 제휴로 메타버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MZ세대와 관련하여 최근 급상승하고 있는 NFT의 활용이 중요하다. NFT는 저작권과 소유권 분리로 시장 확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강점인 대출과 투자를 활용, 실물자산(부동산, 미술품) NFT에 방점을 두면 좋은 전략이 될 것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대응책의 하나로 고령층을 위한 메타버스 금융서비스 특화가 필요하단 점을 꼽을 수 있다. 현재 금융권은 너나할 것 없이 젊은층, MZ세대 잡기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물론 MZ세대가 미래의 핵심고객이고 수익모델의 원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인구의 15% 이상이 60대 이상인 고령층인데다, 거액자산가도 고령층이 많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6월말 기준 파생결합증권을 보유한 개인투자자 중 60세 이상이 전체금액의 41.7%였다. 

 

그만큼 고령층에 거액자산가가 많다는 방증인 셈이다. 따라서 MZ세대뿐 아니라 고령층을 위한 메타버스 금융서비스 출시도 서둘러야 할 전략 포인트 중 하나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고령층의 디지털금융에 대한 이용 수요는 결코 낮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 고령층이 온라인을 이용해 이체·출금한 거래 비중은 2016년 28.9%에서 올해 3월 69.9%로 상승했다. 이는 전체 연령층 평균 74.4%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다. 

 

다만, 절차가 복잡한 예금과 신용대출의 온라인비중이 각기 7%, 12.4%로, 전체 연령층 평균인 47.1%, 58.8%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단 점인데, 이는 발상을 바꿔 생각하면 그만큼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금융의 사용자인터페이스·사용자 경험(UI/UX) 반영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메타버스 금융의 의미는 다양하지만, UI/UX차원에서만 보면 2차원(2D) 금융을 공간·입체감 있는 3차원(3D) 금융으로 전환하는 의미를 갖는다.

 

고령층이 그동안 지점방문 등 공간에서 금융서비스를 받는데 익숙했던 점을 고려하면 고령층을 위한 메타버스 금융서비스 출시는 충분히 가능하다. 단순히 글자만 키운다든지 고령층이 관심 있는 서비스에 특화한다든지 하는 소극적 전략에 머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최근 금융권이 저출산·고령화의 인구구조 변화와 노후금융상품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점과 메타버스금융의 기술혁신 노력을 잘 결합한다면, 기존 금융권에 충성도(Loyalty) 높은 고령층 고객을 유지,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에 비교우위 있는 좋은 경쟁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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