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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청장 선거 결과의 시사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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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0월14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10월14일 16시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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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11일 있었던 강서구청장 보권선거에서 국민의 힘의 김태우 후보는 유효표의 39.2%를 얻는데 그쳐 56.5%를 득표한 더불어 민주당 진교훈 후보에게 패배했다. 김 후보는 지난 16년간 민주당이 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했던 민주당 텃밭에서 2022년 6월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50.6%를 득표하여 승리하고, 지난 5월 18일 법원 판결로 구청장 직을 상실할 때까지 현역 구청장이었으며, 국민의 힘이 총력을 다해 지원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이번에 17% 격차로 패배한 보궐 결과는 이번 선거가 주목할 만한 무언가 특별한 선거였음을 시사한다. 2022년 6월 민주당 텃밭에서의 역전의 승리와 그로부터 불과 1년 3개월 남짓한 보권선거에서의 참담한 패배, 이 두 번의 강서구청장 선거를 비교하여 그 무언가 주목할 만한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20개 투표소 중 득표율 10% 이상 격차 16개 


  2022년 6월 선거에서 김태우 후보는  132,121표를 얻었으나,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95,492표를 얻는데 그쳤다. 즉 김태우 후보는 지난 번 선거 득표 수에 대비하여 이번 선거에서 36,629표를 적게 얻었다. 만약 지난 번 선거의 득표 수만 얻었어도 승리했거나 졌더라도 박빙의 패배로 국민의 힘이 기대했던 5% 격차이내의 의미 있는 패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의 투표소별 득표 차이를 분석해 보면, 20개 투표소 중에서 두 후보 간 득표율이 20%이상 벌어진 투표소는 7개, 10~19%는 9개, 10% 미만은 4개에 불과했다. 득표율 최대 격차는 29.1%였으며, 최소 격차는 5.4%였다. 더구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비롯하여 당이 전력을 다해 지원했던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힘의 내심의 목표였던 득표율 5%이하 격차는 20곳 투표소 한 곳에서도 달성하지 못했다. 따라서 국민의 힘 당 차원에서는 승패의 차원이전에 유권자들의 표심을 전혀 읽지 못하고 허공에 표심을 호소하는  헛발질 선거를 했다는 점부터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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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서구가 호남 출신이 많고 진보적 성향이 강한 지역(필자는 화곡동에 오래 살았음)임을 감안하더라도 2022년 선거에서 득표율 50.6%로 더불어 민주당의 김승현 후보보다 2.6%를 더 얻어 16년 만에 보수정당 후보로 당선되었던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는 경찰청 차장 출신으로 강서구 지역기반이 일천한 진승현 후보에게 17.2% 차이로 패배했다는 것은 후보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무언가 더 큰 그림이 작용한 선거라고 할 것이다.  


민심은 윤 정부에 대한 견제론을 넘어서 거부감을 표출


  주목해야할 사실은 이번 선거 결과를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론이 표심의 다수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틀렸다고는 할 수 없으나 타당한 해석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선거를 윤석열 정부 지원론과 견제론의 선택 차원으로 해석하는 것은 미래지향적인 해석이다. 선거 결과가 견제론의 승리로 나타났다고 해도 치명적인 상처가 될 것은 아니다. 다만 야당의 공세가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정도다. 또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견제론은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정치와 정책의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며, 따라서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를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 또는 만족감의 표출 차원으로 본다면, 국민들은 압도적인 실망감을 드러낸 것이며, 견제론보다 훨씬 엄중하고 심각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감 또는 만족감의 표출은 정치와 정책의 수정을 요구하는 차원을 넘어서 옳고 그름을 따질 여지도 없이 국민들의 ‘거부감’(나는 당신이 싫어!)을 드러낸 것이다. 과거지향적이고 감정적인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거의 없다. 앞으로 6개월이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어떤 변화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겠는가? 거부감으로 가득 찬 민심을 어떻게 달랠 수 있겠는가?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그럴 의지도 전략도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년 4월 총선의 결과는 충분히 예상할 만하다.

 

국민들은 코로나 상처로 고통 받고 있는데, 윤 정부는 독선적이고 인색하기 만한 결과물

  그렇다면 왜 이렇게 참담한 선거 결과를 가져온 이유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기 악화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경제심리지수(순환변동치)는 2022년 6월 101.1에서 2023년 1월에서 4월간 92.2 내외에서 6월 92.7, 9월 93.4를 보였다. 경제심리지수(순환변동치)는 세계 금융위기의 늪에 빠졌던 2009년 5월 89.9에서 6월 95.0과 비교해 보면, 9월 93.4는 2009년 5월 수준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그림 1> 참조). 즉 국민들이 느끼는 현재 경제상태는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의 수준보다도 어려운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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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4월 국민들은 진보적 경제정책 실험에 실패한 문재인 정부에 분노하여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면서 국민들은 당연히 경제정책의 정상화를 기대하는 동시에 경제 상태가 나아지기를 기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심리지수는 2022년 6월 101.1에서 금년 92.2까지 하락했으며, 9월 현재 93.4에 불과하다. 물론 경제상태가 악화된 것은 기대했던 중국의 ‘re-open’효과가 실종되는 등 세계 경제 여건이 악화된데 주된 이유가 있다. 

 

문제는 이런 경제상황에 정부는 민생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하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정책의 실패를 교훈 삼아 건전재정의 기치를 내걸었다. 그 결과 금년 GDP가 전분기대비 1분기 0.3%, 2분기 0.6% 성장하는 동안, 정부지출은 1분기 0.4, 2분기 –2.1%로 오히려 경기침체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말하자면, 윤석열 정부는 경제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상태에서 국민들에게 재정 사정이 어려우니 ‘각자도생’하라고 외면한 것과 같다.

 

  정부는 경기 악화로 세수가 감소하여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측면만 보고, 코로나 팬데믹의 상처가 민생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는지 살피지 않았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3년 동안 358조원 빚으로 견디었다. 그중에서도 금융기관 3곳 이상에 빚이 있는 다중채무자의 비중은 2019년 말 68.6%에서 2023년 6월말 71.3%로 높아졌다(<표 2> 참조). 코로나 팬데믹 3년이 자영업자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겼는지는 <표 3>에 잘 나타나 있다. 가격 변동을 배제한 불변지수로 같은 8월 기준으로 2019년 8월에 대비하여 2023년 8월 종합소매업은 11.4%, 음식료소배업은 19.7%, 가전·정보통신소매업은 20%, 섬유·의복·신발·가죽 소매업은 16.7%, 생활용품은 13.9%, 음식점업은 5% 매출이 감소했다. 자영업자 수는 9월 현재 총취업자의 23.2%로 667만명으로 민심의 중심에 있다. 유행병으로서 코로나가 끝났다고, 경제로도 코로나가 끝난 것은 아니다.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코로나 후유증에 고통 받고 있음에도 정부는 ‘각자도생’을 들고 나와 외면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 기대했던 민심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곳간에 인심난다’는 옛말이 있다. 이렇게 먹고 사는 것이 어려워졌는데 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면,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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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중도를 버렸다


  두 번째 이유는 윤석열 정부의 극우 독선과 오만라고 할 수 있다. R&D 예산 삭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 장관 인사 등 등. 국민의힘의 어느 중진이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에 대하여 “중도층이 국민의힘을 버렸다”고 했다고 한다. 틀렸다. 중도가 국민의힘을 버리기 전에 국민의힘이 중도를 진작에 버렸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윤 대통령은 “방향이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적이 있다. 방향이 맞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아’와 ‘어’가 다른 법이다. 윤 대통령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 외에 국민들의 감정이나 민심의 흐름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국정을 추진해 왔다. 국회의 여소야대 구조로 사실상 법률을 독자적으로 개정할 수 있는 힘이 없는 식물정부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견제가 필요한 독선적인 정부처럼 국정을 추진해 왔다. 그것이 각종 여론 조사에서 정부가 정책을 소신껏 추진할 수 있도록 여당과 정부를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층보다 이 일방통행식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우세한 이유다.     


검은 구름으로 가득한 무서운 2024년과 국민의 선택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에 대응하여 국민의힘 임명직 당직자들이 사퇴했다. 불가피한 일이지만 다시 인선을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비빔밥을 오른 쪽으로 비벼서 맛이 없다고 왼쪽으로 비비면 맛이 나아질까? 그래서 ‘그 밥에 그 나물’이란 말이 있다. 이대로는 내년 총선 결과도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얻을까? 국민들은 이미 식물이 된 정부마저도 외면할 것인지,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고 방해하는 것밖에 할 것이 없는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할 것인지, 어려운 선택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의 기권표가 대거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2024년은 세계적으로도 지정학적 위험이 극도로 높은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그 영향으로 석유가격의 불안정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존하여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한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무력해 질수록 충격의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밝은 새해가 아니라 국내외로 검은 구름으로 가득한 무서운 2024년이 다가오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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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3년10월14일 16시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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