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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환시장은 안전한가? <1> 과도한 내국인의 대외 주식투자 : 현물 및 파생상품 투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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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5월16일 18시44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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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내외경제·금융 여건이 매우 어렵다. 국제 인플레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제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징조도 보인다. 이런 어려운 국면에서 한국의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질 원인을 미리 찾아내어 적절한 대책을 세우고 위기를 예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 문제 의식을 가지고 "한국 외환시장은 안전한가?"를 주제로 한 분석과 대책을 세 편의 시리즈로 엮어 소개할 예정이다. 게재 순서는 ① 과도한 내국인의 대외주식투자 ② 과도한 외국인의 국내채권투자 ③ 외환보유고 관리의 허점 등이다. <편집자>​

 

(1) 문재인 정부 5년간 내국인과 외국인의 국제증권투자의 특징 

 

2008년 이후 2021년까지 지난 14년 이명박, 박근혜 및 문재인 세 정부를 이어오면서 우리나라의 대외 금융거래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아래 <표.1>에서 보듯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① 누적 증권투자규모가 2090.2억 달러의 흑자로 가장 컸고,  

  ② 누적 내국인의 대외증권투자 금액이 3413.2억 달러로 역시 가장 규모가 컸으며,

  ③ 누적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 규모도 1323.1억 달러로 최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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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우리나라의 대내외 증권거래가 크게 증가하고 특히 내국인의 대외증권투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정부 이후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매우 탄탄히 뿌리내린 때문이었다. 즉,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3633억 달러, 그리고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3765억 달러, 합해서 9년 동안 7400억 달러의 경상수지 누적 흑자가 발생하면서 안으로는 국내 경제주체들의 해외증권투자를 뒷받침하는 유동성으로 제공했고 밖으로 해외투자가들의 국내증권투자에 대한 믿음을 주기에 충분한 밑받침이 되었다. 한국의 탄탄한 경상수지 흑자를 밑바탕으로 한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 급증은 내국인의 국외투자를 견인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건강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간과할 수 없는 틈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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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외국주식에 너무 쏠린 내국인의 대외증권투자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의 누적 내국인 대외증권투자는 3413.2억 달러로 박근혜 정부 1723.9억 달러에 비해 정확이 두 배로 늘어났는데 내국인 대외증권투자의 69.5%는 주식이다. 박근혜정부 4년 동안에는 주식투자 비중이 37.8%에 불과했다. 특히 2019년부터는 대외주식투자규모가 대외채권투자규모에 비해 현저히 높아지면서 2021년에는 대외주식투자 685.8억 달러, 대외채권투자 98.3억 달러로 7배 이상이 주식에 쏠려있다. 반면에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1323.1억 달러에 불과하다.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외국인의 국내투자보다 세 배 가까이 많다. 

 

대외투자가 과도하게 주식에 쏠려있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자산손실의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특히 2021년 하반기 이후 2022년 까지 미국의 주식과 채권 가격이 모두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으므로 이에 따른 자산손실 규모는 예상외로 클 것이다. 예컨대 금년 들어 5월 14일 까지 미국 다우지수가 11.4%, 나스닥지수가 24.5%, 그리고 S&P지수가 15.6% 하락하여 평균 17% 정도 떨어졌다. 2022년 3월 현재 대외자산 중 한국은행을 제외한 경제주체의 대외증권(주식과 채권 포함)투자 잔액 규모가 약 2400억 달러이므로 금년 1월~3월 중의 주가하락으로 발생한 자산 손실은 최소 400억 달러가 넘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한국은행의 준비자산 4631억 달러 중에도 상당부분 국채 혹은 민간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만약 이들 투자에 대한 자산 손실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은행의 준비자산 중 국채와 민간채권의 보유금액이 60%(약 2800억 달러)라고 하고 자산 가격이 10% 하락했다고 치면 준비자산의 자산가치 하락 규모는 약 280억 달러에 달한다. 결국 금년 중의 10% 글로벌 자산가격의 하락으로 우리나라 전체로는 거의 700억 달러의 자산손실을 입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앞으로 만약 국제 주가나 국제 채권 가격이 더 떨어진다면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연간 1천 억 달러의 자산 손실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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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파생상품 거래 규모와 외환시장 불안요인> 

 

문제가 심각한 것은 파생상품 거래에 따른 손실이다. 파생상품의 경우 거래 통계는 순액기준, 즉 자산(대외투자)과 부채(외국인국내투자)의 차액으로 발표가 되므로 겉보기에는 규모가 커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2021년 경우 파생상품 순거래 규모는 0.0 달러이고 2019년과 2020년도에도 각각 62.3억 달러와 48.7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실제 거래된 금액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은행이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지만 2021년 국내 장외 파생상품 거래규모(명목 원금 기준)가 통화관련 13249조원, 금리관련 3527조, 그리고 주식관련 파생상품이 3496조, 합해서 2경원이 넘고 2020년 국제파생상품 거래규모(명목 원금 기준)도 584조 달러인 것을 보면 파생상품 거래규모가 대략 어느 정도인지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내국인의 대외주식 혹은 채권투자가 단기 신용에 의존한 파생상품 거래라고 한다면 주가 (혹은 채권 가격)의 하락에 따른 실제 손실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1억 달러 10%의 증거금을 가지고 $10억 달러어치주식 (혹은 채권)투자를 한 경우 지난 몇 개월 동안의 주가 (혹은 채권)가격의 하락으로 증거금을 완전히 탕진했을 것인데 이 거래로 인한 $10억 달러의 주식투자 및 그 이후 증거금 탕진에 따른 자동적인 $9억 달러의 반대매매(주식매각)은 국제수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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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국의 대외준비자산과 방어능력

 

현물시장에서의 자산손실에다가 파생상품 시장에서의 손실까지 합해진다면 한 해 1천억 달러 혹은 그 이상의 자산 손실은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최악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외환부족 혹은 외환 위기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첫째로 국내 투자가가 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국증권의 자산가치가 하락하더라도 대상 외국증권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외화유동성위기를 촉발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로 우리나라 현재의 외환보유액이 약 4631억 달러이고 순대외채권이 4479억 이니까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국내 경제 주체의 손실은 큰 어려움 없이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세 가지 측면에서 불안요소가 잠재해 있다. 

 

첫째는 국내금융기관 중에서 과도한 대외증권투자 손실로 인해 부실해지거나 그럴 우려가 높아지는 경우다. 이 경우 해당 금융기관은 물론 다른 대외투자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대외자산 조기매각 요구가 몰리는 경우 심각한 외환 및 금융귀기로 번진 가능성이 있다. 

 

두번째는 한국은행 및 한국기업과 금융기관 등 한국의 종합적인 대외지불능력에 대한 외국인들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대규모 국내투자 회수로 이어지는 경우 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미칠 수 있다. 

 

세 번째는 대외손실로 인해 한편으로는 외화유동성 공급이 줄어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외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환율이 지속적으로 불안해 지는 경우 발생할 불안정성이다.

 

지난 몇 년같이  수백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어 준다면 수백 억 달러의 대외투자 자산손실을 흡수할 수 있겠지만 만약 경상수지 흑자가 현저히 줄어든다면 늘어나는 외환유동성 수요를 한국은행의 준비자산을 매각하여 충당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보유준비자산을 동원하여 외화유동성 부족을 메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남 충격을 끼칠 수가 있다.

 

결론은 이렇다.

지난 몇 년 동안 내국인들은 대외 증권, 특히 대외주식에 너무 과도하게 투자를 해 왔다. 최근의 국제 고금리 사태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큰 충격을 받으면서 대외투자 개인이나 기업이나 투자금융기관은 물론 한국은행마저 큰 자산 손실을 떠 앉게 되었다. 투자 손실 규모는 최소한 수백억 달러일 것이다. 이에 따라 외화유동성의 공급이 위축되고, 외환에 대한 수요는 크게 증가했다. 만약 투자금융기관이나 혹은 기업이 대외투자손실로 인해 건전성마저 위태로운 지경이 된다면 국내외투자가들이 한국을 빠져 나가면서 심각한 금융 및 외환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비상시에는 한국은행의 지불준비자산을 동원한다고 하지만 한국은행이 외환위기 수습에 나섰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외환시장 불안 요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그러기도 쉽지 않다. 당국은 당장 대외투자에 대한 개인과 기업과 투자금융기관의 대외투자 손실규모를 정확이 파악하고 그에 따라 예상되는 사태를 정확이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 개인과 기업과 투자기관의 대외투자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외환유동성도 충분히 강화시켜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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