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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 정말 희망은 없는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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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10월17일 13시25분

작성자

  • 김형준
  • 배제대학교 인문사회대학 석좌교수(정치학),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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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의 20대 대선결과, ‘정치 혁신’의 국민여망 투영된 것

 

지난 3월의 대선 결과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 그리고 상식이 회복된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의 여망이 반영된 것이다. 큰 틀 속에서 보면 레짐 체임지(regime change)를 통해 정치 체제를 바꾸라는 시대적 사명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의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통제경제‘를 극복하고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복원하는 것을 최고의 국정 가치로 삼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획기적 레짐 체인지이다. 정치적 다원주의 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인 삼권분립, 법의 지배, 언론의 독립, 소수에 대한 존중 등을 복원시킨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정치 재편성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정 운영의 내용과 구성 체계를 놓고 심대한 ‘거버넌스 시프트’가 일어나는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거버넌스는 운동권과 청와대가 중심이 된 국가 주도와 법에 의한 지배’라면, 윤석열 정부는 ‘전문가와 민간이 중심이 된 국가 지원과 법의 지배’가 특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를 35차례나 언급하며 “자유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국내외 당면 위기와 난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역설했다. 

 

경제 성장과 관련해서는 "빠른 성장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사회 이동성을 제고해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며 "도약과 빠른 성장은 오로지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에 의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고 했다. 안보에 대해선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자유와 번영을 꽃피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 북한 경제와 주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취임 5개월여 만에 흔들리는 윤석열 정부의 리더십

 

윤 대통령 취임 후 5개월 정도 지났지만 집권 초기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 취임 첫해 2분기 직무 수행 긍정률은 29%(2022년 7~9월 평균)로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 상당히 낮다. 노태우 57%(1988년 6월), 김영삼 83%(1993년 6월), 김대중 62%(1998년 6월), 노무현 40%(2003년 5월 31일), 박근혜 51%(2013년 4~6월 평균), 문재인 75%(2017년 7~9월 평균)였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더블 딥(double dip)에 빠졌다는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5월 취임 후 51%에서 시작해 6월 초에 53%로 잠시 최고점을 찍은 후 만 5세 조기입학 논란에 여론이 들끓었던 8월 첫째 주에 최저점인 24%를 기록했다.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33%까지 올라갔지만 이내 다시 추락해 9월 5주 때엔 24%로 주저앉았다. 10월 1주(4~6일) 조사에선 지난주보다 5%포인트 오른 29%로 나타났지만 10월 2주 조사에선 28%로 소폭 하락했다.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자신의 대선 득표율(48.6%)에서 거의 반 토막이 난 20%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보수 지지층과 중도층이 크게 이탈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윤 대통령의 이례적으로 낮은 지지도를 설명할 수 있다. 가령,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이른 바 ‘3고 현상’으로 침체되고 있는 경제, 국회에서 절대 의석을 갖고 있는 야당의 비타협적 태도,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윤 대통령의 본인 자신이다. 취약한 극정운영 리더십이 문제다. 인사 실패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목표가 불분명하고 정부가 지향하는 가치도 명확하지 않다. 야당과의 협치도 절벽이다.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부정평가 이유로 ‘독단적‧일방적이어서'(30%), '경험과 능력이 부족해서'(28%)라는 응답이 가장 많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복합위기에 직면한 여·야 정당…선거 권력만 탐하고 정책기능은 외면 

 

정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이며, 희망을 창출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리면 정치가 무너지고, 국민들은 정치를 불신하고 혐오하면서 희망을 잃게 된다. 여야 정당들도 복합 위기에 처해있다. 정당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이념적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또한, 한국 정당들은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부합하고 반응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는 ‘반응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선거 권력기능만 있고 국민을 대표하고 민의를 수렴하여 정책을 만드는 정책 기능이 없는 반쪽 정당으로 전락했다. 

 

국회와 정당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는 최저 수준으로 신뢰의 위기다. 한국 갤럽 조사(7월 12~14일)에서 정당별 호감 여부를 물은 결과,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국민의힘 36%, 더불어민주당 32%, 정의당 21% 순으로 나타났다. '호감 가지 않는다' 응답은 국민의힘 55%, 더불어민주당 57%, 정의당 64%였다. 정당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이렇게 높은데 어떻게 신뢰가 생기겠는가. 

 

정당 일체감이란 “특정 유형의 당파적 태도로 어떤 정당을 대상으로 상당 기간 내면적으로 간직하는 애착심 또는 귀속의식”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 4명 중 1명 정도만이 평소에 가깝게 느끼고 대변하는 정당이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정당 일체감의 위기‘가 심각하다. 공직 후보 선출 과정이 뒤틀리고 왜곡되어 나타난 충원의 위기가 정치의 몰락을 가져오고 있다. 진입 장벽이 높아, 정치 신인, 청년, 여성들이 공천받기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다. 

 

’협치의 위기‘도 심각하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와 충성으로 뭉친 강성 팬덤들이 정당을 지배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정당간의 협치는 사라지고 국민통합은 요원해졌다. 대통령의 미숙한 국정 운영 리더십과 허약한 정당정치로 한국 정치는 악성 포퓰리즘(populism), 극단적 양극화(polarization), 힘에만 의존(power-based)하는 이른바 ‘3P 정치’

에 매몰되어 있다.  

 

 ‘10무(無) 정치’에 빠진 한국…광장 정치와 선동정치가 판치는 이유

 

결과적으로 한국 정치는 여전히 ‘10무(無) 정치’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통치만 있고 정치는 없다. 형식적인 삼권 분립은 있지만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은 없다. 정치 공학은 있지만 정치 철학은 없다. 선동은 있지만 책임은 없다. 선거는 있지만 승복은 없다. 진영의 논리에 빠진 극한 대립과 투쟁만 있고 대화와 타협에 기반한 협치는 없다. 비판(선동)만 있고 대안(정책)은 없다. 인물(개인화된 권력)은 있지만 시스템(제도화된 권력 구조)은 없다. 리더는 있지만 리더십은 없다. 당리당략만 있고 국민은 없다. 

 

이렇다보니 의회정치는 사라지고 광장정치와 선동정치가 판을 친다. 특히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사회는 극한 대결로 국론이 분열되고, 나라가 두 동강이 나는 초유의 혼돈과 혼란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경제는 침체되고 국민의 삶은 팍팍해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에도 이런 파행적 경향성은 지속되고 있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의 지적처럼, 한국 민주주의가 포퓰리즘과 탈진실이라는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1세기 포퓰리즘은 ‘인기 영합주의’라는 전통적 의미의 포퓰리즘과 다르게 ‘이념을 망라해 존재한다’, ‘엘리트 대 국민의 대립을 부각한다’, ‘정치적 다원주의를 반대한다’는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탈진실은 “객관적 사실이 공중의 의견을 형성하는데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보다 영향력을 덜 끼치는 환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중의 감정적 반응을 자극하는 것이 사실보다 영향력이 큰 세태를 반영”하는 단어다. SNS의 발달과 더불어 탈진실 현상은 가짜뉴스 양산과 개딸과 같은 팬덤정치가 되어 정치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 과정의 핵심인 대통령과 여야 정당들이 정치를 복원시켜 정치 본연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가치에 기반한 리더십과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 해리 크레이머(Harry Kraemer) 교수는 경영에서 가치 기반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가치를 기반에 두는 리더는 자신의 개인적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헌신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자신과 교류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조직의 가치에 부합하는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영향을 준다. 

 

윤석열 대통령의 시급한 과제…가치기반 리더십의 4대 원칙을 숙지하라

 

크레이머 교수는 리더가 가치를 존중하는 선택을 하도록 안내하는 가치 기반 리더십의 4대 원칙으로 자기성찰, 균형, 진정한 자신감, 진정한 겸손을 제시했다. 그는 이 원칙들은 상호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서로를 지탱하고, 이런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가치를 기반에 두는 리더십의 탄탄한 토대가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자기성찰은 자신이 무엇을 지지하는지, 자신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인식하기 위한 핵심 요소이다. 균형은 자신과 정반대의 뜻을 가진 사람들의 다른 관점을 포용하고 사안, 문제, 질문을 다각도에서 살펴보는 능력이다. 균형을 유지하면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 광범위한 시각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명쾌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진정한 자신감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자질이다. 진정한 자신감을 갖춘다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고 이미 탁월한 분야에서도 더욱 뛰어난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다. 겸손은 개개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능력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발전에 누가 어떻게 도움을 줬는지, 자신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결코 잊지 않는 것이다. 

 

이런 원칙들이 지켜질 때 윤 대통령의 ‘일하는 방식’에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담대한 협치를 이끌어낼 수 있다.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갈 지에 대한 목표와 비전이 명확해 질 수 있다. 여기서 국민의 희망이 싹틀 수 있다. 

크레이머 교수는 가치 기반의 조직을 만들기 위한 6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했다. 첫째, 가치로 이끌어라. 둘째, 재능을 개발하라. 셋째, 정확한 방향을 정하라. 넷째, 효과적으로 소통하라. 다섯째, 참여의식을 높여라. 여섯째, 균형을 유지하라. 

가치에 기반한 정당들이 치열하게 정책 경쟁을 할 때만이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민주주의가 상호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국가 번영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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