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물가안정 기대할 수 있는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5월14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5월12일 11시23분

작성자

  • 이종규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메타정보

  • 3

본문

<머리말>

 

   4월 현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대비 3.7% 상승하였다. 2022년 7월 최고 6,3%를 기록한 이후 상승률이 줄곧 낮아지고 있다(다음 그림의 왼편 그래프 참조). 그러나 통상적인 물가안정 목표인 2% 수준에 비해서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언제 쯤 그 수준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인지가 거시경제정책 운용 방향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앞으로 이른 시일 내에 2% 수준의 물가상승률로 회귀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기로 하자.

 

   참고로 2021년 4월 이후 최근까지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에 달한다. 이는 200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아래 그림의 오른편 그래프 참조). 앞으로 우리나라 물가 상황이 그 이전과 같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인가가 이 글의 주제이다.

40f4d6b7e8792ad4c76f80a283aad4f5_1683857 

 

<2020년 이후 물가 동향> 

 

   최근 2~3년 사이에 물가 움직임은 큰 기복을 보였다. 2010년대 안정되었던 물가는 코로나 9 확산으로 더욱 하락하였다. 2020년 5월에는 소비자물가 지수가 전년동기에 비해 0.2% 하락하기까지 하였다. 석유류 가격이 대폭 하락한 데다 축산물과 수산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물가가 하락하였고 오르더라도 미미한 상승에 그쳤다.

  

   그 이후 2년만에 물가가 급등하였다. 2021년 들어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그에 따라 물가가 오름세로 돌아섰다. 점차 물가 상승폭이 확대되는 와중에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환율이 급변하였다. 그 여파로 소비자물가가 급등하여 2022년 7월 최고의 상승률을 6.3%를 기록하였다.  

 

   물가상승에 대응하여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미국 연준은 이보다 늦은 2022년에 들어서야 금리 인상을 단행하였다. 그렇지만 2022년 3월부터 인상폭을 대폭 확대하여 소위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을 수차례에 걸쳐 내디뎠다.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섰고 우리나라 원화 환율이 더욱 상승하고 그에 따른 수입물가 부담은 더욱 가중되었다. 

 

   미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빠르게 인상, 세계 경기 둔화가 예상되면서 2022년 하반기에 들어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반전되었다. 이를 반영하여 국내 물가도 상승률이 정점을 지나 하락하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환율도 안정되면서 수입물가가 상승률이 급격히 낮아지고 그에 따라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추세로 접어들었다(위 그림의 왼편 그래프 참조). 그와 더불어 국내 농산물 등의 가격이 안정됨으로써 물가 오름세가 둔화되기 시작하였다.


<최근의 품목별 물가 동향>

 

   그럼에도 지금 결코 물가가 안정되었다고 할 수는 없는데 그 이유는 품목별 동향을 통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2022년 7월 당시 물가 오름세를 주도하던 품목들의 가격은 안정세로 돌아섰다. 석유류 가격은 최근에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당시 채소류 쇠고기 등을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보였던 농축수산물 가격도 최근에는 안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공업제품들의 가격 오름세가 확대되고 일부 서비스 요금이 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공산품 중에서는 가공식품 화장품 등의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가공식품은 면류, 조미료, 냉동식품, 햄버거 등 거의 전품목에서 높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화장품이나 섬유제품이 경우에도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되고 외출이 잦아지는 것을 배경으로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전기 요금 인상이 지연되고 있음에도 전기 가스 수도 요금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농수산품 중에서는 수산물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편 서비스 가격은 전반적으로 안정을 보이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외식 서비스는 높은 가격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외에도 숙박비, 이미용, 목욕탕, 찜질방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코로나 19 방역 조치가 해제되고 사람들의 외부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을 계기로 가격전가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품목별 동향을 반영하여 근원물가 상승률이 4월 현재 4.6%에 달하고 있다. 근원물가는 가격 변동폭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소비자물가 지수의 변동률을 의미한다. 근원물가는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장기 추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현재의 시점에서는 물가 장기 추세는 4%를 상회한다고 할 수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높은 상황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괴리를 보이는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현상이 2014~2015년 기간에 경험한 바 있다. 당시에는 국제원유가격 하락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이하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근원물가는 여전히 2% 내외에서 유지되었다. 최근에는 그 당시와는 반대로 수입물가 하락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가 낮아지고 있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러하였듯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가 장기간 괴리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즉 지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근원물가 상승률 수준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40f4d6b7e8792ad4c76f80a283aad4f5_1683857 

 

<향후 장기 물가 추이 전망>

 

   향후 물가 추이를 결정하는 요인들로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향후 국제유가 및 환율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거시경제정책 방향, 공공요금 인상 정도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외에도 정치 사회적 여건 변화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예상되는 물가 결정 요소들을 <아래 표>에 정리하였다. 

 

   이 <표>를 통해서 보면 전반적으로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안정 요인보다 월등히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물가안정 요인이 없지 않다. 예를 들면 앞으로 예상되는 경기 부진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가 견고하다는 점에서 경기 부진이 물가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하에서는 주로 물가 자극 요인들을 중심으로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40f4d6b7e8792ad4c76f80a283aad4f5_1683857
 

   먼저 중국 효과가 더 이상 발휘되지 못한다는 점을 주목하여야 하겠다. 2001년 12월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전세계는 물가 안정을 경험하는 소위 중국 효과를 누려왔다. 당시 아시아 선진개도국을 포함한 전세계 주요국의 경제활동인구는 7억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거대 인구국가인 중국이 국제무역의 틀로 진입함으로써 당시 전세계 경제활동인구 이상의 인력이 새롭게 공급되었다. 그 효과가 사실 2010년대 후반까지 이어져 옴으로써 우리나라도 장기간 물가안정을 누릴 수 있었다. 심지어는 “돈을 아무리 풀어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중국 효과는 컸었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효과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중국이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제외되는 추세이다. 결국 앞으로는 2000년대 이후 세계 물가를 안정시켰던 저임금 노동인력의 공급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오히려 2021년 이후와 같이 글로벌 가치 사슬 붕괴에 따른 공급 애로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물가를 자극하게 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가격 전가 현상도 앞으로 물가 추이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입물가가 국내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렇더라도 과거에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 효과가 서로 상쇄되면서 수입물가 상승 기간이 과히 길지 않았다. 예컨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도 수입물가 상승률이 비록 높기는 하였지만 지속기간은 몇 개월 정도에 불과하였다. 그에 따라 과거에는 외생적 충격이 국내 물가에 파급되는 정도가 과히 크지 않았다. 즉 기업이나 자영업자 등이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웠다.

 

   그에 비해 금번에는 해외로부터의 물가 충격이 국내로 그대로 파급되고 말았다. 수입물가 상승 폭 그 자체가 매우 컸던 데다 그 지속기간도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길었다. 그와 함께 코로나 19 종식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를 계기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가격 비탄력적인 부문에서는 가격 전가가 손쉽게 진행되었다. 화장품, 섬유제품, 식료품, 외식 등의 가격 상승은 모두 이러한 가격 전가 현상에 기인하고 있다. 결국 가격전가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면서 수입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는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추세적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 현상이 장기간 발생할 수도 있다.

 

   한편 물가 안정을 위한 당국의 행정 개입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고 보아야 한다. 금년초 정부는 주요 가공식품들에 대해서 가격 인상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였다. 실제로 면류와 과자, 주류 등에서 가격 인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고 있다. 그와 함께 전력 요금 등 공공요금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인상이 억제된 물가 압력은 언젠가는 분출하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물가 상승 압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2010년대의 장기간에 걸친 초저금리와 코로나19 대책으로서 상당한 수준의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확대된 금융부문도 잠재적 수요 요인으로서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수단 소진도 문제이다. 물가안정을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금년 1월 인상 이후 사실상 멈췄다. 국내 경기 위축이 상당히 빠른 데다 가계부채 부담 등이 큰 상황에서 더 이상 금리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이에 더하여 정책 기조가 크게 바뀔 가능성도 있다. 우선 주책시장 안정화 등을 목적으로 금융기관 대출 규제가 점차 완화되는 추세이다. 아울러 내년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금년 하반기 이후 거시경제정책 기조가 완화되는 방향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결국 현재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에 비해 훨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총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고 정치적 상황 변화 등을 반영하여 오히려 이완적으로 운영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그리고 최근 국내 소비활동이 예상외로 견조하다는 점도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이 감소하고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1% 중반의 경제성장률이 지속되는 것은 국내 소비가 비교적 활발하기 때문이다. 그 배경은 명확하지 않으나 고용 사정이 과히 나쁘지 않은 데다 주택 구입 포기 등에 따른 보복 소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정도로 추측해볼 뿐이다. 아무튼 소비가 견조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식품이나 외식 그리고 준내구재 등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면서 이들 가격은 오름세가 이어질 여건이 형성될 것이다.

 

   최근 들어 채소 가격이 안정되고 작년 작황이 좋았던 과일 가격이 하락하면서 농산물 가격이 다행히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작년만 하더라도 봄철 가뭄 등으로 채소가격이 앙등하고 과일 가격이 불안하였다. 앞으로 이 품목들의 가격이 지금과 같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곤란하다. 그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하여 일기불순 등의 현상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이 품목들의 작황에 큰 기복이 뒤따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근 수산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이 역시 해수 온도 상승 등에 따른 어획량 감소에 기인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제원자재 가격도 국제정세에 따라 급등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친미 노선에서 벗어나 독자적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제유가 불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게다가 국수주의 경향 심화로 자원 보유국들이 자원을 무기화함으로써 국제 원자재 가격 불안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종합 결론 및 시사점>

 

   이상의 요인들을 고려하면 앞으로 2010년대와 같은 지극히 낮은 물가 상승률로 회귀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적어도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금년도 한국은행의 물가전망치는 3.5%에 달하는데 그에 더하여 근원물가는 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점에서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물가가 어느 수준에 수렴할지는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적어도 현재까지의 물가 흐름으로 본다면 통상적인 물가안정목표 2%로 낮아지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그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일반인들의 물가 상승 기대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가격 전가 행태를 누그러뜨리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는 것이 필수이다. 당국에서는 정책방향을 올바르게 정하고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동원함으로써 정책의 유효성을 높이는 데 각별히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앞으로 고물가가 이어진다면 통화정책이나 거시경제정책 면에서 큰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문제는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경기를 진작하기 위한 거시경제정책적 부담은 재정정책에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차원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적절한 정책조합(policy mix)을 구성하는 정책적 혜안이 요구된다. 한편 금융부문에서도 경기 조절 기능을 포기하기보다는 선별적 정책기능을 좀 더 강화하는 등 새로운 정책 수단을 개발하는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ifsPOST>

3
  • 기사입력 2023년05월14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5월12일 11시23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