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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Watch] 일본은행, 금융기관의 기후변화 대응 투융자 촉진제도 방안 제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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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7월29일 17시10분

작성자

  • 이지평
  •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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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중립화 촉진을 위한 금융정책의 모색

 

일본은행은 지난 7월 16일에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융기관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투자와 융자를 촉진하는 새로운 제도에 관한 방안을 제시했다. 신제도는 금융기관들이 기업의 탈(脫)탄소 관련 사업 등에 융자나 투자를 실시할 때 우대조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제시된 이 신제도는 금년 중에 시작되고 2030년도까지 실시될 예정이다. 아울러 일본은행 자체도 그린 외채 등을 매입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일본은행이 금융기관들에게 제공하는 우대 조치는 금리 0%로 일본은행의 엔화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대출기간은 원칙적으로 1년이지만 계속해서 차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본계 금융기관으로서는 0%대의 장기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일본은행은 금융기관들이 일본은행에 예치하는 현금의 일부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데, 탈탄소 관련 융자·투자를 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이 예치금에 대해 0%대 금리를 적용해 금융기관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면할 수 있는 부분을 확대해 주기로 했다. 

 

일본기업이 탄소 배출량 삭감을 위해 재생에너지나 수소 등을 이용하려는 설비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는 융자나 그린 채권의 구입 등이 일본은행의 금융기관 지원 대상 사업이 될 것이다. 일본은행은 금융기관을 지원하면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금융기관의 융자 등 자산의 상황을 파악할 방침이며, 금융기관들에게 경영내용의 투명성 있는 공시를 유도할 생각으로 있다.

 

Green Swan 대비한 금융시스템 안정화의 선(先)대응

 

이러한 일본은행의 기후변화 대응 강화, 금융기관의 기후변화 대응 상황 모니터링 강화 방향은 새로운 금융 리스크에 사전에 대비하여 금융시스템의 안정화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기후변화에 따른 리스크와 함께 탈탄소화 과정에서는 석탄화력 발전소, 저효율 유전·가스전·탄광, 화석연료 관련 수송 및 물류망 등 좌초자산(坐礁資産, Stranded Asset) 부담이 과중될 경우 기업의 부도, 금융기관 부실채권의 누적 등으로 인해 금융시스템에 대한 충격이 가해질 우려도 있다. 이러한 기후 변화 및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금융불안, 소위 Green Swan을 억제하기 위해 국제결제은행(BIS)이나 각국 중앙은행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예측 가능한 형태로 투명화 할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일본은행도 뒤늦게나마 이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금융기관이 가진 좌초자산을 신속하게 그린 자산으로 전환하기 위해 일본은행도 금융기관 지원에 나서는 한편 금융기관의 좌초자산 및 그린 자산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것이다. 일본의 대형 금융기관의 경우 기후변화가 경영실적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분석하기 시작하고 있다. 각국 투자기금 등도 세계적인 은행들에게 기후변화 전략의 강화를 요구하면서  주주총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도 금융청과 연계해서 대형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영향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을 실시할 방침이다. 재생에너지, 전기차가 보급될 경우 석탄이나 엔진 제조 관련 기업의 경영악화가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인지가 검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이번에 일본은행이 자신이 보유하는 자산에 관해서도 그린화를 추진하겠다는 자세를 보인 것은 양적금융완화 정책 등으로 늘어나고 있는 일본은행의 보유 회사채나 투자신탁자산 등도 일부가 좌초자산이 될 위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행으로서는 이러한 리스크를 피하고 보유자산의 그린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은행 자체도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 공시에 관한 태스크포스)의 제언에 따라서 자신이 보유한 외환보유 자산 내역을 포함한 각종 자산 현황을 투명하게 공시할 방침이다.   

 

이와 같은 일본은행 및 각국 중앙은행의 노력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그린 자산에 대한 분류(Taxonomy) 기준을 신속하게 국제적으로 합의할 필요도 있을 것이며, 탄소거래 시장에서 결정되는 탄소가격이 질서 있게 단계적으로 가시적으로 상승하면서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기후변화 리스크를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하여 적절한 대응을 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탈탄소 경제로의 이행 과정에서의 구조조정 압력으로 인한 기업부도, 고용문제,  지역경제의 타격에 대응할 수 있는 산업의 구조전환, 근로자의 IT 등 스킬 체인지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등이 중요할 것이다. 

 

2050년까지의 탄소제로 달성을 위한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며, 수십 년 전부터 세계가 이를 준비하고 있었으면 탈탄소 경제로의 이행이 보다 원활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체될수록 구조조정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이행과정에서의 돌발적 금융위기를 피하는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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