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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비일관성의 부작용…현재의 급격한 긴축은 예외일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2월05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2월03일 10시59분

작성자

  • 이종규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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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전세계 중앙은행, 예외 없이 정책금리 인상 행렬

 

   현재 전세계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그 속도가 워낙 빨라 경기 급랭, 부동산 가격 폭락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기도 한다. 언제쯤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인지, 나아가 언제쯤 금리를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한 마디로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하여 시중의 불안은 상당하다.

 

   그런데 지금 중앙은행의 의도는 일반인들과 약간 다르다.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를 통화정책의 정상화(monetary policy normalization)라고 한다. 미연준은 물론 한국은행도 이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경기 조절 수단으로 이해하는 통화정책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말이다. 이 말은 과거 통화정책이 사실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는 점을 시인하는 의미가 있다. 다만 명시적으로 무엇을 잘못하였는지에 대해서 얘기하지는 않고 있을 뿐이다. 

 

   이제 그동안 통화정책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짚어보기로 하자. 아래 글은 주로 미연준의 입장에서 서술되었다. 한국은행도 비슷한 상황에 처하여 있다고 보기 때문에 따로 서술하지 않기로 하겠다. 

 

   1990년대 이후 통화정책은 비교적 간단한 의사결정 방식인 소위 테일러 준칙(Taylor rule)에 의존하여 왔다. 즉 경제성장과 물가를 중심으로 경제상황을 판단하고 그에 따라 정책금리를 적절히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 준칙이 비록 간단하지만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준칙은 경제 전체와 관련한 모든 사안을 종합 검토하여야 한다는 소위 “Look-at-everything” 접근법에서 유도되었다. 즉 모든 사안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경제적 폐해를 최소로 하는 조합을 찾아내어 통화정책을 집행하여야 한다는 것이 준칙의 요체이다, 다만 간단한 준칙으로 축약되어 사용되면서 그 이상적인 모습은 퇴색하고 말았다. 

 

1990년대 이후 테일러 준칙(Taylor rule)에 의존한 통화정책… 비일관성 문제 초래

 

  이 준칙의 문제점을 간단히 살펴보면 첫 번째는 통화정책의 영향에 대한 시차(時差) 구조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이 준칙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변수가 등장하였을  때에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준비된 바가 없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문제점으로 인하여 통화정책이 비정상적으로 집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경제상황에 따라 정책 목표를 달리 정하고 통화정책 운용 방식을 변경하는 등 소위 통화정책의 비일관성(Inconsistency of monetary policy) 문제가 초래되었다.

 

   본래 통화정책의 비일관성이란 일정 시기에는 최적이라고 여겨진 정책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적합도가 낮아져 그 정책을 바꾸어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그러나 보다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경제에 가장 도움이 되는 조합을 찾는 자세를 일관되게 견지하여야 한다는 통화정책의 기본자세가 유지되지 못한다는 의미를 가지고있다. 예를 들면 경제 현안이 발생 되면 그 해결에 치중하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남기는 것이 통화정책 비일관성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통화정책의 비일관성은 “장단기 목표 간의 상충(trade-off between short- and long-term objectives)” 문제로 볼 수도 있다. 통화정책의 영향은 단기와 장기가 서로 다르다. 테일러 준칙에 포함된 목표변수를 기준으로 보면 통화정책이 경제성장에는 비교적 빠르게 영향을 주지만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2~3년의 시차가 수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실적으로 이 시차 구조만 감안하더라도 단기목표와 장기목표 중 어느 것을 중시할 것인지 정하기 쉽지 않다. 이에 더하여 경제성장이나 물가 이외의 또 다른 시급한 정책과제가 등장한다면 장단기 목표 상충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그동안 통화정책의 비일관성 문제가 심화되는 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지난 20여년간의 경제상황과 통화정책 기조는 아래 표로 간단히 요약하였다) 편의상 2000년대 이후의 기간을 대상으로 하자. 20여 년 전의 통화정책이 지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통화정책이 장기 영향을 고려하지 못하였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달리 말하면 단기 현안에만 치중한 반면 새로운 경제 현상이나 장기적 과제 등을 등한함으로써 부작용이 누적되어왔다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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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에 중국과 인도가 본격적으로 세계 경제에 편입되었는데 이는 경제적으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주요 산업국가들의 경제활동인구 합계가 7억 내외에 불과하였는데 새롭게 투입되는 중국과 인도의 경제활동인구는 이를 훨씬 능가하였다. 공급 능력이 두 배 이상 확대 되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당시 세계 물가는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였다.

 

   한편 선진국에서는 생산시설이 개도국으로 이전함에 따라 경기가 위축되었다. 더욱이 미국의 경우 2001년 9.11 사태로 경기가 더욱 급격히 위축되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경기 둔화와 함께 물가가 하락함에 따라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당시 미연준의 이완적 통화정책은 이러한 배경으로 추진되었다.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 등을 감안하면 성장률 둔화와 저물가를 자연스런 현상으로 수용하여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당시의 이완적 통화정책으로 경기가 회복되거나 물가가 오르지 않고 금융위기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통화정책에서 금융시스템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 특히 금융 감독의 대상이 되지 않는 그림자 금융기관(shadow banking) 등이 생겨나고 새로운 금융상품들이 대거 등장하였다. 한편 저금리를 바탕으로 그동안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활기를 띠었다. 이 대출채권들이 파생상품의 기초 자산으로 활용되고 그 파생상품이 그림자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널리 유통되기에 이르렀다. 

 

   2004년 이후 정책금리를 인상하면서 저금리 정책의 부작용이 불거지기 시작하였다. 시장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주로 변동금리 조건부였던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들의 상환이 어려워졌다. 주택 차압(foreclosure)이 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채권이 부실해지면서 이를 기초로 발행한 파생상품의 가격이 폭락하였다. 이 파생상품들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자금거래가 중지되는 일이 연달아 발생하였다. 이 와중에 핵심 투자은행 중의 하나였던 Lehman Brothers가 파산함으로써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었다. 이에 당국에서는 부실 채권의 인수 등 금융안정 수단을 적극 강구함과 아울러 정책금리도 0% 수준으로 인하하였다. 이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목표는 거시경제 변수가 아닌 바로 금융안정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된 이후에도 금융불안은 지속되었다. 미국 내에서는 일부 금융상품들을 중심으로 유동성 사정이 악화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게다가 2010년 그리스의 IMF 구제금융 신청을 계기로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으로 재정위기가 확산되었다. 이에 더하여 가계들의 부채 조정이 지속되면서 선진국 경제는 부진을 거듭하였다.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금융 불안이 이어짐에 따라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를 단행하였다. 중앙은행이 국채 등을 매입하여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경제성장률이 낮았던 것은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 바 컸다. ICT가 널리 적용되면서 실물적 투자 수요가 과히 크지 않았다. 부채 조정 이외에도 고령화 등으로 지출이 줄고 저축이 늘어났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한다면 당시 통화정책은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즉 단순한 수요 부족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인해 나타난 저성장에 대하여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였던 것이다. 


2014년 통화정책 정상화 문제 제기됐으나 경기부진으로 “흐지부지”

 

   2014년에 이르러 통화정책 정상화에 관한 논의가 잠깐 등장하였다. 초저금리 지속과 양적 완화 등으로 금융불균형(financial imbalance)이 심화되었다는 인식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금융불균형이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국제결제은행(BIS)이 금융 불균형을 금융부문의 급속한 팽창으로 인식하는 견해를 제시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통화정책의 정상화가 실제로 추진되지는 못하였다.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금융기관들의 완충자본 확충 등의 금융안정 대책을 강구 중이었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거나 양적 완화 조치를 중단하기도 어려웠다. 

 

   통화정책 정상화 시도는 2017년 이후 추진되었다. 미연준은 정책금리를 2016년 말에 인상하기 시작하여 2019년까지 2.5% 수준으로 인상하였다. 그러나 경기가 재차 둔화됨에 따라 정치적 압력 등이 가해지면서 2019년 중반 이후 금리를 다시 인하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2020년 1월부터 COVID-19가 유행하였다. 중국에서 최초로 발병된 이후 2월에는 전세계로 퍼져나간 신종 전염병에 대하여 각국은 통행 제한 등의 조치를 내렸다. 그에 따라 일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사실상 생산활동이 중단되었다.

 

   이 상황에서 재정 및 통화정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경제적 파국을 막는 데 주력하였다. 실물 활동 중단의 효과가 금융부문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그러나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재정위기 등을 기화로 금융불균형이 상당 수준 누적된 상황에서 자금을 무한정 확대 공급함으로써 금융불균형은 더욱 심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유동성을 무한정으로 공급하더라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등장하였다. 이 주장은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더라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종전의 경험에서 출발하였다. 일본의 사례로 비추어 정부 채무가 누적되더라도 중앙은행이 그 채무를 인수하면 상환 부담이 전혀 없다는 주장도 펼쳐졌다.

 

   그러나 COVID-19를 벗어나는 시점부터는 상황이 급변하였다. 2021년 1월 들어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3월경에 이르러 봉쇄가 완화되면서 경제활동이 재개되었다, 이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약 1년 정도 참았던 소비 욕구가 폭발하는 소위 보복 소비 행태가 나타났다. 소비 억제로 축적된 자산도 있는 데다 정부의 각종 지원금으로 소비 재원은 충분하였다. 게다가 20여 년 전부터 확대 공급하였던 유동성이 마침내 수요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하였다고 볼 수 있다. 반면 COVID-19로 붕괴 되었던 공급 체계가 제대로 복원되지 못하였다. 중국의 공급 능력은 코로나 재발 등으로 제한적이었다. 주요국의 물류 차질 등이 비용 상승을 부추겼다. 더욱이 경기 회복이 예상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20여년 전에 시작된 중국 효과가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수요와 공급이 괴리가 크게 벌어지면서 물가 상승세가 점차 확대되었다.

 

   이 상황에서 Ukraine 전쟁이 발발함으로써 물가 상승세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원유,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데다 밀과 같은 곡물류 등의 가격도 대폭적으로 상승하였다.


“경기가 위축되면 물가안정 포기할 것인가?”,“통화정책의 정상화는 어느 단계까지…”

 

   이에 대응하여 중앙은행들은 유동성을 줄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공급 충격이었던 COVID-19에 대해서는 유동성을 확대 공급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결론적으로 통화정책의 일관성 문제가 여전하다고 볼 수 있다. 과거 통화정책이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하였듯이 지금의 급격한 긴축도 그러한 부작용이 없는지 의구심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경기가 위축된다면 물가안정을 포기할 것인가? 자산가격 하락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어느 단계까지 진행되어야 하는가? 그 판단 기준은 무엇이고 적절한 지표는 있는가? 

 

   요컨대 그동안 비일관적 통화정책 운용으로 많은 부작용이 초래되었다. 지금 중앙은행들이 추구하는 통화정책의 정상화도 그럴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이 의구심을 줄이고자 한다면 금융 불균형 시정과 함께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병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향후 통화정책에서 고려할 사안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통화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인지를 중앙은행이 스스로 명확하게 밝히는 일이 금리인상을 통한 금융불균형 시정 못지않게 중요하다. 즉 미래 불확실성과 관련하여 일반인들이 느끼는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하려는 중앙은행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한국은행만이라도 이러한 의구심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답변을 내놓아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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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3년02월03일 10시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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