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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3> 나는 알고 있다. 네가 지난 여론조사에 찍은 후보를… (上)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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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4월16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4월11일 12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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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 잣대를 들이대야 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졸저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중)

 

“안녕하십니까. 이 전화는 20대 총선 서울 서초을 지역구 일반 정치 여론조사입니다. 다음 후보 중 귀하가 지지하는 후보는 누구입니까. 1번 강석훈, 2번 이동관, 3번 박성중, 4번 정옥임.”

 

2016년 3월, 20대 총선을 달여 정도 남긴 어느 날이었다. 창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직업적 특성상 나는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상황만 아니면 거의 모든 전화를 받는다) 받으니 여론조사 전화였는데, 그때까지 살면서 단 번도 여론조사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비교적 친절하게 끝까지 답했다. 물론 어떻게 조사하는지 궁금 것도 있었다. (당시는 박근혜 대통령 재임 시절이고, 강석훈 후보는 박 대통령 아래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이동관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역임 친이계, 박성중 후보는 전 서초구청장 출신, 정옥임 후보는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음… 2번이요.”

“네, 2번 이동관 후보 말씀입니까.”

“네.”

“감사합니다.”

 

질문은 간단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일반 여론조사라니?’ 당시는 각 당의 총선 후보 경선이 창 벌어지고 있을 때였다. 경선은 당내 경쟁이기 때문에 정말 누가 후보가 되는지가 국민적 관심인 곳이 아니라면 언론사에서 여론조사를 의뢰하는 경우는 거의, 정말 거의 없다. 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나경원 전 의원 등이 지역구 경선에서 붙는다면 고려해 볼 수 있을까? 이것도 특정 정당에 대 편파 시비가 일 수 있어 아마 거의 하지 않을 거다. 더욱이 내가 사는 지역은 거의 100%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되는 곳이기에 본선에서도 여론조사를 의뢰할 이유가 없다. 어느 당 후보가 될지 뻔 지역에 여론조사가 왜 필요할까.

 

뭔가 느낌이 이상해 친 당시 새누리당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경선 여론조사라고 했다. 후보들끼리 합의만 하면 질문할 때 ‘경선 여론조사’라는 말 대신 ‘일반 여론조사’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생각해 보니 여론조사라면서 업체 이름도 밝히지 않았고, 무엇보다 내 거주지와 나이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여론조사도 있나? 여론조사 전화를 받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응답자 표본 선정 시 연령 분포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여론조사 업체라면 당연히 “귀하의 나이는 어떻게 되십니까?”라고 물어본다. 그리고 해당 연령대가 다 찼다면 이를 알려주고 더 이상 설문조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이게 정상이다. 더군다나 사는 동네도 묻지 않는다니?

 

당시는 박 대통령을 등에 업은 ‘친박’ ‘진박(진실 친박)’의 공천 전횡이 극에 달할 때여서 생각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권력의 횡포에 진저리를 칠 때였다. 유승민 전 의원 찍어내기,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의 ‘옥새 들고 나르샤’ 등이 벌어졌던 그 총선이다. 내가 평소에 이동관 후보를 지지했던 것은 아니다. 그와 나는 같은 회사 출신이기는 했지만, 함께 일해본 적도 없고 얼굴만 아는 정도였다. 단지 앞서 말 대로 ‘친박’의 공천 전횡이 너무 극심해서 ‘친박’ 후보였던 강석훈 전 경제수석은 지지하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그 반감 때문에 가장 대척점에 있는 ‘친이’계 후보인 이동관 후보를 선택했던 것 같다. 

 

정옥임 전 의원은 모르는 사람이었고,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은 알기는 했지만 별로 친 사이는 아니었다. 솔직히 누가 후보가 될지 관심도 없었다. 본선도 아닌 경선이기도 했고, 경선이란 게 대체로 대부분 권력의 낙점을 받은 자, 권력에 가까운 자가 되는 걸 늘 보아왔기 때문이다. 경선 일주일 전에 청와대와 당 주류의 ‘빽’을 업고 나타난 완전 무명 ‘듣보잡’ 인사가 해당 지역구 현역의원을 이기는 경우도 봤으니까. 그래서 자타가 공인하는 친박인 강석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당연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후 전화가 다시 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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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4월16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4월11일 12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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