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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은 '라인'을 ? : 세계화의 역풍과 디지털 패권 경쟁의 서막, 그리고 동남아 시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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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4월30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4월30일 15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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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 기업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에 대해 경영권 매각을 권고한 사건은 국제 무역과 비즈니스 질서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업 간의 분쟁을 넘어 한일 국 관계는 물론,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라인의 지분구조중 Z홀딩스는 6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Z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지분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재 라인은 동남아시아 모바일 플랫폼 시장의 최강자다. 일본을 비롯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월 이용자 수 2억 명 이상을 자랑하며, 특히 일본 전체 인구의 68%, 대만 인구의 88%가 라인을 사용할 정도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라인맨, 라인 투데이 등 현지 시장에 특화된 파생 서비스들의 성공은 라인의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러한 라인의 동남아 시장 지배력은 일본 정부로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전략적 자산이다. 동남아 지역은 전 세계 인구의 약 9%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자, 평균 연령이 30세 이하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비중이 높아 미래 성장 잠재력이 막대한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으로서는 라인을 통해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나아가 자국 기업의 동남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하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본은 이미 소프트뱅크를 통해 라인에 대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요구함으로써 라인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이는 동남아 지역에서 일본의 디지털 헤게모니를 확립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이미 '디지털 실크로드' 구상을 통해 동남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모색 중이다.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대응하는 한편, 일본 기업의 동남아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전방위 전략으로 평가된다. 이런 맥락에서 라인에 대한 일본 정부의 개입은 단순히 한 기업에 대한 규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할 것이다. 즉 라인이 동남아 지역에서 확보한 영향력을 일본의 국익에 활용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메신저 플랫폼의 특성상 한번 사용 시 잘 바뀌지 않는데에 이유를 기인할 수 있다. 메신저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선발 주자의 독점적 지위가 공고해지는 특징이 있다. 1998년에 출간된 Carl Shapiro와 Hal R. Varian의 'Information Rules'에서는 네트워크 효과와 관련해 "수확체증의 법칙"이 제시되었는데, 이는 네트워크의 가치가 참여자 수의 제곱에 비례해 증가한다는 것이다. 메신저 플랫폼의 경우, 이용자 간 상호작용이 핵심 가치이기에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는 더욱 극대화된다. 즉, 초기에 대규모 이용자 기반을 확보한 플랫폼은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전환 비용(Switching Cost) 개념은 이용자가 한 번 특정 플랫폼에 적응하고 나면 쉽게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기 어렵다는 점을 설명한다. 메신저 플랫폼에서 이용자 간 연결과 소통이 핵심 가치인 만큼, 전환에 따른 기회비용은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라인의 경우 일본과 대만,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초기 우위 선점에 따른 네트워크 효과의 극대화와 이용자 락인이 효과적으로 작동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즉 라인은 해당 국가들에서 거의 독점적 지위에 올라 있는 셈이다. 일본 정부가 라인에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자국민의 일상적 소통 수단인 라인에 대한 영향력을 한국 기업에 맡긴다는 것은 안보적 차원에서도 우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본 정부가 해킹 사건에 대해 단순히 벌금을 부과하는 수준이 아니라 지분 매각, 즉 경영권 이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더욱 심각한 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는 자본에 국적을 부여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도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자유로운 무역과 투자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질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라인 사태는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디지털 패권 경쟁, 특히 틱톡을 둘러싼 갈등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미국은 중국 자본이 투입된 틱톡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며 미국 내 영업을 금지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이제 유사한 기류가 한일 간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중과 달리 한국과 일본은 우방국 관계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강경 대응은 국 관계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서는 한일 국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과 조율이 시급히 요구된다. 동시에 국 기술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적 협력 방안도 속히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번 계기를 통해 데이터 주권, 프라이버시 보호, 공정 경쟁 등 디지털 경제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글로벌 규범 확립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본격화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화의 역풍과 디지털 패권 경쟁이라는 거대한 도전 앞에서 한일 국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국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건전한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국의 번영은 물론, 자유롭고 개방적인 디지털 경제 질서 구축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한일 국이 '협력과 상생'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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