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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hington Watch] 美中 무역협상, ‘결렬’ 우려 “돌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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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5월07일 17시07분
  • 최종수정 2019년05월08일 10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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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25% 관세 인상”  발언,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충격 가능성… 종전 관세 환원 방법 및 중국 시장 개방 확대에는 합의

 

작년 12월 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벌이기로 한 합의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美 中 협상이 이제 거의 마지막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느낌이다. 양국은 당초 설정했던 3월 1일 협상 시한을 6월 1일로 연기하기도 했다. 이번 베이징 협상에서는 이미 양국이 부과한 관세의 환원과 중국 시장 개방 확대에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협상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은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 통상대표부(USTR) 장관, 므뉘신(Steven Mnuchin) 재무장관 등은 중국 측 대표들과 함께, 입장 차이가 컸던 일부 이슈에 대한 간극(間隙)을 메울 방도를 모색하며 부단히 노력해 왔다고 전한다. 즉, 중국 내 클라우드 컴퓨팅(cloud-computing) 시장을 개방하는 문제, 종전에 양국이 상대국 수입품에 제재 및 보복 수단으로 부과해 온 관세를 어느 부분까지 환원할 것인지, 등 문제에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美 中 각료급 협상 대표들은 8일 워싱턴에서 협상을 이어가게 된다. 양국은 다음 주 이어지는 워싱턴 협상에서 베이지에서의 협상 진전을 바탕으로 최종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타결되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난제인 중국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문제 등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어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중국의 합의 이행 강제 조치 및 기업 보조금 철폐가 남은 과제


일부 관측자들은 美 中 무역 협상이 다음 주말까지 타결 윤곽이 마련되고, 몇 주일 내에 양국이 협정에 서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다수 기업인 및 금융 투자자들은 현재 양국 간에 부과되고 있는 관세가 되돌려지고 美 中 관계가 보다 많은 확실성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도 상당히 큰 부분인 500억 달러 상당에 현재 부과되는 관세를 유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중국 측은 이를 완전히 환원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아직 논란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 주요 쟁점은 대단히 뿌리가 깊은 구조적인 것들로, 예를 들면 중국 정부가 기업들에 제공하는 보조금 문제다. 미국 측은 정부 구매 등에 있어서 모든 기업들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과 관련하여 중국이 지금까지 제안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한 확약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 양측은 합의문 조항에서 이러한 정부 보조금 문제를 제외할 것인지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시진핑 정권이 소위 “中國 製造 2025” 플랜을 통해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추진해 온 바이오, 차세대 통신 등 첨단 기술 기업들에 보조금을 제공하며 불공정한 지원을 해 왔고, 결과적으로 과잉 시설로 인해 해외 시장에 덤핑을 일삼아 왔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중국 측은 이런 보조금은 지방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져 중앙 정부로서는 어찌할 방도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까지 미국 협상 대표단 일원으로 참여했던 윌럼(Clete Willems)씨는 WSJ에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합의 사항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에 모종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보복의 악순환으로 빠져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미국은 ‘국가 주도 체제 철폐’ 요구, 중국은 ‘점진적 개선’ 원해

 

이에 더해, 중국 측은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을 일거에 중단하면 지금까지 국가 주도로 지탱해 온 중국의 경제 모델이 위험에 처하고 국영 기업들은 줄지어 도산될 것이라며 과잉 설비들을 점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미 중국 내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등 사업 전개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해 온 Amazon, Microsoft, Apple 등 입장에서는 이런 이슈들은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협상 대표들은 벤처기업에 대한 지역별 제한을 철폐할 것에 합의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zone) 내로 한정할 것을 주장해 왔다. 아울러, 상품 교역 이외 사안으로, 외국인들에게 중국내 금융 분야에 보다 자유로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금융 감독 당국은 최근 웹사이트에 외국은행들이 법인을 설립할 경우 1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요구해 온 것과 지점 설치의 경우 200억 달러 이상 자산을 요구해 온 규제를 철폐할 방침을 밝혔다. 동시에, 위안貨 영업을 위한 별도 허가 규정도 철폐할 것을 밝혔다.

 

이렇게 일부 주요 사안에 합의를 이루었으나, 가장 어려운 난제로 꼽히는 중국 정부의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불 문제에는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양국 대표들은 다음 주 워싱턴 협상에서 합의문 초안 작성 계획까지 가지고 있으나, 이런 未해결 난제들은 여전히 총체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따라서, 협상이 최종 타결되려면 미국이 지금까지 추구해 온 입장에서 좁아진 안(案)을 수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 내 강경파 및 일부 기업 경영자들은 중국이 시장 및 기업들에 대한 보호 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환하도록 강경 입장을 고수할 것을 촉구해 왔으나, 중국 측은 이에 대해 강경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의 무역 협상 총책임자 류허(劉鶴) 부총리는 워싱턴 협상에서 마지막 세부 사항까지 결판을 내려는 의도에서 각 부문에서 100 여명의 관료들로 구성된 협상단을 이끌고 미국으로 향할 계획이다. 베이징에서 만 24 시간 동안 머물며 류허(劉鶴) 부총리 등과 협상을 벌인 므뉘신(Mnuchin) 재무장관은 트위터에 협상은 생산적이었다고 올렸다. 백악관 샌더스(Sarah Sanders) 대변인도 협상은 美 中 간의 무역 관계의 재조정에 실질적 진전을 이뤘고, 5월 8일 재개된다고 말했다.

 

일부 진전에도 불구하고 美 기업들 및 시장의 기대는 높지 않아

 

美 백악관 멀베니(Mick Mulvaney) 비서실장 대행 등 고위 관리들이 중국과 무역 협상이 합의에 이를 것인지, 결렬될 것인지 여부가 향후 2 주일 내에 방향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장 투자자들이나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는 美 中 무역 분쟁 지속에 따른 글로벌 ‘공급網(supply chain)’의 불안정화 및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특히, 이번 美 中 무역 협상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중국에 의한 미국産 제품의 수입 확대 및 무역 적자 삭감을 대가로, 미국이 종전에 부과해 오고 있는 對中 무역 관세의 일부를 철폐할 것을 결정하는 구도이나, 이러한 진전 상황은 이미 시장 관측자들이 예상했던 메인 시나리오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시장 관계자들은 무역 협상이 아예 결렬되거나, 예상을 벗어난 합의에 그칠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는 등, ‘하방(下方)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조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발간된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 보고서는 “한 번 합의에 이를 수는 있어도 향후 양국 간에 긴장이 다시 부상(浮上)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즉, 설령, 미국이 무역적자 삭감을 위한 수치 목표나 시한을 설정해 놓는다고 해도 “조건이 엄격하면 엄격할수록 중국 당사자들에게는 타격이 되고 오래 지속되지 못할 가능성은 높은 것” 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무역 협상에서 모종의 합의에 이른다고 해서 장래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이 남아 있다.

 

그 동안 미국 정국은 뮐러(Robert Mueller) 특검의 2016년 대선에 러시아 측이 개입한 의혹인 ‘러시아 게이트’ 수사 결과 발표를 둘러싸고 바르(William Barr) 법무장관의 보고서 왜곡 의혹 등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는 등, 혼란이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만일, 의회 내에서 정파 간 대립이 심각해지면, 美 中 무역 협상 및 다른 정치 일정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도 높다.

 

AFL-CIO 의장 “트럼프는 열악한 합의를 획책하고 있어” 경고


이런 가운데, 美國 최대의 노동조합 연합체 AFL-CIO의 트럼카(Richard Trumka)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서둘러 끝내려는 의도에서 중국에 지금까지 만연해 온 기업에 대한 보조금 등을 제어하는 데 실패하는 등 “열악한 합의(inferior agreement)”로 끝낼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는 對中 협상의 최종 단계에 들어간 미국 협상 대표들에게 압력을 가중하는 것이다.

 

트럼카(Trumka) AFL-CIO 의장은 최근 英 Financial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美 中 관리들이 진행하고 있는 무역 협상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불균형을 조정하는 데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정도로 도움이 될 만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특히, 중국으로부터 정부 보조금 지급 및 환율 조작을 방지할 강제력 있는 확실한 약속을 받아낼 것을 요구했다.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환율 문제에 대한 항목이나 정부 보조금 문제는 합의 사항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만일, 미국 대표들이 對中 무역 협상에서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억만장자들에게 이득을 안겨주고 나머지 국민들에게는 폐해를 주는 합의로 끝낼 경우에는 미국은 세계 열강의 힘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카(Trumka) 의장은 “중국은 지금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들에 보조금 지원을 통해 비교우위를 면피(免避)하고 있다” 고 주장하면서, “그런 행태를 일거에 철폐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트럼카(Trumka) 의장의 이런 경고는, 이번 무역 협상에서 양국 간의 현안 과제들을 개선하지 못하고 관세만 철폐하는 “열악한 합의”로 끝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각한 정치적 위협이 될 것을 시사한다. AFL-CIO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으나, 트럼프의 보호주의 노선에는 심정적 지지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관세율 25%로 인상” 돌출 위협 발언, 분쟁 격화 예고(?)


이런 상황에서, 최근까지 ‘중국과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훌륭한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을 거듭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돌연,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2,000억 달러 상당에 부과하는 10% 관세를 10일부터 25%로 인상할 것이라고 표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무역 협상이 지체되고 있다는 이유로 제재 강화에 나선 것이다. 이런 갑작스러운 발언으로, 세계 경제 최대 불안 요소인 美 中 무역전쟁이 일거에 격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는 중국과 무역 협상이 너무 지체되고 있다며, 현행 10% 관세율을 25%로 인상하는 외에, 현재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닌 3,250억 달러 상당에 대해서도 곧 25% 관세를 부과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갑자기 제재를 강화해서 중국으로부터 한층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속셈인 것으로 보이나, 중국은 태도를 경화(硬化)시켜 무역 분쟁의 조기 타결이 더욱 멀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금융 · 자본 시장에 돌출적으로 커다란 충격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상대방이 있는 모든 협상이 그렇듯이, 이번 美 中 무역 협상도 완전히 합의하기 전에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것과 다름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양국 대표들은 일부 부문에서 이미 알려진 대로 상당한 진전을 이루기는 했으나, 아직은 깨지기 쉬운 유리 다리 위를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 상황에 쫓겨서 열악(劣惡)한 합의로 끝내려 하고 있다는 비난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단연코, 어떤 방향으로도 섣부른 예단은 금물인 상황으로 보인다. <ifs POST> 

  • 기사입력 2019년05월07일 17시07분
  • 최종수정 2019년05월08일 10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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