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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기, 언제 회복 가능한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11월05일 18시08분
  • 최종수정 2023년11월05일 18시04분

작성자

  • 주대영
  •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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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반도체 경기, 저점을 지나는 신호가 관찰되지만

 

 통상 반도체 경기는 단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며 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는 재택근무․원격교육으로 인한 컴퓨터 수요가 확대되었고, 대중교통 기피로 자가용 수요가 급증했으나 차량업계는 반도체 부족으로 조업 중단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제는 리오프닝 세상이 와서 보복소비와 쳇GPT 등장으로 경기가 불같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고금리와 우-러 전쟁의 덫에 걸려 메모리 업계는 눈물겨운 감산을 이어가고 있다. 

  AI와 같은 새로운 수요가 계속 생겨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반도체 산업의 현재 움직임과 내년 전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023년 9월 세계 반도체 매출은 지난 8월 대비 1.9% 증가했고, 작년 9월 대비 4.5% 감소했다고 발표(미국반도체산업협회, SIA)했다. 전월 대비(MoM) 증가율은 지난 3월부터 7개월 연속 플러스로 증가하여 반도체 경기의 긍정적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전년동기 대비(YoY) 증가율도 비록 마이너스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두 자릿수에서 한자리로 감소율이 대폭 좁혀졌다. 이것도 역시 긍정적 신호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량적 분석에는 현실을 통찰하는데 한계가 있다. 반도체 경기 상승은 통상적으로 수요 증대에 바탕을 둔 공급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 최근의 반도체 시황에 대한 긍정적 신호는 메모리업계의 어쩔 수 없는 대폭 감산의 고육지책에서 비롯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즉 수요 증가보다 공급 축소로 인한 반도체 단가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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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반도체 수출, 여전히 감소 추세에서 못 벗어나

 

  국내 반도체 월별 수출은 2023년 10월 전년동기 대비 3.1% 감소하여, 지난 1년간 두 자릿수 낙폭에서 이제 한 자릿수로 축소되었으나, 역시 감소세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즉 아직도 반도체 경기는 바닥이 어딘지 모르는 지하실에서 한 계단씩 오르고 있으나, 지상으로는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0월 반도체 수출의 하락 폭이 크게 개선되었는데, 이는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의 대폭적인 감산에 따른 단가상승과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2022년 10월 대비 기저효과도 더하여 나타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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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고금리․고유가, 전쟁지속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IT기업들의 투자력 약화로 반도체 수요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향후 경기개선을 기대하는 부문은 메모리의 공급과잉에 따른 업체들의 감산효과가 다소 가시화되고 있고, 빅테크 업체의 AI 투자확대에 따른 HBM 수요 증대로 점진적 낙폭 완화를 예상하고 있다. 

  수출 감소의 주요 원인이었던 메모리 가격이 조정되고, 부진했던 반도체 3대 시장(모바일, PC, 서버)이 미미한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으나, 본격적인 수출 증가는 2024년 2분기부터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우리나라 대표품목인 D램의 경우 주문형 성격이 강한 HBM과 차세대 제품 DDR5(초고속 메모리기술)의 본격 수요 확대가 새롭게 시작되기 때문이다. 

 

 메모리 가격은 당분간 상승 전망

 

  2023년 4분기 메모리의 계약 가격이 8~13%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TrendForce 2023.10). 이는 아이폰15의 신제품 및 화웨이(메이트60 프로)의 신제품 출시에 힘입어 모바일 메모리가 가격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4분기 메모리 가격 상승요인은 우선 공급 측면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업계의 대규모 감산으로 수요업계 전반의 가격 인상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요 측면은 하반기의 전통적 성수기뿐만 아니라 화웨이 메이트 60시리즈와 아이폰의 신제품에 힘입어 모바일 메모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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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리 가격 인상 속도는 공급 업체가 감산 전략을 통한 보수적인 생산 수준을 어느정도 유지할지 여부와 시장을 강화할 만큼 반도체 수요가 충분한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2024년 2분기까지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단기간의 수요 증가에 의한 계약 가격 상승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비수기인 설 연휴와 1분기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특별한 수요 폭증을 찾아보기 어렵다. 

 

  2024년 글로벌 반도체 경기, 회복 흐름 뚜렷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 할 정도로 모든 산업 생산이나 우리 생활에 깊숙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거시경제의 흐름에 따라 반도체 경기도 연동되어 작동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2024년 세계 GDP 성장률은 금년에 비해 다소 낮게 전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우-러 전쟁, 이-팔 전쟁, 미-중 대립의 영향으로 인한 경제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2024년을 밝게 전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소비대국인 미국 및 중국의 GDP 성장이 다소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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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의 경우 글로벌 매출은 2023년 4분기에 결코 낙관할 수 없지만, 2024년 2분기에 회복세로 돌아서고, 3분기부터 본격적 경기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반도체 매출은 2024년에 전년 대비 11.8%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WSTS 2023.6)하며, 이는 수요의 확대를 예상하면서 2023년 마이너스 성장의 기저효과도 고려한 전망이다. 

  또한 TechInsights(2023.8)에서는 2024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1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DRAM과 NAND의 매출이 대폭 하향 조정하여 전망한 것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안과 반도체 재고 소진이 더딘데 따른 수요 감소 등의 영향을 예상하여 전망한 것이다. 시장 성장은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가능성이 높은 2024년 2분기 이후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국 빅테크 기업(MS, 구글, Meta 등)들은 그동안 고금리의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급속 성장만 해왔으므로, 고금리의 자금조달을 극도로 꺼리며 투자를 제한해 오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저금리의 풍부한 조달자금에 익숙하여, 최근의 인플레이션 지속에 매우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24년에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 B2B의 대표업계인 빅테크기업들이 조달자금을 통한 데이터센터의 AI서버를 도입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이다. 서버의 AI 채택 확대 추세에 따른 HBM․DDR5의 고성능 칩 수요 증가, 전기차․자율주행차용 칩 수요 확대 등으로 반도체 시장 전망은 전년 대비 대폭 상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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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한편으로는 2023년의 어려운 상황을 견뎌낸 후 반도체 시장이 지속적 성장을 예상하지만, 2024년에 공급업계의 과잉생산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24년부터는 그동안 감산으로 공급 조절하던 메모리업계가 통제완화를 시작하거나, 2024년 가동 목표로 미국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는 삼성전자나 인텔 등이 본격 생산하기 시작하면, 또다시 반도체 공급과잉 상황으로 전환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도체 공장 건설부터 가동까지는 수년이 걸리지만, 신규 공장 가동 시기는 대부분 2024~2025년으로 목표하고 있다. 여러 신규 공장이 가동되면서 공급과잉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는 문제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면 반도체 가격 하락을 초래하여 반도체 공급업계는 수익성이 악화되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이 저렴해지면 데이터센터 등 반도체 수요제품의 탑재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 및 AI화를 촉진할 수 있는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고금리 완화 등 거시경제의 개선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반도체 수요 견인의 혁신적인 트렌드

 

 현재 거시경제 측면에서 고금리․고물가에 의한 자금조달 비용상승으로 B2B기업들의 투자를 억제해 왔으나, 2024년에 금리가 낮아지면 관련기업들의 투자가 매우 활발할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지금까지 스마트폰, PC, 서버가 차지했던 반도체 3대 수요는 향후 AI용, 로봇용, 의료용, 자동차용으로 확대되어 시장규모도 더욱 커질 것이다. 이에 2024년 반도체 수요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혁신적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CSP)들은 AI 투자 증가로 AI서버 수요 성장을 견인하여 반도체 시장을 증대시킬 것이다. 생성형 AI, 챗봇 등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Microsoft, Google, AWS와 같은 대형 CSP는 AI 서버(GPU, FPGA, ASIC 탑재 서버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CSP들은 엔비디아 및 AMD의 GPU 솔루션 외에도 자체 ASIC 칩을 개발하고 있다. 즉 구글은 AI 서버에 맞춤형 TPU를 도입하고 있으며, AWS도 많은 맞춤형 ASIC을 채택할 계획이다. Microsoft 및 Meta도 자체 개발한 ASIC 솔루션을 확장할 계획이다. 따라서 2024년 AI 서버 수요는 주로 CSP의 공격적인 투자에 힘입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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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AI 가속기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HBM 매출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HBM은 AI 가속기의 핵심 반도체이며, 맞춤형 DRAM의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2024년 메모리업체는 속도를 8Gbps로 끌어올린 HBM3e로 업그레이드하여 AI 가속기의 성능을 더욱 향상시킬 것이다. HBM의 평균 단가는 기존 DRAM보다 몇 십배나 높고 연간 성장률도 높기 때문에 메모리업체의 수익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셋째, 차세대 반도체의 첨단 패키징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첨단 패키징은 칩 성능개선, 하드웨어 공간절약, 저전력소비, 지연시간 최소화 등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해 TSMC와 삼성은 일본에 3D IC 연구 센터를 각각 설립하여 첨단패키징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최근 쳇GPT 등장으로 AI 연산 능력향상을 위한 2.5D 패키징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2.5D 패키징은 TSMC의 CoWoS, 삼성의 I-Cube, 인텔의 EMIB를 비롯한 여러 2.5D 패키징 솔루션이 개발되어, 고성능 칩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3D 패키징 기술도 부상하고 있다. TSMC의 SoIC, 삼성의 X-Cube, 인텔의 Foveros 등 3D 패키징 솔루션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실리콘 인터포저 층을 사용하는 2.5D 패키징과 달리 3D 패키징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칩을 TSV를 이용해 직접 연결한다. 따라서 실리콘 인터포저 층이 필요하지 않아 패키지 높이가 줄어들고 칩 사이의 데이터 경로가 짧아지며 계산 속도가 빨라진다. 

  AI 및 자율주행 차량에서는 높은 연산능력, 짧은 지연시간, 저전력 등을 충족하려면, 다양한 기능과 고집적 칩을 통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2024년 업체들은 AI의 높은 연산 능력에 대한 수요 증가를 충족하기 위해 첨단 패키징의 생산능력을 크게 늘릴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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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의 새로운 성장 동력

 

 요약하면 반도체의 본격 회복은 2024년 2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패권경쟁으로 공급망은 재편되고 있었으며, 더욱이 전쟁도 상수화 되어 가고 있으므로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반도체 경기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통상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B2B기업(인프라․중간재 투자)이 먼저 투자를 단행하고,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B2C기업(제품 대중화) 투자로 이어진다. HBM 및 AI서버(데이터센터) 분야는 B2B기업이 투자하고, 이를 응용하는 컴퓨터, 자율주행차, 스마트폰 등의 투자는 B2C기업이 담당하여 대중화를 촉진한다.

 

 지금이 AI가 새로운 사이클의 시작이라면, B2B기업의 투자촉진을 위해서는 금리의 하락이 우선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024년 2분기 이후에는 미국의 고금리가 진정되어 원활한 자금조달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디지털 전환에 따른 혁신적 IT기술 채택 증가와 주요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노력, 그리고 생성형 AI가 개척하는 새로운 프론티어들이 반도체 분야의 성장을 앞당기고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촉진할 것이다.

 

  AI 반도체는 아직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만, 향후 시장이 급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AI 응용범위가 확대될 것이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와 엣지디바이스(네트워크 단말기) 모두에서 기존 컴퓨팅 인프라를 재구성할 필요가 발생한다. 이러한 전환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급속한 보급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AI 신기술의 급격한 혁신으로 반도체도 기술 기반이 재편되고 있다. DRAM이 주문형 HBM으로 개발되고, 이기종 융합기술의 칩렛(Chiplet) 패키지 및 새로운 첨단패키지 기술 도입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장기적인 반도체 수요 전망은 여전히 견고하며, 이는 AI처럼 반도체를 응용하는 수많은 제품이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을 탄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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