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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발 금융위기, 장기화에 적극 대비해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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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11월06일 17시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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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대책, 시장 안정에 역부족

- 유동성 경색을 넘어선 금융 시스템 건전성 문제


  전임과 현임 두 강원도 지사는 주요 공직자의 금융 무지(無知)가 얼마나 큰 경제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지 그리고 금융 문제를 절대로 정치적 판단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사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임과 현임 두 강원도 지사는 2,050억원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 기업어음 상환을 금융거래의 기본원칙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처리한 결과, 가득이나 미국의 고금리와 고환율로 살얼음판을 헤매는 금융시장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미치고 있다. 

 

금융당국의 뒤늦은 사태 파악

 

  김진태 지사는 지난 9월 28일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빌린 2,050억원을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GJC에 대해 기업회생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으며, 이 발표를 금융시장은 강원도의 채무 보증 불이행 선언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자금시장은 급속도로 경색되었다. 정부의 일부분인 지방자치단체의 지급보증도 믿을 수 없다면, 회사채나 아파트 건설 시행사 CP의 지급보증을 믿을 수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10월 IMF 총회에 참석했던 추경호 기재부 장관은 14일 기자 간담회에서 레고랜드 사태에 대한 질문에 “강원도에서 대응을 잘 해야 할 거 같다. (불안 심리가) 확산될 단계는 아닌 것 같다”(한겨레, 2022.10.25.일자, “레고랜드 사태, 정부도 늦었다”)고 답변했으며, 한은 총재는 15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여신전문금융회사를 점검하고 있으며 아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연합통신, “한은 총재, "연준도 미국 강달러의 세계 경제 부정적 영향 유심히 봐””, 2022.10.16.) 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재부와 한은 내부적으로는 고민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기재부 장관과 한은 총재의 답변으로는 IMF 총회에서 귀국하기까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레고랜드 사태를 강원도의 문제로 외면하고 있던 금융당국이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23일 ' 50조 + α'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하여 급한 불은 껐으나, CD 금리가 여전히 상승하고 있으며, 회사채 소화가 부진하는 등 자금경색과 신용불안 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레고랜드 건을 계기로 하여 그동안 금융시장이 구조적으로 안고 있던 유동성 문제가 전면적으로 노출됨으로써 위기의 도화선은 이제부터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자금시장 경색 조짐은 이미 지난 8월에 나타났다. 작년 말 현재 발행잔액 69조 5797억원이었던 CP는 금년 8월 10일 100조 973억으로 100조원을 돌파하여 금년들어 30조원이 넘는 급증세를 보였다(한국경제신문, “회사채·여전채시장 얼어붙자...우량기업 CP발행”, 2022.08.15.). CP 발행 급증은 여전채 발행이 어려워진 카드사와 캐피털 등 여전사들이 주도했다. 

 

유동성 위기의 다섯 가지 도화선  


도화선 1: PF 대출 중에서도 가장 위험성이 높은 도화선은 여전사 브릿지론으로 잔고는 25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여신전문기관들의 자금조달 수단인 여전채 발행시장이 이미 마비상태에 있음에 따라 연말까지 만기도래하는 16조원 여전채 차환이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여전사들의 브릿지 론을 현재 규모로 지속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아파트 시장 침체로 신규 분양이 어려워짐에 따라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으며, 그 결과로 건설사-증권회사-여전사들의 동반 부실과 연쇄 도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도화선 2: 가장 큰 가닥의 도화선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문제다. 부동산 PF 대출규모는 6월말 현재 112조원에 달한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 채권이 부도 처리된 충격으로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의 유동화가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증권사들이 직접 매수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중소형 증권사들은 심각한 자금난에 쫓기고 있다. 증권사들이 PF 대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와 자산담보부 단기채(ABSTB) 중 만기 도래규모(나이스 신용평가 자료)는 11월 10조 7천억원, 12월 9조 7600억원 , 내년 1월 10조 7600억원, 2월 9조 4천억원, 3월 9조 4천억원으로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한편 한국예탁결제원의 자료에 따르면 CP(일반+ABCP)와 단기사채(일반+ABSTB)를 합계한 단기금융증권의 만기 도래규모는 1개월이내 80조원, 3개월 이내로는 187.7조원에 달한다.   

  

도화선 3: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도화선은 회사채시장이다.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13조 2천억 원이며,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40조 7천억 원으로 총 54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자산유동화증권(ABS)를 포함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무려 73조원에 이른다. 25일 발행된 최우량 등급의 한전 회사채가 6%에 가까운 발행금리에도 불구하고 목표 물량을 소화하는데 실패한 사례는 회사채 발행시장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 사례는 그만큼 금융기관들의 자금여력이 없음을 반영하는 것이며, 하물며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기업들의 회사채 차환발행은 금리를 불문하고  소화를 기대할 수 없다.   

 

도화선 4: 과도한 은행채 발행이 자금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약속한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에서 채권시장안정 펀드 20조원이 핵심이며, 이중 즉시 투입 가능한 규모는 1조6천억 원에 불과하여 추가 펀드자금 요청(capital call)을 조속히 추진하는 것이 시급하다. 문제는 채권시장안정펀드 출자의 60%를 맡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일부는 은행채를 발행해 펀드에 출자하는 돌려막기식 지원 구조를 가지고 있어 실질적인 지원효과를 삭감해 왔다는 점이다. 금년에 발행된 은행채 규모는 171조원으로 전체 채권발행 규모의 26%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10월의 경우, 신규 발행채권의 43%로 높아졌다.

따라서 채권시장의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투입되는 채권시장안전 펀드의 재원의 상당부분을 은행채 발행으로 조달하는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핵심적인 금융시장 정상화 대책이다. 감독당국은 은행들에게 유동성커리지비율(LCR)의 규제비율 정상화를 6개월 유예해준 만큼, 은행들은 채권안정기금의 케피탈 콜을 조기 이행하고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해야 한다. 은행채 뿐만 아니라 산은채와 한전채 공히 채권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고래들로 회사채시장을 압박해 왔다.

 

도화선 5: 흥국생명은 11월 9일 만기가 도래하는 영구채 중도상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공시함으로써 한국물 외화채권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공신력에 충격을 미쳤으며, 그 결과로 한국 CDS 프레미엄(뉴욕시장, 5년물)이 2022년 초 21.29bp에서 11월 3일 75.61bp(전일대비 +5.28bp)로 급등하는 등 외화채권시장의 불안이 증대하고 있다. 외화표시 채권의 옵션 미행사 사례는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13년만의 일이다.

 문제는 만기도래 외화채권 규모가 2022년 $204억에서 2023년 $249억 2백만로 급증한다는 사실이며, 특히 내년 4월 한화생명 $10억, 5월 KDB생명 $3억 등 신종자본증권 만기도래가 주목된다. 더구나 미국 연준의 계속된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 간의 기준금리 역전이 발생함에 따라 우리나라 국채 투자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 투자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외화채권시장의 불안은 주목해야 할 위험이다. 

외국 투자자들의 국채 인수는 외화의 중요 공급원이다. 외국 투자자들의 채권 투자에 의한 자금 유입 규모(시장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감독원 자료에 반영되지 않음)가 2021년 $119.2억에서 2022년 11월 3일 현재 $62.9억으로 반감했을 뿐만 아니라 만기도래 국채의 상환자금의 순유출이 일어나고 있어 외화표시이 채권시장의 신뢰도 저하는 주목해야 할 위험이다. 

 

유동성 경색사태의 본질 

 

  금융당국은 일단 당면한 유동성 경색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급한 일이지만, 그것으로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진태 강원도 지사의 돌발 발표가 자금시장 경색이라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이유는 그동안 금융시장의 금융시장에 누적되어 왔던 왜곡된 자금수급 경로 문제가 전면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로 금리가 상승하자, 채권의 수급 기반은 취약해진 반면에 채권 공급은 급증하였으며, 그 결과 신용이 낮은 기업은 회사채 발행에 애로 직면하게 되자, 회사채 발행 대신에 ‘증권신고서’와 ‘수요예측’ 절차를 필요치 않는 간편 금융경로(CP, ABCP, ABSTB)로 우회하여 CP(ABCP 포함, 잔액: 182조 2487억원), 전단채(ABSTB 포함, 잔액: 54조 6103억원)를 통한 자금유통이 급증하게 되었다. 

 

문제는 CP와 전단채 등은 감독당국의 건전성 검토나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 의무 등이 배제된 일종의 ‘그림자 금융시장’으로 신뢰성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 당국의 묵인 하에 급팽창했다는 점이다(<그림 1> 참조). 이러한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가 ‘레고 랜드’ 사태를 계기로 전면에 노출되어 자금시장 전반의 신용불안과 자금경색을 초래했다. 특히 아파트 분양시장의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부동산 PF 대출시장은 여전사-보험사-증권사 등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져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금융위기를 유발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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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시장의 안정과 회복과제

 

  과연 금융당국은 이렇게 복합적으로 얽히고설킨 위기의 도화선들을 모두 제거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루에 수조 달러가 거래되는 미국 단기자금시장은 2008년 9월 14일 단돈 1달러의 공급도 나오지 않음으로써 세계 금융위기를 맞았다. 금융시장의 거래는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약속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런던 금융가의 “My Word is my Bond”(내 말이 곧 채권이다)라는 금언은 신뢰기 무엇인지를 시사한다.

 

  금융 당국은 10월 23일 ‘50조원 + α '규모의 유동성 공급대책 발표했으며, 11월 3일부터 채권안정펀드의 여전채(여신전문금융사 채권) 인수를 개시했다. 이에 따라 자금시장은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CD 금리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회사채 수요는 여전히 심각하게 부진한 상태에 있다(금융투자협회, “3분기 회사채 수요예측, 투자심리 위축으로 전년대비 급감”, 2022, 10.22). 채권안정펀드의 성격은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목적이며, 따라서 가장 위험한 도화선인 여전사의 자금난 지원이나 대출 위험을 분담해 주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 따라서 채권안정펀드의 채권 인수로 자금지원을 받은 증권사와 여전사들이 PF 대출의 차환, 특히 브릿지 론을 얼마나 공급할지는 의문이다. 그런 만큼 자금시장 불안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금융시장에는 자비(慈悲)가 없다

 

  당면한 시장의 불안을 신뢰로 전환시킬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정부가 자금시장의 유동성 위기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정책 의지와 이에 상응하는 타당한 정책 프로그램을 제시하여 시장 참여자들에게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현 단계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하나, 문제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증거들이 이미 시장에 나타나 있다. 금융시장은 한국은행의 보다 적극적 역할을 포함하여 현재 대책 이상의 신뢰할 만한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몸을 사리는 것은 당연하다. 중앙은행이 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발권력을 사용한다는 것은 당연히 거부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유가 여하 간에 금융시장이 일단 붕괴하고 나면, 중앙은행의 원칙이나 인플레이션 우려도 다 변명거리에 불과할 것이다. 금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버냉키(Bernake) 전 연준 의장의 회고록 제목이 『The Courage to Act』라는 사실은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Bernake 의장의 고민을 보여준다. 만약 한국은행이 적극적인 대책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금융권과 정치권의 불만과 압력을 강화될 것이다. 발권력의 행사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은행이 할 수 있는 정책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단계적인 대책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단계적 대응책 준비해야

 

  현재의 자금시장 경색사태는 ‘레고랜드’ 충격에 의한 단기성 문제가 아니라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기조로 인하여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문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지금까지 0.75%p 씩  네 번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12월 0.5%p, 내년에 인플레이션 양상에 따라 0.25%p 등 1회 내지 2회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가 상승기조를 지속할 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간 기준금리의 역전이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이 분명한 만큼, 자금 공급자들은 시장에 내놓을 시점을 저울질 할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에는 자비(慈悲)가 없다. 따라서 거시경제 여건에서 자금경색 기조가 계속될 상황이 조성되어 있을 뿐만 여기에 신용불안의 충격이 가중하고 있는 만큼 금융 당국은 장기 그리고 상황전개에 대응하는 단계적인 대책을 준비하는 것이 절실하다. 특히 내년에는 외화채권시장 경색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외에 걸친 이중의 자금 경색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에 위기사태가 오지 않도록 막을 것이라는 확신을 시장에 주는 것이 핵심대책이다. 특히 이에 한국은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또한 장기적으로 금융당국은 ‘그림자 금융’으로 왜곡된 금융시장의 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

   

 

* 본고는 필자가 시사저널에 게재했던 “레고랜드발 금융경색, 유동성 위기 도화선에 불 붙였다”(2022.10.28.일자)에 대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수정·보완하여 개작한 것임을 밝혀 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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