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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물량증가는 건설사와 금융권을 위협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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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11월29일 17시10분

작성자

  • 권대중
  •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수,(사)대한부동산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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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기조 속 집값 하락세로 '거래 실종'을 넘어 '거래 멸종' 수준

 

지속적인 고금리 기조 속에 집값 하락세가 거래 실종을 넘어 거래 멸종으로 불릴 정도로 경직되면서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리가 급등하게 되니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주택구매보다는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하면서 대기수요로 남아 시장은 더 위축되고 거래는 안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9월 주택통계를 보면 전국 미분양주택은 4만1,604가구로 전달보다 27% 증가하였으며 특히, 수도권은 8,713가구로 56%나 급증하고 있다. 물론, 2008년 외환위기 당시 미분양주택 16만6천 가구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증가 속도가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연말까지 분양시장에 전국적으로 약 6만 가구가 추가 공급된다고 하니 걱정이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의 내년 상반기 예정 공급 물량도 약 6만2천여 가구에 달한다. 이 수치는 분양시장이 비교적 좋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2배 가까이 증가한 물량이다. 전국적으로는 약15만 가구가 공급될 예정인데 이는 올해 상반기 11만4천여 가구와 비교해 무려 31.8% 증가한 물량으로 내년 상반기에 분양을 앞두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고 경기가 침체하면서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서울·수도권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대기수요가 있어도 어렵지만, 주요 지방 도시들은 이미 수요 대비 공급에 있어 심각한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울산은 내년 상반기에만 전년의 2.5배인 4천2백 세대가 분양을 계획하고 있고, 경북은 약 5천 세대, 대구의 경우에는 올해 공급된 1만3천여 가구보다 약간 늘어난 1만6천 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현재 시장 분위기와 정부의 시급한 대응책이 없다면 전년보다 2배 늘어난 분양 물량은 상당량이 미분양으로 남아 시장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현재 약 7천여 건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PF 부실화는 금융위기 

 

미분양물량이 증가하면 분양대금 또는 중도금 대출이 발생하지 않아 건설사들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이하 부동산 PF)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는 어려움으로 건설사의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부동산 PF란 특정한 부동산 프로젝트로부터 미래에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담보로 하여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조달기법을 말한다. 특히, 국내 부동산 PF는 브릿지론과 본 PF라는 단계적 대출과 건설사의 신용 공여가 주요한 담보가 되는 담보 대출적 성격이 대부분이다. 

 

국내 부동산 PF 시장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로 급격히 침체하였으며 이때 전국적인 미분양주택 증가와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사업이 급격히 부실화됨으로써 시공사와 비은행권(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 등)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 행정당국은 경기 활성화를 위한 금리조정,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 강화 등 여러 관리방안 등의 대책을 강구하였음에도 상당수의 시공사와 저축은행이 시장에서 퇴출 당했다. 이후 2010년대부터 국내 부동산 및 건설경기가 지난 몇 년간 호황을 유지하면서 국내 부동산 PF 규모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빠른 속도로 불어난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과 관련 금융상품시장으로 유입된 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미국의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고 이에 글로벌 동조화로 인하여 국내 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 결과 주택시장의 미분양 증가와 부동산시장 침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와 직결된 부동산 PF시장의 위험도 역시 우려할 수준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앞서 제기한 전국적인 대규모 미분양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건설사의 자금경색이 본격화되고 이들 현장에 자금을 조달한 금융사들의 부실화가 심각한 금융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시장 연착륙 대책이 필요한 시점

 

전국적인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지속되면 지방 중소 권역의 부동산 PF 사업의 연체율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장기적인 부실 위험은 자산가치의 하락으로 귀결되어 얼마 전 금융시스템에 큰 혼란을 야기한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시행 여파와 강원도 레고랜드사태처럼 채권시장의 신용경색으로 바로 전이될 수 있다. 이것은 결국 부동산 PF의 주요 이해당사자인 제2금융권의 자산 건전성 유지에 큰 어려움을 수반하게 되어 금융시스템 전반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바젤3와 같은 국제적인 금융협약을 통해서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려는 준비와 노력을 해오고 있고,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금융은 신뢰를 담보로 하는 경제구성원의 민감한 심리 시스템과 같아서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흥국생명 사태와 같은 신용경색 문제는 곧바로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벌써, 국내 가계대출 규모는 약 1,900조 원에 달하며 이 중 약 1,000조 원은 주택담보대출, 그리고 약 500조 원은 바로 미분양 리스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부동산 PF 대출이다. 비교적 준수한 자기자본 비율과 건전한 여신을 보유한 시중은행보다는 대출의 양과 질에서 모두 열악한 제2금융권(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 등)은 대규모 미분양사태가 발생되어 장기화될 경우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연쇄적인 부실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그래서 미분양주택의 증가는 건설사의 자금압박과 부동산 PF시장의 경직성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이는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사전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금리인상 등으로 경직된 부동산시장의 숨통을 열어줄 대책이 나올 때 급락하는 시장을 연착륙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경직된 건설자금시장 단비가 필요

 

부동산 PF의 주요한 이해 당사자는 증권사를 비롯한 제2금융권이며 금리인상과 미분양 증가로 이들의 시급한 문제는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강원도 춘천의 레고랜드 사태 이후 지방채의 신용경색, 한국전력을 비롯한 우량한 국공채조차도 채권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그보다 등급이 낮은 금융채 및 회사채 등은 금리가 상승하면서 더욱더 거래가 어려워진다. 또한 정부는 10월 24일 급하게 채권안정펀드를 조성하여 시중 유동자금 운영에 관한 계획을 발표하였지만, 실질적인 자금 융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무엇보다 자본시장의 기초가 되는 채권시장 안정화가 시급하며 특히, 문제의 단초를 제공한 지방채 및 국공채부터 정부가 흡수하여 다음 후순위채인 금융채 및 회사채의 원활한 유동화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실물시장에서는 직접적인 유동성 지원도 중요하지만 다소 어렵지만 그래도 유동자금이 막힘없이 돌아가는 모양새가 휠씬 더 중요하다. 

 

공적 금융기관의 보증과 기금운용 규모를 확대해야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에 기반한 민간주택공급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공적 금융기관(주택도시보증공사·주택금융 공사 등)의 보증과 기금의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그간 사업성이 우수하여 별도의 보증캡이 불필요했던 메이저 건설사의 정비사업장도 금융기관에서 추가적인 신용보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공적 금융기관은 보증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여 전국단위로 정비사업장을 점검하고 부동산 PF의 질적인 부분을 점검하는 한편 고금리 환경 적응에 준비(고금리의 브릿지론을 쓰고 있거나, ABCP 만기가 도래하여 연장이나 차환이 어려운 경우)가 안되어 있거나 회사채 운용에 문제가 예상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공적인 영역에서 정부가 보증하여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차환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 서울, 수도권 중심으로 많은 사업장이 이러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분양에 대한 리스크를 가지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안정적이며 일정량 이상의 꾸준한 주택 공급은 반드시 필요하다. 

 

부동산 PF사업 현장 점검과 사전적 대응

 

부동산 PF는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자금이 운용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타당성 검증을 위해 금융기관들의 자기자본비율 또는 보험금 지급율 등과 같은 대손충당금 성격의 자기자본 건전성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문제 발생시 자체적인 위험 흡수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부동산 PF 관련 ABS, ABCP 등의 유동화증권, 그리고 각종 채무 보증도 대규모 미분양사태로 인해 기초자산이 부실화되거나, 만기 시 차환에 실패할 경우 유동성, 신용위험이 증권사와 건설사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

따라서 사업의 타당성 검증과 실질적인 담보력을 판단할 수 있는 Cash-Flow 등의 위험요인에 대한 보다 냉정한 심사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특히, 전국적으로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이나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한 단지를 선별하여 공적자금을 동원하여 일괄 매입하고 임대주택 등의 사회적 주거후생을 위한 공급의 일환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한 자금의 조달 방안으로 미분양 안정펀드, 혹은 공적리츠 등 정부가 보증하는 간접투자상품을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미분양주택 해소를 위한 선제적 대응책 절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악성 미분양 증가로 인한 중소 건설사들의 연쇄부도와 같은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경험한 바 있다. 과거 정권에서 미분양 해소에 효과가 있었던 대책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 중 2009년 정점이었던 미분양 물량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던 대책이 바로 세제 혜택이었다. 지방 미분양 주택을 취득할 때 주택 소유와 무관하게 취득세를 일반세율로 적용하거나 큰 폭으로 감면해주고, 양도소득세를 일정 기간 면제해주는 대책 등이 필요하다. 

 

또한 2020년 7월 10일 폐지됐던 매입임대주택제도는 부활시켜야 한다. 집값 하락기에도 집을 사서 임대를 놓는 사람들이 있어야 시장이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뿐만 아니라 중도금대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에 대응하는 수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완화도 필요하다. 그리고 지방 광역시에 여전히 적용되는 전매제한도 해제해야 한다. 지방 규제지역 해제로 사실상 전매제한이 없어졌지만 광역시에선 3년간 전매제한 규정을 여전히 적용하고 있다. 악성 미분양 적체 물량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향후 지방 미분양 물량은 더 늘어나고 주택시장 침체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LH의 미분양 매입 확약 제도와 같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제 건설시장의 겨울 한파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거래절벽 현상은 길어도 20개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미국금리 기준금리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조만간 멈추겠지만 올라간 금리가 당분간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건설시장에 찬바람을 몰고와 미분양주택이 증가할 것이며, 미분양 증가는 건설사의 자금경색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부동산 PF대출을 많이 한 건설사나 증권사, 제2금융권의 부실 또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증권가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치는 건설사와 증권사, 제2금융권의 숨통을 열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대응책이라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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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11월29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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