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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運을 타고난 지도자, 윤석열 당선자와 마크롱 대통령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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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3월17일 17시10분

작성자

  • 손병해
  •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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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자와 마크롱 대통령

 

 2022년 3월 9일 대한민국의 제 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는 야당의 정치 신인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었다. 아시다시피 윤석열 당선자는 공직 사퇴 1년 만에, 그리고 정당생활 8개월 만에 여야 정객들을 모두 물리치고 대권을 잡게 된 정치 신인이다. 

 

본인이 스스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거나 준비해 온 것도 아닌데 언론의 표현을 빌리면 “국민들의 부름을 받고” 대선 후보에 올랐고 당선까지 된 것이다. 국민들의 부름을 받고 나왔으니 민심이 곧 천심인 우리의 정서에서 볼 때 윤석열 당선자는 국민을 위해 더 큰 일을 하라는 천운(天運)을 타고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윤 당선자의 천운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서 발원하였다. 전 국민의 지도자로 뽑아 놓은 대통령은 자기편의 수장 역할에만 치중한 나머지 반대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 왔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이념 편향적 국정운영 방식과 의석수만 믿고 독주해 온 여당에 대해서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실망을 넘어 좌절감마저 느껴야 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은 친(親)노동 복지정책에만 치중한 나머지 성장률은 바닥을 찍었고, 국가 부채는 400조원(1948년 정부 수립 이후 2017년까지의 총 총부채 약 600조원의 2/3에 해당) 이나 증가하였다. 그럼에도 실업은 더 늘었고 소득 불평등은  확대되어 왔다. 대외적으로도 미국과의 동맹관계는 느슨하게 되었고, 대일 관계는 경직되었으며, 대중 관계는 비대칭적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해 왔다. 

 

국민적 실망은 누적되어 왔고 기존 야당에서는 이를 타개해 줄 재목이 나타나지 않았다. 민심을 받들어 국가적 어려움을 해소해 줄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때 나타난 인물이 윤석열 당선자였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세간의 여론과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 불려 나온 인물이다. 그래서 천운을 타고난 인물이다. 

 

프랑스의 에마뉴엘 마크롱(Emmanuel Macron) 역시 39세의 젊은 나이에 혜성같이 나타나 정치 시작 1년 만에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인물이니 역시 천운을 타고난 인물이다. 그는 2016년 공직에서 물러난 지 1년 밖에 안 된 시점인 2017년 4월 프랑스 대선에서 좌, 우파 정치 고수들을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화제의 인물이다. 선거 8개월 전 중도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신생 정당 앙 마르슈(La Republique En Marche)를 창당하여 대선에 출마 하였으나 국회 의석이 전무한 신생 정당이라 당초에는 아무도 승리를 기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국립행정학교(ENA) 졸업 후 재무부 관리와 전임 올랑드 정부의 경제산업부 장관, 그리고 투자회사 근무 경력 외에 정치 경험은 전혀 없는 정치 입문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성 정치인들에게 실망과 좌절을 느껴 온 프랑스 유권자들은 선거를 통해 오히려 젊고 참신한 정치 신인을 선택하였고 그를 환호하였다. 지난 10년 간 전임 정권이 좌,우 정파를 불문하고 실패로 끝난 데 이어, 선거 운동 기간 중에는 강력한 경쟁 후보들의 숨은 비리가 노출됨에 따라 무명의 정치 신인이 더 부각될 수 있었던 것도 마크롱에게는 행운이었다. 

 

한국적 사고로  보면 이러한 일련의 상황도 하늘이 주는 기회였고, 유권자의 눈에는 천운을 타고 난 인물로 보였을 것이다. 대통령 당선 후 2개월 후에 실시된 총선에서 신생 정당 앙 마르슈는 전체 의석의 과반을 훨씬 넘는 절대 다수석을 확보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1959년 5공화국 초기 드골의 신생 정당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드골에 비유될 만큼 천운을 타고난 사나이로 평가 받는 계기가 되었다.    

 

윤 당선자와 마크롱 대통령 간에는 둘 다 8개월에 불과한 정당 생활의 정치 신인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았고, 전임 정권의 실패에 대한 반대급부로 정치 지도자로서의 경험이나 능력을 사전에 검증받지 않고도 권좌에 오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마크롱은 이미 5년의 임기를 거쳐 현재 재신임 단계에서 프랑스 국민들로부터 천운을 타고난 지도자의 평을 계속 듣고 있는 반면 윤 당선자는 대선 성공까지의 과정에서는 천운을 타고났으나 향후 5년 임기 중의 성과에 대해서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윤 당선자의 5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같은 입장에서 출발했던 마크롱의 행적을 관찰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프랑스의 “천운을 타고난 사나이들”

 

“천운을 타고난 사나이들(Les Hommes Providentiels)”이란 용어는 우리 보다 나폴레옹이나 드골 같은 불세출의 영웅을 배출한 프랑스에서 더 친숙하게 쓰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주로 인간적 노력 이외의 큰 성과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쓰고 있으나 프랑스에서는 인간적 노력과 능력으로 국가나 사회에 일정 부분 공을 세운 결과까지 포함한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프랑스의 의회 사학자 Jean Garrigue가 쓴 『천운(天運)을 타고난 사나이들: 프랑스 지도자들의 역사』 (Les Hommes Providentiels: Histoire d'une Facination Francaise, Edition Seuil, 2012)에 의하면 국가적으로 어려운 혼란기에 분연히 나타나 권력을 잡고 나라를 바로 세우고 조국의 영광을 되찾는 지도자를 “천운을 타고난 사나이들”로 부르고 있다 (여기서 "Les hommes"를 ‘남자들’이 아니라 ‘사나이들’로 번역한 것은 프랑스의 경우 그 대상 인물이 주로 용맹스러운 장군이나 군사 지휘관들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그 대표적 인물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영웅 조르주 클레망소, 2차 대전 후의 샤를르 드골도 그러한 인물로 추앙되고 있다. 

 

마크롱의 浮上 배경

 

영국 작가 플로라이트 아담(Plowright Adam)의 저서 ‘The French Exception’(『마크롱의 시련과 영광』,문학사상, 2021)에서는 2차 대전 후 드골에 의한 프랑스의 영광 회복과 드골 이후의 프랑스 병을 얘기하고 있다. 

 

프랑스는 현재 정치, 외교, 군사적으로 강대국 위치를 지키고 세계 6대 경제대국을 유지하고 있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현실 정치에 대한 좌절과 정치가들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드골 시절에 대한 향수가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크롱은 2017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이러한 현상은 드골 이후 프랑스 정치 생활 중심부에 허전한 공백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며,  자신은 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진력을 다하겠다고 하여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왔다. 

 

2017년 대선 직전에는 앞의 두 정권 - 올랑드와 사르코지 - 에 대한 실망감이 계속 누적되면서 프랑스 사회에서는 기성 정치인과 정치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마크롱 직전의 사회당 올랑드 대통령은 정치적 무능에 더하여 개인 이발사에게 1만 유로 이상의 봉급을 지급하고 숨겨둔 애인에게 공금으로 크롸상을 보내는 등의 부도덕으로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그 이전 우파 정당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슈퍼모델 출신과의 결혼 후 화려한 생활로 비난을 받아 왔고, 퇴임 후 5년이 지난 시점까지 비리혐의로 구설수에 오르는 등 좌, 우 정당을 막론하고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일들이 연속되고 있었다. 

국민들과 정치 지도자들 사이의 신뢰가 완전히 깨어지고 있었다. 프랑스로서는 ‘천운을 타고난’ 영웅이 나타나야할 시기가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신예(新銳) 마크롱이었다. 

 

그는 정치에는 입문생에 불과 했지만 구태에 물들지 않은 참신한 이미지와 미래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정치적 중도주의를 표방하며 유럽의 통합과 프랑스의 영광 회복을 강조하였다. 중도주의 신생 정당을 통해 5공화국 출범 이후 60년간의 양당 - 사회당과 공화당 - 정치에 지친 국민들의 불신과 혐오를 해소하려고 했다. 

 

취임 후에는 국민들을 위한 기회 균등, 야당과의 협치, 과학기술 투자 및 친기업적 정책을 통한 경제력 강화에 매진해 왔다. 그 결과 취임 5년째인 2021년에는 1969년 이후 최고의 경제성장률(7%)을 기록했으며, 실업률도 최근 10년래 최저치인 8% 수준으로 낮아 졌다. 영국, 독일, 스페인 등의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두드러진 경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기반을 두고 그는 다음 달에 있는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 3월 초 현재 후보들 중 지지도 1위를 유지하고 있어 20년 만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재선 대통령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4월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는 44세의 젊은 나이에 5공화국 수립 이후 4번째 재선 대통령이 되는 영광을 안게 되고, “Les Hommes Providentiels(천운을 타고난 사나이들)”의 반열에 들 수도 있을 전망이다. 플로라이트 아담이 앞의 저서에서 마크롱을 “매력 있는 프랑스의 지도자 중의 한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이다. 

 

마크롱의 주요 정책과 시사점


► 경제정책

 

마크롱이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중점을 두어 왔고 동시에 성과를 내고 있는 부문은 경제정책 분야이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중도노선을 표방하고 있으나 경제적으로는 친기업 성향의 자유주의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정책 부문에서는 독일 마르켈이나 영국 캐머런보다 더 강한 원리주의적 자유주의를 지향해 왔다. 재임 기간 중의 주요 정책 가운데 우리에게 참고가 될 만한 조치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 제조업 부활을 위한 지원; 규제완화 및 법인세 인하를 통한 창업 지원 및 기업 활성화

- 스타트업 기업 육성;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지닌 유니콘 기업 25개 육성

-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reshoring) 지원; 2021년 한 해 동안 8억 3천만 유로(1조 천억원) 지원

- 친기업 정책; 노동유연성 확대, 법인세 대폭 인하

- 재정 건전성 유지; 공무원 감축, 재정적자 GDP의 3%내 유지.

- 자유무역 옹호; EU와 미국 간의 대서양 무역투자 동반자협정(TTIP) 주장 등. 

- 과학기술정책;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프랑스의 영광 재현.

  ;「프랑스 2030 계획」에 의거 과학기술 개발에 300억 유로(약 40조원) 투자 계획.

  ;기술비자 제도 도입, 세계적과학자 유치 및 이를 통한 대단위 연구 project 수행.

  ;중견과학자 유치에 1500만 유로, 청년 과학자 유치에 100만 유로 투입 중.

  

마크롱 행정부의 이러한 친기업정책과 과학기술 지원정책은 윤석열 당선자와 안철수 위원장의 정책 공약과 합치되는 과제이므로 그 추이와 향후 성과는 앞으로 들어설 신정부의 경제정책 수립과 추진에 하나의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외교정책

 

지난 5년간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 중심은 경제정책과 외교정책에 두어져 왔다. 외교정책의 핵심은 친유럽 정책과 EU 통합 강화에 두고 있다. 친유럽 정책은 드골, 미테랑, 시락크 등 재선에 성공한 역대 대통령들의 공통된 외교 노선이었다는 점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정책의 성과 못지않게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외교정책에 프랑스 국민들은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마크롱은 EU가 있어야 프랑스를 보호할 수 있고 세계에서 프랑스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신념으로 대 EU 외교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EU 결속 강화, 유로존(Euro zone) 역내시장 강화, EU의 외부 국경(관세국경) 강화에 더하여 유럽 통합군(European army) 창설까지도 주창하고 있다.  

 

마크롱의 ‘EU를 통한 프랑스의 보호와 위상 강화’라는 외교노선은 동북아 평화체제 속에서 한반도 평화질서를 확보해 가야하는 우리에게도 일정 부분 시사 하는 바가 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소홀히 했던 대일, 대미, 대 동아시아 외교는 지역협력을 통한 국가안보 체계의 구축이란 측면에서 재조율 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기타 협치 내각 및 학벌주의 타파 

 

- 협치 내각의 실현; 선거 기간 중 자신을 공격해 왔던 상대 당의 주요 인사 브뤼노 르메르를 재무부 장관에 임명하여 5년 임기를 함께하고 있다. 특히 마크롱 정부가  강조하는 제조업 육성정책에서 적극 협조하는 선례를 보여 왔다. 

 

- 학벌주의 타파와 기득권 세력의 견제. 

  ; 정관계 인맥 카르텔을 타파하기 위해 고급 공무원 양성 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A)를 폐교하기로 결정하였다. ENA는 1945년 설립된 고위 행정관료 양성을 위한 특수학교(3대 Grandes Ecoles 중 하나)로 정관계 고위층 인사들이 대부분 이 학교 출신이다. 따라서 이들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폐교가 쉽지 않았으나 2019년 전국적으로 확산 된 노란조끼 시위대의 사회 불평등 해소 요구를 수용하여 마크롱은 자신이 나온 모교 임에도 2022년 폐교를 결정하였다.

  ;다른 한편 프랑스는 1968년 전국 학생시위 이후 세계적 명문 소르본느대학을 해체(1971년)하고 파리대학 체제로 변경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라는 시대적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마크롱 행정부는 2018년 파리대학을 다시 조정하여 소르본느를 복원하였고, 파리 및 지방의 대학을 분야에 따라 부분적으로 재편성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 

대학의 국제 경쟁력과 평등한 교육기회 제공이라는 상반된 목적을 조합한 교육정책이란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그 외에도 2000년 개정된 남녀동수 선거법의 엄격 적용이나 단기 징병제 도입에 대한 남녀동등 적용 등은 마크롱 집권 이후에 실현되는 남녀동등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와는 사회, 문화적 차이가 있어 획일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우나 양성 평등이 시대적 요구로 부각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주목되는 현상이다. 

 

尹 당선인에 대한 국민적 기대

 

프랑스는 정치, 경제, 외교, 군사적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국민들은 나폴레옹과 드골이 남겨 놓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한데서 오는 프랑스 병을 앓아 왔다. 정치 신인 마크롱은 그 점을 간파하고 국민들에게 드골 이후의 공허함을 자신이 메워 주겠다고 위로하고 프랑스의 영광을 위해 헌신할 것을 약속한 결과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같은 정치 신인의 입장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고 있는 윤석열 당선자는 시대적 비전을 가지고 프랑스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젊은 마크롱의 기상과 기백을 롤 모델로 지켜 볼 필요가 있다. 기성 정치인들의 외형적 경륜과 매너리즘에 빠진 관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정치에 반영하고 망국적 파당 정치에 좌절하고 있는 국민들의 허탈감을 새로운 정치적 비전으로 메워줄 수 있는 대통령이 되어 주기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천운을 타고난 대권 후보였던 만큼 임기 말까지 천운을 타고난 치적을 남기는 대통령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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